아파트 혹은 다세대 주택의 층간소음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불거지고 있다. 특히 몇 년 사이에 층간 소음 문제로 인해 불미스러운 사건이 다수 발생하면서 이에 대한 해결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차원에서 다뤄져야 할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이를 위한 법률적 기준의 필요성과 실질적인 해결책의 모색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층간소음, 공학적으로 접근
국내 연구진이 층간소음 문제를 공학적으로 접근해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했다. 김동훈 한국기계연구원(이하 기계연) 초정밀시스템연구실 박사팀이 ‘층간소음 저감을 위한 능동제어 선행기술 연구’를 진행, 소음 자체를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김동훈 박사팀은 공작기계 정밀가공에서 진동을 줄이는 기술을 층간소음에 적용해, 마감재나 건축 방식으로 층간소음을 줄이는 기존의 방식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해 주목을 받고 있다.
기존에도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진행돼 왔다. 바닥 마감재 소재를 개발하거나 건축 시 층 사이의 빈 공간을 채우는 등의 노력을 해온 것이다. 하지만 이는 수동적인 방식에 불과했다.
“이러한 기존 방법의 경우 층간 소음 저감 효과가 크지 않은 편이었습니다. 약 10% 미만 수준이었죠. 또한 소음저감 마감소재를 두껍게 하면 바닥이 단단하지 않아 좌식 생활에 불편함이 있고, 층간을 채우는 방식으로 해결할 경우 건물의 하중이 증가해 안전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요. 추가 비용도 발생하게 되죠.”
기존 방법의 한계를 인식한 김동훈 박사팀은 기존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하기로 했다. 발생하는 진동 그 자체에 주목한 것이다. 연구팀은 기존에 연구해오던 공작기계 정밀 방진가공 시의 진동 저감 기술을 층간소음 저감에 접목시켰다. 공작기계 정밀가공 능동보정기술은 흡수밀도나 진동주파수 제어 등을 통해 절삭가공 시 발생하는 진동을 가공속도를 낮추지 않고 자율보정하는 기술이다.
“발소리 등 층간소음은 대부분 저주파영역 진동에 의한 소리입니다. 따라서 저희 연구팀은 바닥 마감재와 슬라브 사이의 빈 공간에 센서를 부착해, 저주파 진동이 발생하면 센서가 진동크기를 감지해 자기력을 이용한 유연 진동저감 장치를 작동하도록 했습니다. 그렇게 유체를 통한 진동 흡수밀도 제어로 아래층으로 전달되는 진동을 낮추는 ‘스프링’ 역할을 하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연구팀은 층간소음을 최대 30% 감소 시킬 수 있었다. 비용 측면에서도 이전보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신축 아파트 기준으로 기존 저감기술과 같은 효과를 가정할 때 비용이 5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연구를 위해 실제 아파트 층간 수직구조(콘크리트 슬라브, 경량기포 콘크리트, 마감몰탈)를 약 8대 1로 줄여 본 뜬 시제작 실험장치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이번 연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준 핵심기술은 결국 진동을 능동적으로 저감시키는 기술입니다. 저희팀은 공작기계 정밀 방진가공 시 진동을 능동적으로 저감시키는 기술을 층간소음 저감에 접목시켰어요. 공작기계 정밀가공 능동보정기술은 흡수밀도나 진동주파수 제어 등을 통해 절삭가공 시에 발생하는 진동을 가공속도를 낮추지 않고도 자율적으로 보정하는 기술이죠. 해당 기술이 층간소음 문제해결을 위한 보정제어 모듈의 핵심기술로 적용된 것입니다.”
성과의 핵심은 ‘정밀가공 능동보정기술’
김동훈 박사팀이 이번 연구를 진행한 것은 층간소음 문제가 생각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실감하면서부터다. 그는 “층간소음은 현재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며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부분이라는 이야기다. 사람들이 생활하는 아파트에서 층간소음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나오는 것을 보고, 또한 저 역시 직간접적으로 불편함을 느끼다가 연구로 해결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이야기 했다.
“기계연의 대표적인 보유기술 중 하나이면서 제가 직접 참여하는 내용인 정밀가공 기술을 접목헤 진동소음을 줄이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하게 됐습니다. 일례로 저 같은 경우도 자녀가 아직 초등학생이기 때문에 가끔 아파트 거실에서 같이 놀아주다보면 쿵쿵, 뛰게 될 때가 있어요. 저 뿐 아니라 위 층에서도 아이들 뛰는 소리가 들리곤 하죠. 그걸 보면서 대한민국의 보편적 주거공간인 아파트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불편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한 이러한 층간소음 문제를 누군가 공학적으로 접근해 능동적 해결방안을 제시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이러한 고민이 연구를 진행한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연구를 직접적으로 수행한 기간은 5개월이었다. 기계연 자체사업인 ‘기계기술 기반 국민행복 기술개발 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된 연구로, 기관 자체에서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하며 진행한 연구인 셈이다.
김동훈 박사는 “연구를 진행하며 보람도 있고 좋았다. 하지만 기존의 수동적 접근방식이 아닌 능동적인 접근방식의 새로운 시도를 하는 연구인데 자체사업 여건상 짧은 기간에 수행을 하다 보니 짧은 기간에 결과도출이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그러나 공작기계 정밀가공 능동보정기술이라는 기계가공 공정에서 이미 일부분 기반기술을 확보한 상태에서 이를 기반으로 층간소음 능동저감 선행연구를 수행했기에 좋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던 것 같다”고 이야기를 덧붙였다.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의의는 앞서도 김동훈 박사가 언급했듯, 수동적 해결방식에서 벗어나 능동적 해결 방식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또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국제저널에 게재됐다는 점 역시 의의라고 할 수 있다. 지난 해 2014년 국내특허가 출원됐으며, 국외특허의 경우도 올 2월 PCT 출원이 완료된 상태다. 개발된 관련 요소 기술은 메카트로닉스 분야의 최고 권위 저널인 ‘IEEE/ASME 트랜잭션스 온 메카트로닉스(Transactions On Mechatronics)’에 게재가 확정, 3월 중 게재될 예정이다.
“층간소음을 능동적으로 제어해 저감하는 이 연구는 층간소음 저감 뿐 아니라 고속정밀기계, 항공우주, 풍력발전, 대형부품·디스플레이 및 반도체 정밀검사장비 분야 등 다양한 스마트 방진 및 진동저감 분야에 파급 가능한 효과를 기대받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더욱 다양한 연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선행연구 성격의 자체사업에서 공학적 해결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상용화를 위해 다양한 환경 조건에 대응하는 최적화 후속 연구를 관련 기업 등 민간과 함께 공동으로 진행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 저작권자 2015-03-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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