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사람을 닮은 로봇이 하나둘씩 등장하면서, 로봇의 재질에 대한 고정관념도 바뀌고 있다. 로봇이라면 딱딱한 강철이나 초합금으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겠지만, 사람을 닮은 로봇들은 대부분 딱딱한 소재 대신 부드러운 실리콘으로 만들어져 있다.
따라서 팔을 구부리고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은 물론, 사람처럼 화장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뿐이다. 로봇의 외형을 딱딱한 소재로 만들지 않았다는 것뿐이지, 기존 로봇들과 크게 차별화 되는 부분은 없다. 사람의 피부처럼 촉각을 느낀다거나, 외부 환경의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반응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에서는 혁신적이라 불릴만한 부드러운 로봇 소재가 개발되고 있어 과학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소재는 부드러우면서도, 인간의 피부처럼 외부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기능까지 내장되어 있어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중합체와 합금의 융합으로 탄생한 활성 의류
과학기술 전문 매체인 알앤디매거진(rdmag)은 미 퍼듀대의 과학자들이 ‘활성 의류(Active Clothing)’라는 이름의 부드러운 로봇 소재를 통해 인간과 유사한 로봇 개발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고 보도하면서, 멀지 않은 미래에 사람처럼 느끼고 활동하는 로봇이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관련 링크)
연구진이 개발 중인 활성 의류는 고무와 같은 중합체 내부에 액체 합금 패턴을 포함하는 기술이다. 중합체와 합금의 융합 방식은 부드럽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기계장치를 생산하는 데에 사용될 수 있다.
중합체와 합금의 융합을 가능하게 만드는 원천은 바로 탄성기술(elastic technology)이다. 탄성기술이란 다양한 센서들을 포함하고 있으면서도, 움직이고 수축하는 동작을 자연스럽게 만드는 기술이다.
이런 탄성기술은 앞으로 외계 환경을 돌아다니기 위한 가볍고 다양한 기능의 우주복 제작에 필수적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이 외에도 강도 및 내구성이 동시에 요구되는 산업계 현장이나 재난 현장을 누빌 로봇들에게 응용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우선 합금을 고무 재질의 중합체에 내장시켰다. 이 중합체는 폴리다이메틸실록산(PDMS: polydimethylsiloxane)이라 불리는 실리콘 기반의 탄성체(elastomer)다. 액체와 같은 성상을 가진 갈륨-인듐 합금(liquid gallium-indium alloy)은 센서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선 패턴을 만드는데 사용된다.
이번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퍼듀대 엔지니어링학과의 레베카 크라머(Rebecca Kramer) 교수는 “사람의 관절 주변에 있는 피부는 다리나 팔을 굽힐 때 약 50퍼센트(%)의 변형률을 겪는다”고 밝히며 “따라서 사람의 감각적 피부 및 움직임이 자연스러운 착용 기술을 갖기 원한다면, 사람의 동작을 제한하지 않는 부드럽고 늘어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로봇의 피부 및 우주복의 소재로 활용될 예정
퍼듀대 연구진이 선보인 활성 의류는 센서를 포함하는 직물재료로 이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열해도 변하지 않는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형상기억합금으로 만들어진 직물들로 이루어져 있어 원래의 제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다.
실험과정에서 연구진은 스펀지를 활성 의류로 감싼 뒤 가열하자, 스펀지가 스스로 움직이는 것을 확인했다. 이 의류가 움직일 수 있었던 이유는 플렉서블 폴리머(flexible polymer)와 실처럼 생긴 형상기억합금 등을 통해 만들어진 직물로 짜여져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의 설명에 따르면, 활성 의류로 만들어진 로봇의 직물을 한 방향으로 짜게 되면 자벌레와 같은 운동을 하면서 구부러지게 되고, 서로 다른 방향으로 직물을 짜게 되면 로봇을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크라머 교수는 “우리는 모든 기계장치와 센서를 중합체 내에 집적화시켰다”고 소개하면서 “이 같은 시스템이 내장된 활성 의류는 또 다른 분야의 센서들을 추가하여 사용범위를 넓힐 수 있고, 또한 전도성을 띄도록 하는 별도의 기능들도 부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연구진의 당면 목표는 모든 기능 요소들이 담겨져 있는 피부를 기반으로 하는 부드러운 로봇을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피부는 일반적인 하드웨어보다 진동에 덜 민감한 플렉서블 폴리머 등을 포함할 것이기 때문에 우주에서도 충분히 견딜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크라머 교수는 “만약 외계 지형을 탐험하는 로봇이 있다고 가정할 때, 이 로봇 주위로 무엇이 둘러쌀지는 아무도 모른다”라고 전제하면서 “이런 탐험 로봇의 핵심 기술은 활성 의류로 만들어진 외형에 피부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로봇은 어떤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퍼듀대의 활성 의류처럼 로봇의 인공피부로 활용할 수 있는 신소재가 얼마 전 국내 연구진에 의해서도 개발되어 주목을 끈바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보도자료를 통해 휘거나 말아도 되는 얇고 투명한 촉각센서를 개발했다고 밝히며 향후 로봇 피부에도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
ETRI가 개발한 촉각센서는 휘어지는 것은 물론 힘의 세기까지도 측정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투명할 뿐만 아니라 두께가 머리카락보다 가는 50마이크로미터(㎛)수준으로서 유연성이 좋기 때문에, 아무데나 쉽게 붙일 수 있는 특징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촉각센서의 동작원리에 대해 ETRI의 관계자는 “투명한 필름 내에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이 지나가는 길을 만드는 것이 기술의 핵심”이라고 강조하며 “필름의 외부에서 접촉이 가해지면 빛이 지나가는 경로가 바뀌는 것이 촉각센서의 원리”라고 설명했다.
촉각센서는 실제 투명한 비닐처럼 접촉부위에 전기적인 요소가 전혀 없다. 따라서 센서를 구부리거나 비틀더라도 신호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 또한 센서가 얇은 비닐처럼 유연한 덕분에 딱딱하거나 무른 곳 어디에도 부착하여 동작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부드러운 곡면에도 쉽게 부착될 수 있으며 피부에 직접 부착하는 것도 가능하다.
따라서 착용하거나 입을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에 부착하기에도 용이하다. 이 같은 기능에 대해 ETRI의 관계자는 “로봇 등에 부착할 경우 인공피부와 같은 센서로서도 활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특히 표면 특성까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민감한 성능을 자랑하기 때문에, 힘 조절이 가능한 로봇 손 등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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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4-10-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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