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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황정은 객원기자
2015-03-19

초박막 절연체 개발…전류 누설 ↓ [인터뷰] 임성갑 카이스트 전기및전자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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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VD 공정 모식도 ⓒ 카이스트
iCVD 공정 모식도 ⓒ 카이스트

현재 반도체 고집적회로를 제작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손꼽히는 것은 박막트랜지스터다. 박막트랜지스터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물질이나 전극에 쓰이는 도체 물질 뿐 아니라 전류가 통하지 않는 절연 물질 역시 중요하다. 하지만 높은 성능과 전력소모가 적은 트랜지스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절연막 두께가 반드시 얇아져야만 했고 두께가 얇아지면 필연적으로 전류가 새어나갈 우려가 커져 이를 해결하는 데 많은 연구진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화학 기상증착법 이용한 기술

임성갑 카이스트 교수 ⓒ 임성갑
임성갑 카이스트 교수 ⓒ 임성갑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10나노미터 이하의 얇고, 유연하게 휘어지면서도 균일한 두께를 유지하는 고분자 절연막을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임성갑 교수팀이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과의 유승협, 조병진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개시제를 이용한 화학 기상 증착법(initiated chemical vapor deposition, 이하 iCVD)’을 이용한 고분자 절연막을 개발한 것이다. 이에 따라 사물인터넷의 실현이 앞당겨질 것으로 학계는 기대하고 있다.

"비유를 하자면 일종의, 고무풍선에 물을 넣는 것과 같은 모습이라고 볼 수 있어요. 물을 많이 넣으면서도 새지 않게 하려면 고무 재질의 두께가 두꺼워야만 하겠죠. 두께가 얇으면 구멍이 생길 수 있고 물의 양이 조금만 많아져도 물이 샐 수 있는 여지가 커질 겁니다. 같은 두께라면 고무 같은 물질보다는 산화물과 같은 무기 물질이 더 유리하겠죠? 물질 자체의 구조가 더 치밀하기 때문에 물이 샐 우려가 적기 때문입니다. 다만 무기 물질은 유연성이 없어 깨질 우려가 크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임성갑 교수 연구팀는 유연성이 우수한 고분자 물질로 매우 높은 전하가 가해져도 전류 누설이 거의 없는 고성능의 초박막 절연막을 개발했다. 임성갑 교수는 "비유를 하자면 많은 양의 물을 얇은 고무풍선 같은 걸로 막고 있는데도 물이 새지 않게 만드는 셈입니다. 새로운 개념의 얇은 전류 차단막을 개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연구는 앞으로 사물인터넷의 실현을 더욱 앞당긴 연구로 평가받는다. 왜 일까. 현재 얇은 차단막을 만드는 기술은 금속산화물처럼 무기물 계열의 물질을 사용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물질들은 유연성이 없기 때문에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유연전자소자에로의 적용에 한계가 있다. 이러한 이유로 기계적 유연성이 높은 물질을 절연막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많은 시도가 있었는데 그것이 고분자 물질들이었던 것이다.

"몇몇 극소수의 예외가 있지만 고분자 물질들은 대부분 50 나노미터(nm) 이하의 얇은 두께에서는 급격히 절연 특성이 나빠져 두꺼운 막을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는 필연적으로 트랜지스터를 작동하는 데에 필요로 하는 전력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개선이 많이 필요한 분야였고 연구자들 모두 이 부분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으나 대안이 없었던 분야인 거죠.   사물인터넷이 실생활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웨어러블 및 플렉서블 전자소자가 필연적으로 필요합니다. 전력 공급 역할을 하는 전지의 낮은 충전용량을 고려할 때 저전력 전자소자로 개발 돼야 합니다. 저희 연구를 통해 개발된 절연막은 이러한 사물인터넷이 필요로 하는 기계적 유연성과 우수한 절연특성을 동시에 만족하는 물질입니다. 때문에 이 물질이 실제로 소자 및 제품 제작에 적용 된다면 저전력 플렉서블 전자소자 제작에 크게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기존 고분자 물질의 한계를 뛰어넘다

 

임성갑 교수의 연구가 성공적인 결실을 맺을 수 있던 데는 새롭게 도입한 고분자 박막 제조 공정이 한 몫을 했다. 또한 절연소재로 적절한 물질을 탐색한 것, 이 두 가지가 주요하게 작용했다.

"연구에는 '개시제를 이용한 화학 기상 증착법(initiated chemical vapor deposition, 이하 iCVD)’을 적용했습니다. iCVD 공정은 이미 액상 공정으로는 잘 알려져 있는 자유 라디칼 (free radical)을 이용한 연쇄 중합 반응을 이용하는 것이죠. 고분자 물질은 분자량이 큰 비휘발성 물질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기상 증착 공정을 적용할 수 없습니다. 대신 휘발성을 가진 단량체를 기화해 고분자의 중합 반응과 성막 공정을 동시에 진행하는 기상 중합 반응을 통해 고분자 박막을 얻을 수 있습니다. iCVD 공정은 개시제와 단량체를 기화해 기상에서 고분자 반응이 이뤄지게 함으로써 고분자 박막을 기판 표면에 증착하는 방법인 셈이죠."

기존의 고분자 절연막 기술은 용매를 이용한 액상 공정이 주로 이뤄졌다. 때문에 용매나 첨가제로 인한 박막의 순도 문제, 표면장력으로 인해 박막에 여러 결함이 생기는 문제가 발생해 절연특성의 저하로 귀결되는 문제가 생겼다는 게 임 교수의 설명이었다.

"저희 팀은 고분자 물질 자체의 순도가 높고 박막 내 결함이 없는 이상적인 상태라면 고분자 물질의 성능이 기존에 기대했던 수준보다 훨씬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iCVD 공정은 기상 증착 공정이기 때문에 유기 용매를 사용하지 않아요. 때문에 여기서 비롯되는 여러 문제점들로부터 자유롭습니다. 실제로 스핀 코팅과 같은 액상 공정에서는 박막의 균일도를 향상하기 위해 첨가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고분자 물질의 공정이 끝나면 공정에 필요한 용매를 모두 제거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잔류 용매가 남을 수 있어요. 이와 같은 박막 내불순물은 박막의 물성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고분자 절연체 물질이 불순물의 영향으로 누설전류가 증가하는 등의 문제를 야기하죠. 이 때 용매를 사용하지 않는 공정을 이용한다면 고분자 박막의 순도를 크게 개선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iCVD 공정은 완전한 건조 공정이므로 다양한 종류의 기판에 적용이 가능하다. 특히 외부의 기계적, 화학적 충격에 약한 기판들 역시 손쉽게 적용할 수 있으며 이러한 기판들이 현재 사물인터넷이 적용될 웨어러블, 플렉서블 전자소자 제작에 적용될 기판들이다.

임성갑 교수는 평소 공정과 그 공정의 결과물인 고분자 박막의 다양한 기능을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적용에 대해 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임 교수는 "표면 처리 분야는 아직까지도 해야 할 일이 매우 많은 분야"라며 "제가 확보하고 있는 연구 툴인 iCVD 공정과 그 고분자 박막은 앞으로 전자재료 개발 및 다양한 표면 처리 쪽에 유망하게 적용 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약 3년 반 걸쳐 진행된 연구다. 임 교수는 "초반부터 성능이 좋게 나와 많이 놀랐다"며 " 때문에 이러한 발견이 재현성이 있는지 또한 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설명을 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덧붙였다.

"연구는 힘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현상을 발견하고 우수한 성능을 가진 연구결과를 확보하는 것은 많은 희열을 안겨다줍니다. 때문에 연구를 쉬지 않고 진행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절연막의 종류를 늘리고 절연막이 적용된 소자의 성능을 최적화하고 싶어요. 본 절연막의 개발로 인해 기존에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많은 새로운 개념들을 가능하게 만드는 일들을 진행하고 싶습니다.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저희 연구팀도 열심히 노력 중에 있고요."

황정은 객원기자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5-03-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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