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정부가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지 10주년이 되는 해다. 멸종위기에 처한 한반도 생물종 복원사업의 효시로도 볼 수 있는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은 그 동안 많은 어려움과 시행착오를 거쳤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지리산에는 총 31마리의 반달가슴곰이 자연의 품속에 안겨 살아가고 있다. 세계에서도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환경부는 오는 2020년까지 50마리 복원이라는 목표를 최근 수립했다.
이처럼 멸종위기 종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복원하는 일에 정부가 매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27일 라마다서울 호텔에서는 반달가슴곰 복원 10주년을 기념하는 ‘반달가슴곰 복원 10주년 국제 심포지엄’이 개최되어 주목을 끌었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의 공동 주최로 28일 까지 양일 간 열린 이번 행사는 반달가슴곰 방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2004년부터 현재까지 10년 간의 복원 성과를 평가하고, 향후 바람직한 복원 방향을 논의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번식 성공과 출산률의 증가로 복원 가능성 높아져
첫째 날 행사에서 ‘우리나라 국립공원 종복원사업의 현안 및 과제’에 대해 특별강연을 한 이배근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 복원기술부장은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보전 및 복원을 위해 공단은 서식지 환경 파악 및 개체생태학적 특성 파악 등에 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부장의 발표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지리산의 반달가슴곰 복원을 시작으로 설악산과 월악산의 산양, 소백산의 여우, 월출산의 남생이, 치악산의 구렁이, 오대산의 장수하늘소 복원과 더불어 국립공원의 멸종위기식물을 복원하기 위해 노력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에 대해 이 부장은 “한반도의 멸종위기야생 동식물 복원의 시초”라고 강조하면서 “현재 방사된 곰들 중 17마리는 2009년부터 자연에 적응하면서 야생에서의 번식에 성공했고, 또한 매년 출산률이 증가함에 따라 복원사업의 앞날을 밝게 비춰주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에 이날 행사에서는 복원 사업의 추진에 따라 발생할 복원대상종과 인간의 충돌에 관한 문제 등도 당면 과제로 제기됐다. 반달가슴곰의 지속적인 개체 수의 증가 및 인간의 탐방로 이용 횟수가 늘어남에 따라 잠재적으로는 인간과 곰의 충돌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이 부장은 “해외의 경우 인간과 동물이 충돌했을 때, 자연적인 사고로 인식 할 뿐 특정 대상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대되지는 않지만 국내의 경우는 충돌 사례가 드물기 때문에 사회적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하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 탐방로 등에서 곰을 만났을 때의 대처요령 및 탐방로 이용금지 방안 등과 관련한 부분을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은 복원종에 관한 연구와 모니터링 기법도 복원대상종의 성공적인 자연적응을 돕기 위한 방법으로 개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동안 실시했던 포획을 통한 발신기 교체 방법을 지양하고, 현재 진행 중인 모근이나 배설물 등 유전자 샘플을 이용한 개체 정보 분석을 확대 운영하는 등 복원대상종의 계통도 분석을 통해 보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복원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반달가슴곰의 계통이 확립된 것으로 나타나
둘째 날 행사에서는 종복원기술원의 장경희 박사가 ‘반달가슴곰 복원을 위한 개체별 유전자 특성 및 계통 보존 연구’에 대해 주제발표를 했다. 장 박사는 복원사업의 추진 배경에 대해 “국내 멸종위기에 처한 반달가슴곰 개체군의 복원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1998년부터 2001년까지 지리산 일대의 반달가슴곰 정밀조사가 수행되었고, 이를 기반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 복원기술 개발사업’을 시행했다”고 밝혔다.
장 박사의 발표에 따르면 정밀조사 당시 지리산에 생존하고 있던 반달가슴곰 야생개체는 5마리 정도인 것으로 파악되었다. 하지만 반달가슴곰 개체군 및 서식지 생존능력 평가(PHVA)를 수행한 결과, 생존확률이 3%에 불과해 이미 자체적 생존능력을 상실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따라서 외부개체의 이입을 통한 반달가슴곰 개체군 복원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반달가슴곰의 관찰방법에 대해 장 박사는 “복원사업을 진행하는 10년 간 방사개체의 자연 적응 여부 확인 및 행동·생태학적 연구, 그리고 출산 개체의 확인 등을 위해 무선전파 추적이나 생포와 같은 직접적으로 개체를 확인하고 관찰하는 방법이 활용되었다”고 설명했다.
직접 모니터링을 위해 포획 할 경우 사람에 대한 학습을 통해 친밀감이 형성되어 자연 적응에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발생했고, 개체가 성장하면서 직접 생포하기 어려워져 모니터링 및 연구 방법의 전환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의 직접 모니터링 하던 방법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보다 효과적인 개체관리를 위해 무인센서카메라를 활용한 ‘카메라 트랩핑(Camera Trapping)’과 ‘헤어트랩(Hair Trap)’을 설치하고, 생태적 조사 등의 간접 모니터링 방법 등도 병행하게 되었다.
장 박사는 “소개한 방법들을 사용하여 한반도 반달가슴곰의 유전정보와 동아시아 지역의 반달가슴곰의 유전 정보를 비교 분석한 결과, 진화적으로 의미있는 단위(ESU, Evolutionary Significant Unit)의 관점에서 볼 때 반달가슴곰의 계통을 확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발표를 마치며 장 박사는 “반달가슴곰을 비롯하여 현재 국가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여우나 남생이 등 멸종위기 야생동물에 관한 유전자 분석 연구가 진행 중에 있다”고 전하며 “이와 같은 유전자 분석을 통한 생물종 동정 가능 유전자 마커 및 바코드를 개발하여, 생태학적 조사 시 동정하기 어려운 생물종에 대한 검증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일본에서의 곰 관리와 연구 그리고 지역 주민 참여 현황’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일본 이바라키 자연박물관의 코지 야마자키(Koji Yamazaki) 박사는 “일본 흑곰은 47개 현 중 32개 현에서 발견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점차 산림 지역과 인구가 줄어드는 농촌 지역으로 확대되는 등 개체수가 점차 증가 추세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개체수의 증가로 인해 흑곰은 식량을 찾기 위해 인간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침입해왔고, 그 결과 지난 10년 간 사망을 포함하여 연간 100여 명의 사람들이 피해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이런 갈등은 흑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면서 4000마리 이상의 곰이 해로운 동물로 여겨져 죽음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야마자키 박사는 “인간과 곰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는 곰에 대한 정확한 생물학적 정보를 제공하는 시민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한정된 공간 안에서 곰 서식지와 인간을 위해 개발된 구역을 명확하게 나누기는 어려우므로, 곰 관리 프로그램에 대한 시민의 이해와 협조는 곰의 미래를 확보하는 데 있어 굉장히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행사를 개최한 국립공원관리공단의 관계자는 “공단은 반달가슴곰을 비롯한 대형 포유류 복원사업을 국내 최초로 수행하여 생물다양성을 증진하고 있다”고 소개하며 “이번 심포지엄이 생물종복원 사업의 체계적 추진 기반을 마련하여 국민 생태복지 실현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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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4-08-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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