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에 널리 서식하는 코아 나무와 인도양의 레위니옹 섬에 있는 아카시아 나무는 매우 비슷하다. 무려 1만8000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지구 반대편 두 섬 사이에 왜 유사한 나무가 서식하는지에 대해 그동안 식물학자들은 궁금증을 품어 왔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스텔론보쉬 대학의 요하네스 르 루 교수팀은 그 같은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두 종의 나무로부터 DNA를 채취해 염기서열을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레위니옹 섬의 아카시아 나무들은 코아 나무로부터 불과 한 단계의 돌연변이밖에 거치지 않은 직계후손인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코아 나무 종자가 태평양과 인도양을 건너 레위니옹 섬에 도착한 시기가 언제인지를 밝혀내기 위해 분자시계를 이용한 분석을 시도했다. 분자시계란 집단 간의 돌연변이 속도를 분석해 최초의 혈통 분리가 일어난 때를 추정하는 방법이다. 분석 결과 코아 나무의 종자는 지금으로부터 약 140만 년 전에 레위니옹 섬에 전파된 것으로 나타났다. 즉 단일 사례 기준으로 사상 최장의 종자 전파 사례였던 것이다.
그럼 그 아득한 옛날 하와이에서 이역만리 레위니옹 섬까지 코아 나무의 종자는 어떻게 건너갔을까. 첫 번째로 추정해볼 수 있는 것은 해류를 이용한 방법이다. 그러나 코아 나무는 바닷물에 잠길 경우 싹을 틔우지 못하는 속성을 지녔다. 게다가 코아 나무의 서식지는 하와이의 해안이 아니라 깊은 산속이어서 가능성이 더욱 낮다.
두 번째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대륙이동설이다. 아주 오랜 옛날 두 섬이 서로 붙어 있다가 서서히 분리되었다면 충분히 같은 종의 식물이 다른 지역에 서식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같은 지질학적 증거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인간이 코아 나무의 씨를 그 먼 곳까지 옮긴 것도 아니다. 코아 나무의 씨가 퍼진 시기는 레위니옹 섬에 사람이 발을 들여놓기 훨씬 전이기 때문이다.
르 루 교수팀은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코아 나무의 종자를 전파한 주인공으로 새를 지목했다. 바닷새에 의해 태평양의 섬에서 인도양의 섬까지 씨앗이 옮겨졌다는 것. 이처럼 섬에서 섬으로의 종자 전파는 일어나기 매우 힘든 기적 같은 일이다. 하지만 끈끈이주걱도 약 1300만년 전 새에 의해 호주 서부에서 베네주엘라로 이동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생태학자들은 아무리 신기하고 특이한 사건일지라도 새를 통한 이동에는 모종의 메커니즘이 도사리고 있을 것이라며, 그 일반화된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의 대규모 이동 임무 맡은 위성 발사돼
그런데 앞으로는 새들의 이동 메커니즘에 대한 좀 더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약 2주 전 러시아의 야스니 발사기지에서는 수십 개의 과학 위성들을 장착한 로켓이 우주로 발사됐다. 그 위성들 중에는 덴마크 기술대학(DTU: Technical University of Denmark)이 운영하는 ‘DTUsat’라는 이름의 자그마한 위성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 위성의 임무는 새처럼 작은 동물들의 대규모 이동을 추적하는 일이다. 약 5그램의 태그로부터 수신한 위치정보 데이터를 이 위성이 모아서 덴마크 기술대학의 기지국으로 송신하게 되는 것. 연구진은 그 태그를 부착할 첫 번째 후보로 뻐꾸기를 꼽고 있다.
뻐꾸기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탁란을 하는 새로 유명하다. 즉,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고서 어미는 훌쩍 떠나버리는 것. 이처럼 남의 품에서 자란 뻐꾸기 새끼들은 어미가 전혀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계절마다 유럽에서 아프리카로 정확하게 이동한다.
새들이 먼 거리를 어떻게 정확히 찾아가는지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가설 중 하나가 학습에 의한 이동이다. 즉, 어미를 따라 날아가면서 이동 경로를 기억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어미에게 배우지도 않은 이동 경로를 도대체 무슨 수로 뻐꾸기들이 알아내는지는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더구나 뻐꾸기는 몸집이 비교적 작은 편이서 기존의 인공위성 추적장치의 태그로는 이동경로를 추적할 수 없었던 것이다.
최근 조류 인플루엔자(AI) 확산의 주범으로 철새가 지목되면서 철새들의 이동 정보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새의 이동 정보는 생물 분포 원리 및 종의 보전 정책, 인류의 질병관리에도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므로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현재 철새의 장거리 이동 경로를 연구할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가락지 부착 조사방법이다. 연구주관 기관의 연락처와 고유번호가 찍힌 알루미늄 가락지를 발에 부착한 후 그 새를 발견한 연구자가 소식을 전해올 때까지 기다리는 방법이다.
이 방법으로 철새들의 이동 경로가 일부 밝혀지긴 했지만 투입된 시간과 인력에 비해 결과는 매우 미미한 편이다. 왜냐하면 가락지를 달아준 철새가 외국에서 발견되는 사례가 ‘로또 당첨’에 비유될 만큼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수천 마리 새, 동시 추적할 수 있어
따라서 최근에는 ‘DTUsat’과 같이 인공위성 위치추적 시스템으로 철새들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는데, 여기에도 한계가 있다. ‘DTUsat’이 동시에 추적할 수 있는 태그는 불과 6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한 뻐꾸기보다 몸집이 적은 새들을 추적하기 위해선 태그의 무게도 더 소형화시켜야 한다.
기후변화로 인해 철새들의 이동시기 및 경로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겨울 철새의 남하 시기가 해마다 빨라져 여름 철새와 함께 있는 기간이 점점 길어지는가 하면 아예 텃새화되는 철새들도 생기고 있는 것.
기후변화와 같은 글로벌 이슈들이 철새들의 이동 패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위성 중개를 거치지 않고 그들의 위치 정보를 직접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송신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되는 것이 바로 ‘이카루스 프로젝트(ICARUS project: International Cooperation for Animal Research Using Space project)’이다.
이카루스 프로젝트가 실행되면 수천 개의 태그를 동시에 추적할 수 있으며, 모든 태그에 자체적으로 충전되는 태양전지가 부착된다. 이 태그는 효율성을 위해 평소에는 데이터를 수집하기만 하다가 ISS가 머리 위를 지나갈 때 데이터를 전송하게 된다. 따라서 긴 수명을 가진 무거운 배터리가 필요 없게 됨에 따라 미래의 태그는 1그램 정도로 소형화가 가능하게 될 전망이다.
덴마크 기술대학이 이번에 쏘아올린 ‘DTUsat’ 위성이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경우 이카루스 프로젝트를 선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 2noel@paran.com
- 저작권자 2014-07-0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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