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하는 멀티태스킹은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능력처럼 이야기 된다. 한 번에 여러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같은 시간이라고 한다면 양적으로 더 많은 일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멀티태스킹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이 많다. 하지만 양적으로 더 많은 일을 한다고 해서 질적으로도 더 좋은 일을 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멀티태스킹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우선 지난 2014년, 켑 키 로(Kep Kee Loh) 영국 서섹스대학교(University of Sussex) 박사와 같은 학교 료타 카나이(Ryota Kanai) 박사는 멀티태스킹이 지능을 떨어뜨린다고 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을 통해 밝혔다. (원문링크)
TV를 보면서 메신저를 보내는 등 한 번에 여러 일을 하면 뇌의 구조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것이 연구의 핵심이다. 이를 밝혀내기 위해 연구팀은 75명의 지원자에게 멀티태스킹을 하게 하도록 한 뒤, 뇌 전방의 대상 피질 크기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관찰하였다. 그 결과, 뇌 전방의 대상 피질 크기가 줄어든 것이 확인되었다.
전방대상피질은 감정이입과 타인의 감정에 대한 조절과 관련이 있는 부분이다. 즉, 여러 기기를 동시에 조작한다는 것은 우울증이나 불안증을 가지고 올 수 있으며, 주의력 결핍을 가지고 올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크 W.베커(Mark W. Becker) 미국 미시간대학교(Michigan State University) 박사팀 역시 2013년 연구를 통해 멀티태스킹의 위험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디지털 미디어를 이용하여 멀티태스킹에 몰두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우울증세가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원문링크)
연구팀은 동시에 여러 일을 하면서 뇌에서 어떤 정보가 더 중요한지 가려내는 능력이 저하되기 때문에 우울증세가 높아지는 것으로 보았다. 주의력 통제의 결핍이 우울증이나 사회적 불안감을 가지고 온 것이다.
꾸준한 멀티태스킹, 뇌를 젊게 만들기도
반면, 꾸준한 멀티태스킹 뇌 훈련이 늙은 뇌도 젊게 만든다는 연구도 있었다. 2013년 E.존 스톤(E. Johnston)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University of California) 연구팀은 학술지 '네이처'(nature)를 통해 관련 연구를 발표했다. (원문링크)
연구팀은 멀티태스킹 방식의 컴퓨터 게임을 지속적으로 한 노인은 기억력과 집중력이 눈에 띄게 개선되었다고 밝혔다. 20~80대 참가자들의 뇌 변화를 비교 관찰하였다. 그 결과 초반에는 20대 참가자의 성과가 좋았지만, 6개월이 지나가 비슷해졌다는 것이다. (관련영상)
뇌파 흐름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세타(theta)파의 양이 폭발적으로 늘었는데, 주의력과 관련 있는 뇌파로 주로 20대의 뇌에서 활발하게 나타난다. 80대 참가자들의 세타파 양이 늘었다는 것은 이들의 뇌가 20대처럼 젊어지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뇌 인지 능력이 게임 외 일상 활동에서도 좋아졌기 때문에 이번 사례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주의력과 기억력 개선 문제를 다루었기 때문이다. 뇌 과학의 판도를 바꿀 연구라는 평가와 함께 뇌가 훈련으로 젊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물론 이번 사례를 보고 섣불리 판단을 내려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뇌 훈련을 통한 주의력과 기억력 향상 분야의 연구가 초기 단계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올바른 훈련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시상망상핵, 멀티태스킹을 가능하게 하다
그렇다면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이유는 무엇일까. 보 리(Bo Li) 콜드스프링하버 연구소(Cold Spring Harbor Laboratory) 박사팀은 지난해 12월 학술지 '네이처 뉴로 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를 통해 멀티태스킹의 메커니즘을 밝히는 연구를 발표했다. (원문링크)
연구팀은 쥐의 뇌에서 주의와 감각 과정을 제어하는 신경 회로를 찾아냈다. 이 과정에서 멀티태스킹이 어떻게 일어나게 되는 것인지를 확인하였다. 동시에 뇌의 어느 부분에서 집중이 가능해지는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시상망상핵(TRN)은 감각 정보가 피질로 들어가는 관문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기본 메커니즘은 불분명한 상태였다. 연구팀은 발현하는 TRN 신경세포에서 Erbb4 유전자 결핍이 쥐의 감각 선택 의존적 행동을 현저하게 바꾼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시상망상핵을 이루는 개별 뉴런이 피질로 정보를 보내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멀티태스킹의 메커니즘을 알아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상당히 유의미한 결과를 가지고 왔다.
멀티태스킹이 나쁘다 혹은 좋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때에 따라서는 한 가지에 집중해야 할 때가 있는 반면, 한 번에 여러 일을 처리해야 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멀티태스킹을 할지 안 할지는 본인의 판단에 달려있다.
- 이슬기 객원기자
- justice0527@hanmail.net
- 저작권자 2016-01-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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