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전투 형태는 적을 먼저 발견하여 타격하되, 가능한 한 사람은 직접 참가하지 않는 무인 공격 방식을 추구한다. 이를 위해서는 강력한 성능의 레이더와 최첨단 IT 기술, 그리고 다양한 통제 시스템이 필수적인데, 공중조기경보기(Airborne Early Warning)가 바로 이런 작전과 전술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공중과 해상, 그리고 육지에서 적들의 움직임을 완벽하게 탐지할 수 있는 공중조기경보기는 비나 눈 등의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360도 전 방위 형태로 공중과 해상을 탐지 감시할 수 있는 레이더를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공중조기경보기는 현대 공중전에 있어 꼭 필요한 무기 시스템이지만, 너무 비싸고 유지관리도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워낙 고가이다 보니 이를 호위하는 4대의 전투기가 항상 붙어 다녀야 하고, 레이더 추적 미사일을 방해하는 장치도 갖춰야 하는 등 제작 및 유지관리 비용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이 소요된다.
유지비용이 저렴한 비행선 형태의 조기경보기
방위산업 전문 매체인 디펜스인더스트리데일리(Defenseindustrydaily)는 미 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가 비행선 형태의 조기경보기 성능을 파악하기 위해 시험비행에 나섰다고 보도하면서, 정확도와 기동력 면에서는 기존 공중조기경보기에 비해 떨어지지만 유지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장점 때문에 차세대 조기경보 시스템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관련 링크)
조기경보 시스템의 이름은 ‘지상요격 미사일방어망 감시 합동시스템’의 머리글자를 딴 제이렌스(JLENS)다. 주요 군사보호 지역의 상공에서 날아오는 적국의 미사일을 포착하여 이를 지상 통제센터에 알리고, 동시에 지상의 미사일 요격시스템을 가동시켜 적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제이렌스는 약 70미터(m) 길이의 무인 비행선으로, 모두 두 가지 형태의 레이더를 동체 아래에 탑재하고 있다. 첫 번째는 수색 용도의 ‘VHF Band Radar’이고 두 번째는 화력을 통제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X Band Radar’다.
비행선 내부는 헬륨이 충진 되어 있어서 풍선처럼 일 년 내내 떠 있을 수 있다. 또한 무인으로 운영되어 근무자들 간 교대도 필요 없기 때문에, 장시간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다만 상승 가능 높이가 약 3000미터에서 4500미터 정도여서, 기존 공중조기경보기에 비하면 많이 낮은 편이다.
이 같은 공중 레이더 시스템은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형태이기 때문에, 산이나 건물 같은 지형지물에 가리지 않고 적을 수색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반면에 군함이나 지상에 위치한 레이더는 장애물에 가로막히면 적의 미사일이나 저공비행을 하는 무인기 등을 찾아내기 어렵다.
현재 제이렌스를 개발하고 있는 곳은 세계 최대 규모의 미사일 제조업체인 레이시언(raytheon)이다. 레이시언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뉴멕시코주에서 실시된 성능 실험에서 4개의 전략 탄도미사일을 성공적으로 식별하고 추적한 것으로 나타나, 지상에서 이뤄지는 레이더 감시보다 훨씬 뛰어난 탐지 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 관계자는 “제이렌스는 미사일 발사지점 추정 및 탐지, 그리고 미사일의 궤적 식별 등 다양한 임무를 모두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말하며 “지금 당장 어떤 곳에 배치하더라도 제이렌스는 맡겨진 임무를 충분히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국이 제이렌스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는 이유는 러시아의 새 순항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미 항공우주방위사령부의 찰스 제이코비(Charles Jacoby) 사령관은 “러시아 잠수함들이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순항 미사일을 싣고 대서양 건너 미국 동부 해안에 주기적으로 나타나면서, 미 당국 내에서는 러시아의 위협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최근 밝힌 바 있다.
그는 제이렌스가 러시아 잠수함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한 대응 계획임을 숨기지 않으며, 향후 배치 계획에 대해 “앞으로 3년간 시험 운용해 본 뒤, 수도에 대한 영공 수색을 시작으로 서서히 감시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억지력 확보를 위해서는 정찰 자산에 투자해야
미래 무기 개발 방향의 핵심은 경제성이다. 공중 조기경보기의 성능이 아무리 뛰어나다 하더라도 이를 계속 공중에 띄우기 위해서는 막대한 연료비가 소요된다. 또한 지속적이고도 철저한 정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조종사 등 근무자를 계속 교대해줘야 하는데, 이로 인한 추가 비용도 엄청나게 발생한다.
반면에 제이렌스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유지비다. 1년 내내 공중에 띄워도 연료비가 들지 않는 데다, 사람이 탑승하지 않기 때문에 다시 내려올 필요도 없다. 혹시 모를 적의 공격으로 파괴된다 하더라도, 사람은 지상의 통제실에 있기 때문에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레이시언이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한 대의 제이렌스가 수색하는 반경은 한 달 동안 약 550킬로미터(km)에 달하는 지역을 감시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면서 만약 조기 경보기를 통해서 이 같은 일을 하려 한다면 2~3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레이시언의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테스트해 본 결과, 제이렌스의 유지비용은 기존 조기경보기에 비해 1/5에서 1/7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되었다”라고 언급하며 “특히 한반도 같은 경우 한 대의 제이렌스 만으로도 전 지역을 감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다수 군사 전문가들은 제이렌스가 공중 조기경보기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이렌스가 할 수 없는 일은 결국 공중 조기경보기가 완수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분쟁이 발생되어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갈 때는 신속한 감시가 필요한데, 이런 임무는 역시 공중 조기경보기가 제격이기 때문이다. 또한 적의 대공화기 공격이나 미사일 공격, 적기의 공격이 예상되는 위험 지대에는 상승 고도도 낮고 크기도 큰 제이렌스는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제이렌스와 공중 조기경보기를 배치되는 관계가 아닌 서로가 돕는 상호 보완적 관계로 정의하고 있다. 제이렌스는 고정적인 감시가 필요할 때나, 감시 시스템에 대한 적들의 파상 공격이 우려될 때, 기존 조기경보기의 임무 부담을 덜어주고 운용비용까지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미 항공우주방위사령부는 제이렌스 개발 및 테스트에 총 14억 달러 정도를 예상하고 있으며, 이미 투입된 비용만도 10억 달러를 넘고 있다. 최근 들어 미국은 정부의 예산 삭감 바람 속에서도 제이렌스 사업만큼은 정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미래의 억지력 확보를 위해서는 정찰 자산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충분히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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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5-01-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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