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나른한 봄 날씨에는 특히 힘들어하는 직장인들이 많다. 식곤증에다 춘곤증까지 더해져 오후만 되어도 축축 처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이럴 땐 퇴근이 보약이지만, 근무 시간은 더디게 흐르기 마련이다.
우리나라의 임금 근로자 및 자영업자 등 전체 취업자의 평균 근무시간은 지난해 기준으로 2124시간으로 OECD 회원국 34개국 가운데 멕시코(2228시간)에 이어 2위다. 한국인들은 OECD 회원국 평균(1770시간)보다 연간 354시간, 주당 평균 6.8시간 더 일한다. 1인당 평균 근로시간이 가장 짧은 독일(1371시간)에 비하면 연간 4개월을 더 일하는 셈이다.
현재 많은 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는 ‘하루 8시간 근무제’의 시초는 세계적 자동차회사 포드의 창설자인 헨리 포드가 1914년 미국 디트로이트 공장 노동자들에게 적용했던 시스템이다. 당시만 해도 하루 10시간 근무가 기본이었으니 헨리 포드의 이 같은 실험은 획기적인 일이었다.
그가 근무시간을 줄인 이유는 직원들의 여가 시간을 늘려 공장 밖에서의 소비 구매력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근무시간이 줄어들자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과 생산량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었다. 이후 헨리 포드의 하루 8시간 근무제는 점차 확산돼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이 시스템의 도입 이후 100여 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세계의 노동 생산성은 2배 이상 늘었다. 그런데 근무 시간의 변화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어떻게 보면 근무시간은 양날의 검과 비슷하다. 적절한 노동은 뇌를 자극하는 효과가 있지만, 너무 오래 일하게 되면 피로와 스트레스를 유발해 인지 기능 저하 등의 부작용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그럼 과연 현대인들에게 적절한 근무시간은 어느 정도일까.
근무시간 길면 치매 및 심혈관질환 위험 높아져
미국 스탠포드대학 연구진이 2014년 발표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주당 근무시간이 50시간이 넘을 경우 생산성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러다 55시간을 넘으면 생산성은 급격히 추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당 50시간 이상의 노동은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핀란드대학에서 발표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주당 49~54시간을 일하는 사람들은 49시간 미간으로 일한 사람들보다 뇌출혈 발생 확률이 27% 증가했다. 또 55시간 이상 일하는 사람들은 35~40시간 일하는 사람들에 비해 뇌출혈 발생 확률이 33% 높게 나타난 것.
주당 55시간 이상 근무하면 치매에 걸릴 위험도 높아진다. 핀란드 산업보건연구소의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1주일에 55시간 이상 일하는 사람은 40시간 이하로 일하는 사람보다 단기기억력, 인지능력 테스트에서 훨씬 낮은 점수를 받았다. 그에 따르면 장시간 근무는 담배가 뇌에 악영향을 주는 정도의 피해를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근무시간이 길수록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도 높아진다. 지난 3월 미국 텍사스대학 연구진이 직장인 1926명을 대상으로 장기간에 걸쳐 조사해 발표한 분석 결과에 의하면, 주당 55시간씩 10년 이상 근무할 경우 주 45시간 근무한 사람에 비해 심혈관질환 위험이 16%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근무시간이 60시간이면 심혈관질환 위험은 35%, 주 65시간이면 52%, 주 70시간이면 74%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사실 근로자인 개인이 근무시간을 마음대로 조절하기란 불가능하다. 따라서 근무시간이 많은 직장인들의 경우 근무시간 짬짬이 스트레칭을 하거나 식생활을 개선하는 등 스스로 미리 예방 대책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초과 근무하면 무직자보다 인지능력 더 떨어져
그런데 최근 40대 이상의 직장인은 1주일에 25시간 일할 때 가장 효율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일본 게이오대학의 콜린 맥켄지 교수팀이 발표한 이 연구결과는 호주 멜버른대학 응용경제사회연구소가 40세 이상 남자 3000명, 여자 3500명을 대상으로 한 데이터의 분석 결과이다.
연구진은 이들의 주당 근무시간과 비교해 기억력 및 언어능력, 숫자를 거꾸로 외운 뒤 정해진 시간 내에 숫자와 문자 맞히기 등의 인지기능 테스트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일반적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들은 1주일에 평균 25시간 정도 일하는 사람들로 드러난 것.
실험대상자들의 인지 기능은 주당 25시간 정도 일하는 선까지는 대체로 높아지다가 주당 25시간을 넘겨 주당 35시간까지는 완만하게 떨어진 후 주당 40시간 이상 일을 하게 되면 급격히 떨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정년퇴직 연령을 높이는 국가들의 경우 이번 연구결과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지나치게 오래 일하는 것이 아예 아무 일도 안 하는 것보다 뇌의 인지 기능에 더 나쁘다는 사실이다. 이번 연구에서 1주일에 60시간 이상 일하는 사람들의 인지 능력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사람보다 더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 이성규 객원기자
- yess01@hanmail.net
- 저작권자 2016-04-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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