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13,2017

지역문제 해결, ‘리빙랩’ 프로젝트

서울, 성남, 대전, 제주 등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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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문제는 어디나 다 비슷비슷하다. 충분한 교육 시설, 안전과 위생, 교통 편의성, 상권 활성화 등 인간의 보편적인 삶의 문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지역 문제는 다 제각각이다. 산업 기반, 인구 구성, 도시 근접성 등 지역 환경에 따라 같은 문제라도 다른 형태로, 다른 정도로 나타난다. 제주의 교통 문제와 대전의 교통 문제가 같을 수 없다. 지역마다 가용 예산, 집행 조직 등도 달라 해결하는 방식도 달라야 한다. 즉 지역 문제는 몇 개의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1000개의 문제에 1000개의 해답이 있다.

이 같은 특성으로 지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현실적이고 실리적인 방법으로 리빙랩(Living Lab)이 부상하고 있다. 리빙랩은 말 그대로 살아있는 연구실이다. 연구자가 연구실 안에서만 진행하는 연구가 아니라 시민(수요자)이 직접 참여해 함께 문제를 풀어나가고 결과물을 만드는 개방형 실험실을 의미한다. 국가 과학기술 연구에서도 리빙랩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지역 문제는 철저히 지역의 상황에 기반해 지역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풀어야 할 문제라는 점에서 리빙랩의 철학이 가장 잘 맞아떨어지는 분야다.

지방자치단체 및 지역기관들이 지역 현안 해을 위해 리빙랩을 적극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에 열린 리빙랩 세미나 ⓒ STEPI

지방자치단체 및 지역기관들이 지역 현안 해을 위해 리빙랩을 적극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에 열린 리빙랩 세미나 ⓒ STEPI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해 리빙랩을 구성하거나 리빙랩 형태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 서울시, 성남시, 대전시, 제주시, 포항시 등이 상시 리빙랩 혹은 특정 문제 해결을 위해 리빙랩을 운영하고 있다. 다른 지자체들도 리빙랩 도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추세다. 대부분 초기 실험의 성격이 강하지만 일부 프로젝트의 경우는 시민들의 호응을 얻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등 좋은 출발을 보이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는 200명의 시니어평가단이 참여하는 성남시니어리빙랩을 운영하고 있다. 성남고령종합체험관 정덕영 R&BD 센터장은 “지난 10년간 기업들이 노인을 위한 다양한 제품과 기술이 나왔지만 90%는 실패로 돌아갔다”며 “아이디어가 산업체에서 나오다보니 막상 제품이 나와도 노인들은 거들떠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말한다.

이 같은 지점에 주목해 연구자와 개발 기업뿐 아니라 시니어 소비자가 참여하는 시니어리빙랩을 운영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센터에는 고령친화 제품을 생산하는 150개 기업이 입주해있어 리빙랩을 통해 보다 사용자 친화적인 제품 개발을 할 수 있게 됐고 노인들은 자신들의 아이디어와 평가 결과가 반영돼 쓸만한 제품이 나오는 놀라운 경험을 하고 있다.

시니어리빙랩은 200명의 평가단으로 로봇 블록의 사용성 평가, 고령자 하지 재활운동기기 사용성 평가, 고령자 우울증 개선을 위한 심리치료 프로그램 사용성 평가 등 총 13건의 사용성 평가지원을 했다. 특히 리빙랩을 운영해 개발된 스마트 비데의 경우 대표적인 성공사례이다. 노인들이 비데 기능 자체 문제가 아니라 비데에서 일어나는 순간 낙상하는 사례가 많은 점이 리빙랩을 통해 파악돼 비데에 승하강 리프트 기능을 추가함으로써 시니어들로부터 극찬은 받은 것이다.

시니어리빙랩을 운영하고 있는 성남고형체험관 ⓒ 성남시 공식 블로그

시니어리빙랩을 운영하고 있는 성남고형체험관 ⓒ 성남시 공식 블로그

지역 곳곳에 IoT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서울 북촌의 경우도 리빙랩 형태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연간 100만명이 방문하는 북촌의 경우 한옥 밀집 지역으로 거주민, 소상공인, 관광객 등의 이해관계가 상이해 종종 갈등이 불거지곤 한다.

거주민은 쓰레기, 소음, 불법 주차 등 관광객 증가에 따른 생활 불편을 호소하고 있으며 소상공인은 상권 활성화가 미흡한 것이 불만이다. 관광객이 원하는 것은 무료 와이파이와 풍부한 관광정보, 관광명소의 개방 등을 원하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시범사업을 통해 1개의 주거지역, 5개의 상권 지역을 대상으로 실증 서비스를 적용했으며 어린이 통학 안전서비스, 아파트 공동현관 스마트폰 출입 시스템, NFC 기반의 상점시설 안내 서비스 등 이해상충을 완화하고 다수에게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혁신파크는 지난해 2억 5000만원을 투입해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리빙랩 실험을 진행했으며 올해도 추진할 계획이다. 공모전 형태의 기획이긴 하지만 실제 지역의 현안을 해결하는 방법을 아이디어로 내고 이를 구현하는 단계까지 나아간다는 점에서 리빙랩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리빙랩으로 운영된 서울 북촌 IoT 실증 현장을 체험하는 리빙랩 관계자들. ⓒ STEPI

리빙랩으로 운영된 서울 북촌 IoT 실증 현장을 체험하는 리빙랩 관계자들. ⓒ STEPI

지난해 총 48개의 응모 아이디어 중 6개가 선정됐는데 이 가운데 독산 4동 행복주차주민위원회가 진행한 행복주차골목 만들기는 다른 지역에서도 참조할만한 사례로 꼽힌다. 좁은 골목에 많은 빌라와 주택으로 늘 고질적인 주차난을 겪고 있던 독산 4동은 거주자 ‘골목이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는 슬로건 아래 거주자우선주차구역을 과감하게 공유주차 구역으로 바꿔 큰 효과를 본 케이스다. 낮에 비어있는 거주자우선 주차구역에 주민은 물론 외부 차량도 주차할 수 있게 했으며 주차로 인한 불필요한 갈등이 현저하게 줄었다는 것이다. 주민들의 참여와 양보가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을 성과라고 볼 수 있다.

대전시는 시민참여연구센터라는 조직을 통해 2015년부터 리빙랩 형태로 지역 문제를 접근하고 있다. 서로 다른 지역적 특성이 뚜렷한 대화동, 중촌동, 금산군 3개 지역을 대상으로 총 72건의 사회문제를 도출했으며 전문가 기술 검토를 통해 영역별 추진과제를 선정하는 등 체계가 잡혀가고 있다. 올해 시범사업으로 ‘센서기반 오장동 농수산물 시장관리 리빙랩’을 제안하기도 했다.

독산4동 행복주차골목 조성 중인 마을 주민들 ⓒ 황석연의 미래교육연구소 블로그

독산4동 행복주차골목 조성 중인 마을 주민들 ⓒ 황석연의 미래교육연구소 블로그

제주시 역시 제주테크노파크를 중심으로 제주 원도심 문제를 해결하는 리빙랩을 운영하고 있다. 제주TP 강민성팀장은 “지역 현안과 연계한 다양한 SW지원 플랫폼 구축 성공사례를 통해 제주를 SOS(Software Oriented Society)로 만들어가는 것이 목표”라며 “특히 지역주민이 수혜대상이 되는 원도심 활성화 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민과 상인이 체감하는 현안 문제를 별개로 도출하되 문제를 함께 풀어가는 방식은 리빙랩이 아니면 가능하지 않은 것들이다.

지자체 리빙랩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전국 리빙랩 관련된 관계자들이 모여 운영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교류를 다지는 한국리빙랩네트워크(KNoLL: Korean Network of Living Labs)도 이달 말 만들어진다. KNoLL에는 각 지자체 리빙랩 운영자들과 미래부,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등 정부와 국책 연구소, 각 지역 테크노파크 및 진흥재단, 지역 소재 대학교 등이 멤버로 참여한다.

대전시 리빙랩을 주도하고 있는 대전시민사회연구센터 ⓒ 대전시민사회연구센터

대전시 리빙랩을 주도하고 있는 대전시민사회연구센터 ⓒ 대전시민사회연구센터

리빙랩이 활성화돼있는 유럽의 유럽리빙랩네트워크(ENoLL: European Network of Living Labs)의 활동을 벤치마크해 국내 리빙랩 구심 역할을 할 계획이다. 성지은 STEPI 연구위원은 “지역 문제 해결을 고민하는 지자체 및 지역기관들이 리빙랩과 관련해 큰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며 “예산 확보, 주민 동의와 참여, 지역 기관의 도움 등 제반 여건이 함께 마련돼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리빙랩은 지역 현안을 해결하는 가장 실효성있는 접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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