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avian influenza)’는 닭과 오리, 야생조류 등에서 바이러스 감염으로 발생하는 급성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다. 사람에게서도 드물게 감염증을 일으키는 이 질환은 지난 2003년부터 발병률이 늘어나 의학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천연물질로부터 조류독감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 구조체를 밝혔다. 엄수현 광주과학기술원 교수와 박기훈 경상대 교수가 연구를 진행해 오동나무에서 추출한 천연 플라보노이드에서 조류독감의 원인으로 알려진 단백질 ‘뉴라미니데이즈’에 결합된 3차원 구조를 밝힌 것이다.
신약개발에 필수적인 원자 수준의 3차원 복합체 구조를 밝힌 만큼 이번 연구가 플라보노이드와 병원균 단백질의 상호작용을 규명, 천연물 유래 항균·항바이러스제 개발 연구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플라보노이드와 뉴라미니데이즈 관계 밝혀
엄수현 교수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오동나무에서 추출한 플라보노이드가 뉴라미니데이즈 활성을 억제하는 데 효능이 있다는 것을 밝혔다. 플라보노이드와 뉴라미니데이즈 복합체의 3차원 구조를 X-선 결정학적 방법으로 밝혀낸 것이다.
플라보노이드란 식물에 다량으로 존재해 항산화제 기능을 하는 천연색소를 의미한다. 엄 교수팀은 이러한 천연물질이 조류독감과 복막염 등을 유발하는 각종 바이러스와 병원성 박테리아의 감염, 증식에 필수 숙주세포인 단백질 뉴라미니데이즈를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을 원자수준에서 규명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시알산 기반의 타미플루, 리렌자 등의 뉴라미니데이즈 억제제가 아닌 플라보노이드계 천연물도 뉴라미니데이즈 억제에 뛰어나다는 것을 알아낸 만큼 앞으로 플라보노이드 기반의 항균․항바이러스 제를 개발하는 데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뉴라미니데이즈는 세포 내 기질인 시알산(sialic acid)이 결합한 화합물에 작용해 시알산을 가수분해하는 효소입니다. 조류독감과 간염, 에이즈(AIDS)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바이러스와 복막염, 가스괴저병 등을 유발하는 병원성 세균의 인체 내 감염과 증식에 필수적인 숙주세포 인식단백질(N항원)입니다. 뉴라미니데이즈 효소활성을 억제하는 것은 병원균의 감염과 증식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신약 개발을 위한 표적 단백질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시알산은 단백질이나 당지질에 결합된 아미노당으로 뉴라미니데이즈의 기질로 작용한다. 화학구조로 보면 가운데에 고리모양의 기본골격에 여러 작용기들이 붙어있는 형태다. 반면 플라보노이드는 세 개의 고리 모양을 지닌 화학구조를 기본골격으로 하되 길게 뻗은 제라닐 잔기를 포함한 다양한 작용기를 가진다. 시알산 기반 타미플루와 리렌자에 비교할 때 천연 플라보노이드는 새로운 화학구조를 갖는 뉴라미니데이즈 저해물질인 셈이다.
“구체적으로는 디플라콘이 복막염이나 가스 괴저병을 유발하는 병원성 세균 ‘클로스트리디움’이 뉴라미니데이즈와 어떻게 결합해 효소기능을 억제하는지를 원자수준에서 확인했어요. 특히 이번에 규명한 플라보노이드 복합체는 사람이 가진 뉴라미니데이즈에는 작용하지 않을 것으로 계산되고 있어 부작용의 가능성이 매우 낮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 실질적인 입증이 선행 되겠지만 구조 비교를 통해 이러한 연구결과가 나왔죠.
천연식물색소의 항뉴라미니데이즈 연구는 국내 뿐 아니라 미국, 일본, 스위스, 독일 등 여러 국가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때문에 저희가 발견한 천연 플라보노이드를 포함, 다양한 천연물질들의 항바이러스 효능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성과는 처음으로 뉴라미니데이즈와 천연 플라보노이드의 복합체에 대한 3차원 구조를 규명하고 이것을 통해 원자 수준에서 결합 정보를 확보했다는 점입니다.”
또한 연구팀은 타미플루 내성 바이러스의 뉴라미니데이즈와의 비교 분석을 수행했고 그 결과 디플라콘이 변이 뉴라미니데이즈에도 활성억제기능을 가질 것으로 계산돼 향후 타미플루 내성 바이러스의 감염과 증식을 억제하는 데 이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장 어려운 점? 플라보노이드 용해도 높이는 과정
엄수현 교수팀은 이번 연구에 약 5년의 시간에 소요했다. 이 기간 중에서도 ‘뉴라미니데이즈-플라보노이드’의 3차원 복합체 구조를 규명하는 데만 약 3년 반의 시간이 걸렸다. 연구성과를 발표하는 동안 스위스와 독일, 오스트리아 등의 연구기관에서 3차원 복합체 구조에 대한 관심을 보인 만큼 엄 교수팀은 해당 연구분야가 전 세계의 관심사라는 것을 더욱 강하게 느꼈다.
“신종플루와 조류독감으로 인한 양계업종의 닭‧오리의 폐사와 환자의 사망, 그리고 타미플루의 내성바이러스 출현 등으로 저희 연구 결과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앞으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더욱 실감하고 있어요.”
엄수현 교수팀이 이번 연구를 진행한 것은 엄 교수팀의 연구실이 X-선을 이용한 단백질의 3차원 구조 규명 연구를 약 25년 정도 수행해 오면서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이다. 엄 교수는 “그동안 구조기반의 신약개발 연구에도 관심을 갖고 있었다”고 이야기 했다.
“최근 조류독감 및 신종플루를 억제하는 항뉴라미니데이즈 글로벌 신약인 타미플루가 인체 내에서 부작용을 일으키고, 생체 이용률은 낮을 뿐 아니라 타미플루 내성 바이러스가 출현해 환자가 사망했다는 사례들이 보고됐습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여러 표적 선도물질을 발굴하는 작업이 많은 연구진에 의해 진행돼 왔어요. 이 중 자연에 존재하며 독성이 거의 없는 천연물 유래의 플라보노이드가 항뉴라미니데이즈 효능을 보인다는 것이 입증된 거죠.
하지만 억제활성이 높은 플라보노이드의 경우 일반적으로 천연물 유래 플라보노이드는 자체의 불용성이 높아 신약개발에 필요한 원자 수준의 복합체 구조 정보가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팀이 이번 연구를 진행하게 된 것입니다.”
정보가 전혀 알려지지 않은 만큼 연구과정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단백질인 뉴라미니데이즈와 천연 플라보노이드의 결합 구조를 규명하려면 우선 플라보노이드가 용액에 녹는 조건을 탐색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플라보노이드는 불용성의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플라보노이드 자체의 용해도를 높이는 과정에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뉴라미니데이즈-플라보노이드 복합체 구조가 현재까지 규명이 되지 않은 이유가 있구나, 싶었어요. (웃음) 여러 어려움에 봉착하니까 연구를 포기할까 싶은 생각도 없던 건 아닙니다. 하지만 그 때마다 이영진, 윤형섭 박사과정 연구원들의 지속적인 노력이 있었고 덕분에3차원 복합체 구조를 규명할 수 있었습니다.”
오동나무에서 추출한 천연 플라보노이드는 병원성 세균과 다양한 바이러스의 인체 및 동물 감염 및 증식을 억제하는 항생제 및 항바이러스제의 개발에 적용될 수 있다. 또한 건강기능성 식품으로도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 받고 있다. 뉴라미니데이즈-플라보노이드의 복합체 구조는 천연 플라보노이드를 이용한 항뉴라미니데이즈 연구 및 개발에 원자 수준의 구조적 정보로 사용될 수 있어 천연 플라보노이드 계열 신약개발에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엄수현 교수의 설명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인 만큼 국내외에서 관심을 보여주고 있어 뿌듯합니다. 감사하기도 하고요. 현재 저희 연구팀은 추가적인 관련 연구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특허를 출원했고 해외특허 출원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발굴한 플라보노이드의 항뉴라미니데이즈의 후보물질개발, 전임상, 임상 등 신약개발 연구에는 추가적인 동반자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조속한 시일 내에 공동연구 파트너를 찾아 기초연구로부터 신약개발로 이어지는 활용화 연구까지 계속 진행하고 싶습니다.”
-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 저작권자 2014-05-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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