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출신의 무선통신 발명자 마르코니(Guglielmo Marconi).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1974년, 마르코니 재단은 설립됐다. 이후 마르코니 재단은 매년 통신 분야에 획기적인 기여를 한 과학자들에게 '마르코니 상'을 수여한다. 만 27세 이하의 젊은 과학자들에게만 주는 상이다.
젊은 과학자들을 위한 통신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마르코니 상. 이에는 지난 2012년 카이스트 조근영 박사과정 학생이 10기가비트급 차세대 초고속 광가입자망을 경제적으로 구현하는 방식의 연구를 통해 아시아 최초로 수상한 바 있다. 여기에 이어 올 해 2014년에는 카이스트 전기및전자공학과 박사과정생인 송기석 학생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웨어러블 헬스케어 시스템 개발, 세계 과학계 '눈독'
송기석 학생은 유회준 카이스트 교수팀에 속한 연구자로 웨어러블 헬스케어 시스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유회준 교수 역시 차세대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기에 대한 연구로 독보적인 길을 걷고 있는 과학자인 만큼 '그 선생에 그 제자' 라고 할 수 있는 셈이다.
송기석 씨는 지난 2009년부터 메디컬 시스템 온 칩(SoC, System on Chip) 분야에서 다양한 미래지향적 연구논문을 발표해 왔다. 마르코니 상은 연구자의 특정 논문을 심사하기보다 연구자의 대학원 생활 전반을 들여다보는데, 송기석 씨가 바이오 메디컬 SoC 분야 산업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바이오 헬스케어 시스템을 상용화하기 위해 활발히 노력한 점을 인정해 수상자로 선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그는 석·박사 기간 동안 30여 편의 국제논문과 10여 편의 특허를 출원해 두각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와 함께 스마트 전기침, 피부를 통해 약물을 전달하는 이온토포레시스 패치, 통증 없이 정확한 혈당 수치를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바이오 메디컬 시스템에 대한 폭넓은 연구를 수행해 왔다.
"제 경우 웨어러블 헬스케어 시스템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생체 신호를 비롯한 각종 바이오 메디컬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연구를 진행했다는 점에 주목을 받은 것 같습니다. 새로운 종류의 데이터 통신 기술 연구에 주력했거든요. 최근 구글 글라스나 각 종 스마트 워치 등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발전하면서 '웨어러블 헬스케어', '원격 의료' 등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증가하고 있어요. 그 가운데 바이오 메디컬 통신이 주목을 받은 것 같습니다. 더불어 제 경우 대학원 생활 동안 다양한 주제의 논문 뿐 아니라, 특허를 비롯해 회사와 병원 등 여러 기관과의 협업으로 개발한 내용에 대해 상품화를 하려고 애를 썼습니다. 이런 과정이 높게 평가를 받은 것 같습니다."
그는 주로 바이오 메디컬 시스템 온 칩을 이용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해 왔다. 그렇다면 과연 바이오 메디컬 시스템 온 칩이란 어떤 기술일까. 이에 대해 송기석 박사과정생은 "먼저 시스템 온 칩(SoC)에 대해 설명을 해야 할 것 같다"고 운을 떼며 차근 차근 설명을 이어나갔다.
"시스템 온 칩(SoC)이란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한 여러 개의 기능 요소들을 하나의 칩에 집적해 구현을 하는 칩입니다. 쉽게 비유 하자면 예전에 사용한 무전기처럼 큰 휴대폰과 지금 사용하는 스마트폰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의 경우 예전의 '무전기 휴대폰'의 기능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그것을 능가하는 더욱 많은 기능들을 구현하고 있죠. 물론 더 작고 가볍게요. 시스템 온 칩(SoC)도 이와 마찬가지로 기존의 커다란 시스템들을 보다 더 작고 가볍게 구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단, 더 많은 기능성을 갖도록 하나의 작은 칩으로 구현하죠. 여기서부터 바이오 메디컬 시스템 온 칩을 생각할 수 있어요. 기존에 병원이나 가정에서 사용되는 커다란 의료 장비들을 매우 작은 칩으로 만드는 것이죠. 이렇게 만들어진 칩은 크기는 작지만 성능은 매우 뛰어납니다. 최근 고령화 사회가 심화되고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원격의료 혹은 웨어러블 헬스케어 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원격 의료 혹은 웨어러블 헬스케어를 위한 최적의 대안으로서 바이오 메디컬 시스템 온 칩이 가장 유력하기 때문에 연구자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는 상태죠."
송기석 씨가 그간 진행한 연구를 살펴보면 바이오 메디컬 시스템 온 칩 중에서도 전기 자극기(electrical stimulator) 부분을 주로 연구했다. 기존에도 다양한 목적을 위한 전기 자극기가 개발됐지만 송기석 씨 연구의 가장 큰 차별점은 전기 자극을 가하면서 환자의 상태를 모니터링(바이오 피드백)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할 경우 보다 효과적이고 안전한 전기 자극을 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송 씨는 바이오 피드백 전기 자극기를 이용해 패치형 전기침과 패치형 이온토포레시스 시스템을 개발했다.
"패치형 전기침은 크기가 동전만큼 매우 작습니다. 환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전기침 자극을 할 수 있죠. 기존의 전기침 치료기보다 훨씬 작고 가벼우면서 성능은 더 뛰어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1/100 수준으로 낮췄죠. 기존의 전기침 치료기는 전선이 연결된 커다란 집게를 침에 연결하기 때문에 환자가 움직이거나 선에 힘이 실리게 되면 침이 구부러지거나 뽑힐 우려가 있습니다. 반면 제가 제안한 패치형 전기침은 몸 위에 직접 붙어서 복잡한 선 연결을 제거했고, 근전도 및 체온 등의 생체 신호를 감지해 환자의 상태와 치료 효과 등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패치형 이온토포레시스 시스템은 마스크 팩처럼 얼굴에 덮어 약물을 피부에 주입하는 원리를 갖고 있다. 피부를 통해 약물을 흡수하는 경피 약물 투여에 미세 전류 자극을 가해 효과적으로 약물을 전달할 수 있도록 한다. 기존에도 미세 전류 자극을 이용해 화장품을 흡수시키는 마스크 팩들이 있었지만 미세 전류 자극을 정확하게 제어할 수 없고 피부 상태나 화장품 흡수 상태 등을 모니터링 할 수가 없어 시장에서 널리 사용 되지는 못했다.
"개발한 패치형 이온토포레시스 시스템은 패치 위의 이온토포레시스 반도체 칩에서 정확하게 미세 전류를 제어해 안전하고 정확한 화장품 흡수를 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현재 흡수된 화장품의 양을 측정해 사용자에게 알려주기 때문에 보다 효과적인 피부 관리가 가능하죠."
송 씨는 현재 비침습적으로 혈당을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연구 중에 있다. 비침습 혈당 측정은 매우 오래 전부터 연구가 진행돼 왔지만 여러 가지 잡음 요인들로 인해 정확도에 문제가 발생했고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송 씨는 "현재 바이오 메디컬 시스템 온 칩을 이용해 비침습 혈당 측정의 정확도를 높이는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고 이야기 했다.
사람들의 삶, 변화시키는 연구자 되고 싶어
헌데 그의 이력을 보면 알 수 있듯, 송기석 씨는 바이오 분야 전공자가 아니다. 전자과 출신의 연구자로 학부 때부터 지금가지 쭉 같은 분야에서 수학(受學)했다. 그렇다면 전기전자를 공부한 연구자가 바이오 분야에는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된 걸까.
"제가 전자과를 선택한 이유는 해당 분야가 사람들의 삶의 방식에 가장 큰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스마트폰을 들 수 있겠죠. 다만 최근의 스마트폰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 수준과, 현재 구현 되는 기술 수준이 매우 비슷해졌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헬스케어 시스템의 경우 사람들의 니즈(needs)와 기술수준의 격차가 큽니다. 때문에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해서 헬스케어 시스템을 연구하게 됐죠."
송 씨는 "앞으로 스마트 헬스케어 시스템은 매우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방향으로 변화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기존에 헬스케어가 주로 이뤄졌던 병원은 물론 가정과 개인 주변에서도 적용 될 것으로 본다"고 이야기 했다.
"다양한 장소에서 헬스케어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가장 쉽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이 IT기기와의 연동입니다. 지금까지 IT기기들이 놀라울 정도로 발전을 해왔지만, 최근에는 기술의 혁신성면에서 스마트폰 초기 상태보다 포화가 돼 가는 느낌이에요. 따라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 혁신이 필요합니다. 그 갈증을 해소해 주는 핵심은 헬스케어 기술이라고 생각해요. 최근 출시된 삼성의 갤럭시 기어 등 스마트 시계류 같은 경우에도 기존의 스마트폰과 구분을 짓는 기술이 필요한 만큼, 헬스케어 기술 적용을 위한 연구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연구 과정 중에는 크고 작은 어려움이 늘 존재한다. 송기석 씨의 연구 과정도 예외는 아니었다. "저는 연구라는 것이 문제를 정의하고 이에 대한 가설을 세우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제안하고, 검증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맨 마지막, 검증과정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예를 들면, 비침습 혈당 측정의 경우에는 제가 만든 비침습 센서를 이용해 혈당을 측정하고 이를 기존의 혈당 센서와 비교 하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다양한 범위의 혈당 수치를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측정해 검증을 해야만 했죠.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수치를 얻기 위해 어마어마한 채혈침과 혈당 센서를 제 몸에 직접 사용 했어요. 다양한 온도에서도 생체 신호를 측정하기 위해 '연구실 – 사우나 – 냉방'을 오가면서 생체 신호를 측정하기도 했습니다.(웃음)"
그는 "앞으로 이 연구가 어떤 영향력을 미칠지는 제가 어떻게 미래를 그려나가는 지에 달렸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는 아이디어들이 관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상품화 돼 사람들의 생활에 적용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길 원한다"고 이야기 했다.
"지도교수님인 유회준 교수님께서 그러셨어요. 석사 1년차 때인데요, 제가 연구 과정 가운데 정말 많이 혼났거든요. 의기소침해 있는 제게 '훌륭한 기수는 멈춰 있는 말에는 채찍질을 하지 않는다. 달리는 말에만 채찍질을 한다'고 하시더군요. 채찍질을 받는다고 느끼는 것은 제가 충분히 잘 달리고 있다는 것이니, 앞으로 연구에 더욱 매진하라는 말씀이었죠. 앞으로 제 연구에 계속 몰입하는 연구자가 되고 싶습니다."
-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 저작권자 2014-10-0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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