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젊은 과학도들의 연구가 해외 저널에 게재되는 소식이 종종 들려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22살의 또 한 명의 '학부생 과학도'가 IEEE(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에서 간행하는 학술지 '트랜색션즈 온 서킷 앤드 시스템(T-CAS II, Transactions on Circuits and Systems II)' 에 논문을 발표해 주목을 받고 있다.
고주파 신호를 안정적으로 생성하다
성태호 UNIST 학부생이 최신 IT 기기가 빠르게 작동하는데 필수적인 높은 주파수 대역의 신호를 잡음 없이 안정적으로 생성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최근 사용되는 스마트폰 등의 기기들은 빠르게 구동하는 게 중요한데 이를 도와주는 고주파 신호 생성기를 개발한 것이다.
"통신과 와이파이(Wi-Fi), 지피에스(GPS), 씨피유(CPU)와 같이 현대 전자제품의 근간이 되는 부품들은 각각의 고유한 주파수에 맞춰 동작을 합니다. 주파수생성기는 각 부품들에 이용될 주파수를 생성하는 중요한 부품입니다. 각 제품이 올바른 동작을 하기 위해서는 생성된 주파수가 변하지 않고 정확해야 해요. 실제로는 이러한 전자기기를 사용할 때 잡음 때문에 주파수에 영향을 주게 되는데 이 영향을 최소화 하는 것이 관건인 거죠."
현재까지 널리 사용되던, 전자제품에 적용된 기술은 PLL(Phase-Locked Loop) 기술이다. 이는 외부 신호를 이용해 주파수가 흔들리지 않도록 고정시켜주기 때문에 잡음에 의한 영향이 줄어들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PLL은 주파수생성기를 제외하고도 많은 부품을 디자인해야 하며, 환경요인을 고려해 작동시켜야만 하므로 설계 난이도가 매우 높았다. 뿐만 아니라 칩에서 차지하는 면적이 커 단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이러한 기존 기술에 갈증을 느껴 연구를 시작한 성태호 학생은 '인젝션 라킹(Injection-locking)'을 기반으로 하는 고주파 신호생성기를 개발했다. 기존에도 인젝션 라킹(Injection-locking)' 현상에 대한 이해는 있었지만 시제품으로 활용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유는 공정 변화와 전압, 온도 등 다양한 환경 요인에 의해 두 주파수 범위가 불규칙적으로 변해 활용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성태호 학생은 환경요인에 대해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주파수 생성기를 만들었다. 성 씨는 "인젝션 라킹(Injection-locking)은 외부 신호를 주파수생성기에 주입(Injection)해 주파수를 고정시키는 기술"이라며 "기존의 PLL은 외부 신호와 주파수생성기의 위상 차이를 이용해 고정시키기 때문에 부가적인 부품이 많지만 '인젝션 라킹(Injection-Locking)'은 주파수생성기와 간단한 주입회로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즉, 전력소비와 설계면적 면에서 큰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성태호 학생이 개발한 주파수 교정기는 두 신호를 일정한 주파수 범위 내에 고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는 기존의 ‘인젝션 라킹(Injection-locking)’ 현상을 활용하는 데 있어 문제점을 해결해 준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개발한 기술을 적용해보니 실제로 교정기에 의해 외부의 안정적인 고주파 신호와 신호 생성기 내의 고주파 신호가 가까운 주파수 범위 내에 고정됐습니다. ‘인젝션 라킹(Injection-locking)’ 현상에 따라 신호 생성기 내 불안정한 고주파 신호가 안정적이고 깨끗한 신호로 변화한 거죠."
이러한 기술을 개발할 수 있던 것은 성태호 학생의 아이디어가 큰 역할을 했다. 다양한 변수의 환경요인에 하에서도 안정적인 작동을 하려면 주파수생성기의 주파수를 교정하면 되겠다는, 단순한 발상으로부터 시작한 것이다.
"사실 너무 단순한 발상이잖아요.(웃음) 이것으로 과연 연구성과를 낼 수 있을까 싶었죠. 불안정한 상황을 안정적으로 만들어주면 되겠다, 고 생각한 후 '인젝션 라킹(Injection-Locking)' 에 관한 논문을 계속 살펴봤습니다. 그 후 주파수 교정기의 스펙을 설정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잡음에 의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오픈루프 구조로 설계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거죠. 사실 제 아이디어에 대해 자신이 없었는데 최재혁 교수님(최재혁 교수는 그의 지도교수다) 께서 '작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하지 말고 이걸 발전시켜보자.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하시더군요. 그때 많은 용기를 얻었던 것 같아요."
"학교에서 학부생의 연구참여 독려하죠"
성태호 학생에게 이번 연구를 진행한 계기를 묻자 그는 "학교의 연구 환경이 곧 계기가 된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 "UNIST는 학부생들이 연구실에 참여해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돼 있습니다. 아이디어를 제공할 뿐 아니라 그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 연구도 진행할 수 있죠. 저 또한 학교와 교수님의 지원으로 연구를 시작하게 됐어요. 과정 가운데 최재혁 교수님께서 현재 유망한 분야에 대해 브리핑을 해 주셔서 많은 도움이 되기도 했고요."
이어 그는 "교수님께서 평소 전자 분야의 연구 트렌드 및 개선점들에 대해 자주 이야기를 해주신다"며 "이번 연구도 그러한 브리핑에서 얻은 아이디어였다"고 덧붙였다.
"어느 날 교수님께서 현 전자분야의 트렌드를 이야기해 주시는데, 이후에 그것에 대한 간단한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그러다 제 생각을 말씀드렸죠. 사소한 아이디어였지만 교수님께서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하시더군요. 이어 아이디어가 실현될 수 있도록 해보자며 독려를 많이 해주셨어요. 연구에 흥미를 잃지 않도록 계속 힘을 주셨죠."
성태호 학생은 "아이디어에 자신감이 생기니까 연구도 지속할 수 있더라"며 "지도교수님이 아니었으면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방향 설정에 많은 도움을 주셨다"고 덧붙였다. "중간 중간 방향설정을 잘못 잡을 때도 많았어요. 그럴 때마다 교수님께서 방향 설정에 도움을 주시고, 제가 현상의 원인을 잘 몰라 헤맬 때마다 물꼬를 틀 수 있게 많은 지도를 해 주셨습니다. 그 덕분에 연구를 잘 마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TCAS-II' 저널은 제가 평소 연구를 할 때 논문들을 참조하며 연구에 많은 도움을 받았던 저널이기도 합니다. 제가 연구한 내용이 이 저널에 실리고 이 분야에 전공하는 다른 사람들 또한 제 논문을 참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점에서 제가 연구한 성과물이 다른 사람들의 연구에도 이바지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매우 보람되더군요."
연구기간은 총 2년의 시간이 걸렸다. 이 시간 동안 가설을 세우고 시뮬레이션이나 실제 구현된 전자회로 칩을 통해 설정한 모델이 맞는지 검증하는 시간을 가졌다. 성태호 학생은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내가 생각한 것과 실제 결과가 다른 경우가 많았다"며 "혹시 잘못 생각한 부분이 있는지, 빠뜨린 부분이 있는지 등 원인을 찾으려고 노력했다"며 당시의 과정을 이야기 했다.
"하지만 다시 수정해서 결과를 확인해도 예측과 다른 양상이 계속해서 나타났어요. 그것 때문에 가장 힘들었죠. 결국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이 과정을 반복하는 게 가장 어려웠던 것 같아요."
성태호 학생의 연구결과는 기존의 고주파 신호 생성기에 비해 생산 단가와 전력 소모량을 절반 이하로 낮출 수 있어 IT 기기뿐 아니라 군사와 기상, 의료 분야 등 다양한 분야의 통신 기술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연구결과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 상용으로 쓰이는 칩에 접목된다면 칩의 면적이 기존에 비해 작으면서도 기존보다 더 저전력의 조건에서 동일한 성능을 낼 수 있습니다. 이는 곧 칩 하나를 생산하는 단가가 획기적으로 내려가는 것을 의미해요. 때문에 기업에게나 전자제품을 구입하는 이용자들에게나 경제적인 혜택을 많이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해당 연구는 연구 주제를 검증하기 위해, 설계한 직접회로 칩에 측정한 결과다. 즉, 아직 모바일과 컴퓨터 등 전체 시스템 단위의 칩에는 적용되지 않은 상태다. 앞으로 적용해야 할 연구와 사례가 많이 있다는 이야기다. 성 씨는 "실제로도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복잡한 전체 시스템에서도 잘 구동되는지를 관측해보고 싶다"며 앞으로의 계획을 덧붙였다.
-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 저작권자 2014-09-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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