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 절개 없이 소화기 조직검사를 할 수 있는 차세대 내시경 기술이 개발됐다. 정기훈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팀이 공정기술을 이용, 현미경 분해능으로 조직검사를 할 수 있는 초소형 내시현미경을 개발한 것이다.
내시경을 이용한 기존의 조직검사는 병변부위를 물리적으로 절개한 후 현미경으로 관찰해야 했다. 때문에 실시간 진단이 어려웠을 뿐 아니라 검사의 정확도에도 한계가 있었다. 이에 새로운 내시경 시스템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었는데, 그 중에도 레이저 광주사 및 빛의 간섭현상을 이용해 물리적인 절개 없이 조직의 단면영상을 획득할 수 있는 광간섭단층촬영술(OCT, Optical Cohrence Tomography) 및 차세대 영상기법을 접목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었다.
MEMS 공정기술 이용… 초소형 현미경 개발
“차세대 영상기법을 내시경 시스템에 접목할 때 중요한 건 내시경 카테터의 매우 좁은 공간 하에서 레이저광원의 스캐닝을 구현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초소형 압전소자를 이용해 광섬유를 직접 스캐닝 하는 방식이 주로 사용돼 왔죠. 하지만 기존의 광섬유 스캐너는 광섬유의 대칭적 구조로 인해 구동 축 간에 동일한 공진주파수를 가졌어요. 이에 따라 기계적 상호결합(mechanical cross-coupling)으로 인한 간섭현상에 매우 취약했습니다. 실제로 임상용 의료 내시경 개발에 한계가 있었고요.”
이에 정기훈 연구팀은 MEMS 공정기술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MEMS 식각기술이란 미세 실리콘 보조 구조물을 제작하고 이를 광섬유와 결합해 구동특성을 변조함으로써 간섭현상을 해소하는 기술이다. 이는 광섬유 스캐너의 안정성을 크게 향상시키는 한편 스캔 패턴을 변조해 시간에 따라 연속적으로 분해능을 증가시킬 수 있는 이미지 복원방법을 구현한다.
“우리 연구팀이 개발한 현미경은 일반 소화기내시경의 생검용 채널에 넣을 수 있는 크기를 갖고 있어요. 직경 3밀리미터 정도의 초소형 레이저현미경이죠. 일반 현미경과 유사하게 세포관찰 뿐 아니라 수밀리미터 깊이 내 조직을 물리적 절개 없이 광학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레이저현미경은 종류가 다양해요. 광원으로 사용되는 레이저를 대물렌즈를 통해 수마이크론 이내에 집광시킨 후 조직샘플 위에서 2차원 스캐닝을 통해 각 위치에서 나온 광신호를 모아 2차원 또는 3차원 이미지를 형성합니다. 특히 다양한 파장을 갖는 레이저광원을 이용하면 조직에 조사될 때 굴절률의 차이가 나는 층간에 간섭신호를 얻을 수 있고 이를 통해 깊이 방향의 조직 층을 광학적으로 볼 수 있죠.”
이러한 현미경법을 광결맞음이미징(Optical Coherence Tomography, OCT) 이라고 한다. 현재 이러한 OCT 현미경법은 안과에서 많이 이용된다. 망막의 3차원 조직 구조를 관찰하는데 이용되는 것이다.
정기훈 교수는 “OCT 현미경법을 저희가 개발한 초소형 현미경에 적용해 내시경 검사 시 조직의 3차원 이미징을 가능하도록 개발했다”며 “해당 초소형 현미경은 대장내시경의 생검용 채널에 바로 넣을 수 있을 정도로 직경이 작다. 보통 내시경의 경우 카메라, 조명, 가스, 물 분사노즐, 및 생검채널 등이 들어갈 수 있도록 1센티미터를 웃도는 직경을 갖고 있는 것에 비하면 매우 작은 크기”라고 설명했다.
“각각의 채널은 수밀리미터의 공간적 여유 밖에 없어요. 보통 내시경 검사를 할 때 카메라 영상을 통해 의심스러운 조직이 발견되면 생검채널을 통해 생검도구를 넣어 조직을 절개합니다. 이 경우 절개된 조직을 현미경으로 관찰하기 위해서는 많게는 하루 하고도 절반 정도의 시간이 걸려요. 진단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미경을 내시경 내에 장착하면 카메라 영상뿐 아니라 현미경영상을 동시에 얻을 수 있습니다. 내시경 검사회수도 줄일 수 있고 바로 진단할 수 있는 큰 장점이 있죠.”
실시간 진단과 정밀시술에 도움
이러한 연구는 전체 관측 범위(Field-of-View, FOV) 의 개략적인 3차원 구조를 매우 빠른 시간 내에 측정할 수 있다. 또한 시간이 증가함에 따라 정밀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어 움직임이 많고 넓은 부위를 판별해야 하는 내시경 기반의 실시간 진단 및 정밀 시술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 받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정기훈 교수는 “의료내시경종류는 80여종이 넘을 만큼 매우 다양하다”며 “소화기 내시경의 경우도 시술목적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사용되고 있다”며 운을 뗐다.
“저희가 개발한 현미경이 기존의 내시경과 원활한 호환이 될 수 있도록 정밀 패키징이 필요합니다. 현미경은 좁은 영역을 세밀하게 관찰하죠. 따라서 넓은 영역을 관찰하기 위해서는 각도조절이 중요해요. 내시경 카테터가 몸속에서 넓은 영역의 카메라 영상을 얻기 위해 각도조절(angulation)을 하는 것처럼, 저희 현미경 역시 각조절장치의 개발이 병행돼야 합니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직 남아있다는 것은 이 연구가 결코 쉽게 얻어지는 결과가 아니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연구 과정 가운데에 정기훈 교수팀은 크고 작은 난관에 봉착하기도 했다.
“초소형 현미경은 광섬유를 MEMS 구동기로 물리적으로 움직여 2차원 스캐닝을 하고 광간섭신호를 받아 3차원 OCT 이미지를 얻습니다. 이번 연구를 하며 광섬유 구동기를 개발한 후 패키징을 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센서나 초소형 구동기의 패키징부분은 논문이나 특허확보가 어려운 부분이라 연구실내 기술확보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동물실험 또는 임상실험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죠. 이번 연구에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패키징 단계였던 것 같아요.”
정기훈 교수팀은 해당 기술의 성과를 발판삼아 현재 내시경 의료기기업체와 국내 대학병원과 함께 전임상 동물실험을 준비 하고 있다. 정 교수는 “의료기기는 시작품 개발완료 후에도 전임상, 예비임상, 본임상을 거쳐 상용화가 될 수 있다”며 “일반전자기기상용화와는 달리 좀 더 복잡하고 철저한 시험을 거쳐 인체에 적용된다. 이러한 부분을 단계적으로 밟아 상용화를 위한 노력을 해보고 싶다”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 저작권자 2014-04-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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