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파를 이용해 의료 진단을 하거나 산업용 비파괴검사를 할 때, 혹은 초음파 세척 시 음파를 증폭시키는 기술은 매우 유용하다. 국내 연구진이 인공구조물을 활용해 음파를 10배 까지 증폭시켜 송신 및 수신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송경준, 허신 한국기계연구원(이하 기계연) 나노자연모사연구실 박사팀이 전기 없이 소리를 10배 키우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자연계에 없는 물질을 찾아라
이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 글로벌프론티어사업 중 하나인 ‘파동에너지 극한제어 연구단’ 지원으로 진행된 것으로, 부경대학교 기계공학과 김제도 교수팀과 공동으로 진행했다. 지그재그 형태의 인공구조물을 통해 음파 경로를 제어함으로써, 해당 구조물을 통과하는 음향 신호를 전원 없이 최대 10배 까지 증폭시키는 데 성공했다.
“저희 연구팀이 진행한 이번 연구는 전기 없이 소리를 10배 이상 키울 수 있는 기술입니다. 파장보다 작은 지그재그 형상의 인공구조물(음향메타물질)을 설계하고 외부 음파신호가 이 구조물을 통해 센서에 전달해서 소리를 증폭시키는 기술이죠.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외부 신호가 이 구조물을 통과할 경우 음파의 진행 경로가 증가하는데 공기나 물 등 신호를 전달하는 자연계 물질이 갖고 있지 않는 고(高) 굴절률 및 고(高) 임피던스 특성이 나타나게 돼요. 여기서 ‘고 굴절률’이란 매질 내 소리의 속도가 줄어드는 비율’ 이고 ‘고 임피던스’란 매질 내 속도와 음압 사이의 비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송경준 박사에 따르면 대부분 일반매질에서 진행하는 음파의 속도는 공기 중에서 진행하는 음파의 진행속도보다 빠르기 때문에 고굴절률 매질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그재그 형상을 이용해 인공적으로 설계하면 공간 안에서 진행되는 음파의 경로가 늘어나 고(高) 굴절률 및 고(高) 임피던스를 동시에 구현하는 게 가능해진다. 이를 이용하면 작은 공간에 소리를 집중시킬 수 있게 되고, 10배 이상의 음압 증폭이 가능하게 된다. 무엇보다 이러한 기술이 기존 음향 송·수신 시스템에 적용된다면 감도를 매우 향상시킬 수 있기에 많은 관심을 받는 상태다.
개발한 연구는 초음파를 이용한 의료 진단기술, 산업용 비파괴 진단 검사, 초음파 세척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초음파를 발생시키거나 센싱을 하려면 현재 대부분은 압전소자(piezoelement)를 이용해야 했다. 하지만 송경준 교수팀이 개발한 인공 구조물을 활용할 경우 고성능 음향 엑츄에이팅·센싱 기술이 가능할 수 있다. 특히 광대역으로 음향 신호를 발생 시키거나 센싱이 필요한 수중통신 분야에 더욱 활용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받는 중이다.
“뿐만 아니라 인공구조물의 형상을 변화시켜 신호의 증폭률과 공진주파수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어요. 인공구조물이 신호 파장의 1/10인 구조물을 기반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초음파 등 파장이 극히 짧은 송수신 시스템에는 기기장치의 초소형화가 가능하게 되죠.”
물론 기존에도 이처럼 소리를 확장하기 위한 연구가 다수 진행된 바 있다. 특히 널리 사용된 것은 헬름홀츠 공명기의 형상 변화를 이용해 특정 주파수의 소리를 확장시킨 것이었다. 하지만 파장보다 매우 작고 넓은 주파수 영역에서 소리를 확장하는 데 있어 현재 사용되고 있는 공명기 설계 방식은 한계가 있었다. 송경준 박사는 “저희가 개발한 인공구조물은 음향 메타물질 설계 원리를 이용해 지그재그 형상을 통해 고굴절률 구현하고, 파장보다 매우 작은 스케일로 광대역으로 소리를 증폭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공명기 설계방식과 차이점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레이저 원리에서 얻은 아이디어
송경준 박사팀의 이번 연구는 다른 무엇보다 아이디어의 전환이 가장 중요했다. 기존과 다른 방식의 접근으로 성공시킨 연구인 만큼, 기존과 다르게 생각하고 발상을 다루는 것이 관건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를 어떻게 얻었냐는 질문에 송경준 박사는 “이 부분이 가장 어려웠다”고 연구과정을 회고하며 “고민 고민 끝에, 결국 레이저를 개발하는 원리에서 기본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고 운을 뗐다.
“레이저의 작동방식은 유도방출(stimualted emission)에 의한 빛의 증폭 현상입니다. 제가 박사 과정 당시 레이저 과목 수업으로 기본 개념을 얻었는데, 이번 연구를 진행하면서 당시의 것들을 다시 들춰보기도 하고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그 때의 기본 개념을 음향학 시스템에 적용하면 어떨까 하는 호기심에서 시작한 거죠. 그런데 그 호기심이 다행히도 잘 맞아들었고, 그 결과 지금의 연구성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2012년 기계연구원에서 연구원 활동을 시작한 송 박사는 미시건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거쳤다. 당시 그가 박사과정을 마치며 작성한 논문은 ‘전자기학 기반 메타물질 설계에 관한 연구’였다. 이번 연구 역시 당시 그의 논문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는 셈이다.
“사실 음향학 지식이 많이 부족한 상태에서 연구를 진행했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때문에 아이디어를 확신하는 과정 가운데 더 주저함이 많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전자기학을 통해 배운 경험과 지식을 기반으로 음향 시스템에 적용을 시도했고, 그 결과 지금의 성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공동 연구자인 김제도 교수와 저녁마다 전화통화를 하면서 연구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의견을 교환했어요. 이러한 시간이 연구에 매우 중요하게 작용했죠.”
이번 연구는 음향 메타물질 설계 기술을 이용해 소리를 증폭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특히 인공구조물의 형상을 통해 신호 증폭률과 공진주파수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파장보다 매우 작은 구조물 기반으로 기기장치의 소형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더욱 널리 응용되고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물론 아직 가야할 길은 많이 남아 있습니다. 더 나은 연구결과를 위해 수정되고 보완돼야 할 부분들이 있어요. 무엇보다 지금 개발된 기술은 가청 주파수 영역에서 설계 및 제작된 것으로, 실제 파장이 극히 짧은 초음파 영역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마이크로·나노 구조물을 저렴하게 제작할 수 있는 나노공정 기술과의 융합연구가 필요합니다. 또한 시작품 구현 및 성능 평가 관련 연구가 필요해요. 앞으로 수행될 연구를 통해 파동제어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실제 산업현장에 응용할 수 있는 음향 메타물질 기반 음향 시스템을 개발하고 싶습니다.”
-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 저작권자 2015-03-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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