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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준래 객원기자
2015-05-27

저온에서 더 생생해지는 분자 구조 극저온 전자현미경으로 단백질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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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학 현미경의 한계를 뛰어 넘는 전자 현미경이 발명된 이후, 현대 과학은 본격적으로 미시(微視) 세계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단백질과 같은 경우는 전자현미경으로도 관찰이 여전히 쉽지 않았다. 우선 세포막과 같은 장벽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고, 시료건조 문제나 전자선 손상 등의 문제도 있었기 때문이다.

3차원으로 재구성된 베타 갈락토시다제 ⓒ NCI
3차원으로 재구성된 베타 갈락토시다제 ⓒ NCI

최근 미국의 과학자들이 극저온 방식의 전자 현미경(Cryo-EM)을 이용하여 단백질 관찰은 물론,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분석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져 과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과학기술 전문 매체인 피스오알지(phys.org)는 미 국립 암 연구소(NCI)의 스리람 수브라마니암(Sriram Subramaniam)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이 실제 모습에 가장 근접한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분석했다고 보도하면서, 앞으로 이 기술을 응용하면 약물과 단백질의 결합 등을 연구하는데 있어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전문 링크)

시료를 동결하면 건조 및 전자선 손상 문제 해결

극저온 방식의 전자 현미경이란 수분을 함유하는 세포나 수용액에 존재하는 생체고분자를 초저온 상태로 유지한 채, 고정하지 않고, 염색도 하지 않은 자연적인 상태로 관찰하는 전자현미경을 말한다.

생체 시료를 일반적인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하는 경우에는 진공 내에서 시료건조 문제와 전자선 손상 문제가 존재한다. 극저온 전자현미경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게 위해 개발되었다. 관찰을 위해 시료를 급속하게 동결하면 건조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전자선으로 인한 손상도 실온에서 관찰할 때 보다 90% 정도를 경감시킬 수 있다.

이 같은 극저온 전자현미경을 활용하여 NCI 연구진은 PETG라는 이름의 약물이 어떻게 단백질과 결합하는지를 관찰하려 하였다. 이 약물은 단백질의 안쪽에 있는 주머니 같은 구조와 결합하는데, 이 과정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백질의 3차원적인 구조를 아주 상세하게 보아야만 했다.

이를 위해 연구진이 관찰 대상으로 삼은 단백질은 박테리아 체내에 들어있는 베타갈락토시다제(Beta Galactosidase)였다. 아주 단순한 구조를 가진 단백질도 많지만, 대개 효소의 역할을 하는 단백질들은 수백 개의 아미노산이 연결되어 복잡한 3차원적 구조를 가진 것들이 대부분인데 베타갈락토시다제도 그 중 하나였다.

극저온 전자현미경의 3차원 구조 분석 과정 ⓒ MIT.edu
극저온 전자현미경의 3차원 구조 분석 과정 ⓒ MIT.edu

수브라마니암 박사는 “물론 단백질의 기능 자체를 알기 위해 극저온 전자현미경을 사용할 수 있지만, 약물들의 경우는 대부분 단백질과 결합하여 효과를 나타내기 때문에 이런 구조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작업에 있어 극저온 전자현미경의 관찰은 매우 중요한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우선 베타갈락토시다제가 담긴 시료를 매우 얇은 박막으로 만든 후 액체 질소에 넣어 영하 196~210도 사이의 온도에서 급속 동결을 시켰다. 이후 시료를 ‘X선 결정학(X-ray crystallography)’ 기술로 해상도를 높여 사진을 촬영했다. 그러자 분자의 모습이 선명하게 나타났다.

​이어서 연구진은 시료에 있는 여러 개의 베타갈락토시다제 분자들을 각각 조금씩 다른 각도에서 촬영하였다. 이후 컴퓨터를 통해서 각 분자의 이미지를 합성하자, 원하던 3차원의 단백질 구조를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수브라마니암 박사는 “4만개의 이미지를 이용해서 베타갈락토시다제와 PETG의 결합을 3차원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게 되었다”라고 밝히며 “앞으로 극저온 전자현미경 기술을 응용하면 다양한 단백질의 3차원 구조는 물론, 약물과 단백질의 결합 등을 연구하는데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생체구조를 알기 쉽게 규명하는 구조생물학

단백질처럼 생물학적으로 복잡한 구조를 지도처럼 알기 쉽게 규명하는 학문을 구조생물학(structural biology)이라 부른다. 이 분야의 관련 기술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왔다.

그 중에서도 이 분야를 오랫동안 지배해 온 기술이 있는데, 바로 X선 결정학이다. 분자에 X선을 쪼이면 방사선이 산란되는 현상을 이용하여, 개별 원자의 위치를 파악하는 기술이다.

이런 이유로 그동안 X선 결정학은 단백질을 3차원적으로 표현하려는 구조생물학에 아주 안성맞춤인 기술로 여겨졌다. 그리고 그 덕분에 X선 결정학은 노벨상을 수상한 과학자들에게 일등공신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 많은 과학자들이 결정 상태가 아닌, 움직이면서 다양한 기능을 하는 살아있는 세포 구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런 형태는 결정 상태로 만들 수 없어 X선 결정학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이 같은 상황과 관련하여 유럽생물정보학연구소 소속 구조생물학자인 게르하르트 클레이벡트(Gerard Kleywegt) 박사는 “오늘날의 구조생물학을 연구하려면, X선 결정학만 배워서는 어림도 없다”라고 지적했다.

X선 결정학 기술이 구조생물학 분야를 오랫동안 지배해 왔지만, 보다 복잡한 생체구조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분자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이미징 기법(hybrid imaging methods)이 필요하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 기법은 미세구조를 관찰하는데 있어 필요한 다양한 기술들을 통합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극저온 전자현미경도 하이브리드 기법의 하나인데, 분자를 결정화하지 않고서도 전체적인 구조를 분석할 수 있다. 이 외에도 FRET(fluorescence resonance energy transfer) 기법 같은 경우는 단백질 간의 거리와 상호작용을 측정할 수 있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5-05-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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