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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황정은 객원기자
2014-06-02

작고 강한 LNG플랜트 열교환기 [인터뷰] 최준석 기계연 극한기계연구본부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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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친환경 청정에너지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증대하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 사용을 위해서는 화석연료 사용을 점차 줄여나가고 수소에너지로 전환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그러나 수소에너지가 일상생활에서 무리없이 사용되기에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기 때문에 과도기 연료로서 천연가스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천연가스는 화석연료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급격하게 감소시킨다. 석탄과 비교할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절반 수준이며 석유와 비교하면 70퍼센트 수준이다.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줄여줄 뿐 아니라 가채년수가 60년으로 석유의 40년에 비해 그 기간이 긴 것 역시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사용처 역시 도시가스 뿐 아니라 다양한 발전과 압축천연가스(CNG) 버스, 액화천연가스(LNG) 트럭 등으로 확대할 수 있어 기술개발이 장려되고 있다.

자연상태에 존재하는 천연가스를 대량수송과 저장이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는 초저온(섭씨 영하 162도) 상태로 액화시키는 LNG 플랜트 과정이 필수적이다. 특히 고유가 시대가 도래하고 천연가스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에너지 다소비 국가는 에너지 안보를 위해 LNG 액화플랜트 건설에 투자비를 늘리고 있는데 우리나라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최준석 박사팀이 개발한 마이크로채널 열교환기 시제품 ⓒ 기계연
최준석 박사팀이 개발한 마이크로채널 열교환기 시제품 ⓒ 기계연

작고 강한 LNG 플랜트 열교환기

국내 LNG 플랜트 사업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여러 기술적 한계는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액화 과정의 효율을 높이는 열교환기의 기술개발은 LNG 플랜트 사업에서 세계경쟁력 우위를 점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단계였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기존보다 더욱 작고 강한 열교환기를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최준석 기계연 극한기계연구본부 열공정극한기술연구실 박사팀이 극저온 가스액화 플랜트에 적용할 수 있는 고집적, 고효율 마이크로채널 열교환기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이다.

“열교환기는 따뜻한 유체에서 차가운 유체로 열을 옮겨주는 기계장치입니다. LNG 플랜트에서는 LNG를 액화하기 위해 천연가스의 열을 차가운 냉매로 뺏어줘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열교환기의 효율이 좋지 못하면 충분히 열을 옮겨주지 못하기 때문에 에너지만 불필요하게 많이 소모되고 액화도 잘 안 이뤄지게 되죠.

우리 팀은 열을 운반하는 유체가 흐르는 통로를 마이크로 채널이라는 아주 작은 통로로 흐르게 했습니다. 기존의 열교환기보다 크기는 줄이면서 열이 전달되는 효율을 크게 해 ‘작고 강한’ 열교환기를 개발한 것이죠.”

마이크로채널 열교환기(Micro channel heat exchanger)란 1밀리미터 이하의 크기로 유로가 구성되는 열교환기다. 유로란 유체가 흐르는 통로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열교환기는 온도가 높은 유체의 열을 저온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기존의 열교환기는 유체가 흐르는 통로가 수 밀리미터 또는 수십 밀리미터 수준이었습니다. 반면 이번에 개발한 마이크로 채널은 직경이 1밀리미터 이하로 아주 작아요.

이럴 경우 같은 체적의 열교환기 내에 훨씬 많은 통로를 갖게 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단위체적당 전열면적인 집적도가 2~5배까지 증가하죠. 따라서 같은 용량을 갖고 있는 열교환기라면 기존의 열교환기보다 최대 80퍼센트까지 크기를 줄일 수 있습니다.”

최준석 박사팀은 이번 기술을 성공시키기 위해 채널유로형상을 금속박판에 식각해 이를 적층하고 극한 환경에 적용할 수 있도록 확산접합 방식으로 열교환기를 제작했다. 기존 열교환기에 비해 5분의1 이상 소형화되면서도 고효율화에 유리한 마이크로채널을 집적시켜 작고 효율적인 열교환기를 제작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더불어 플랜트에 적용할 수 있도록 열교환 용량을 대형화했다. 이를 성공시키기 위해 연구팀은 ‘확산접합’ 방법을 이용했다.

“마이크로 채널 열교환기는 얇은 금속판에 마이크로 채널 형상을 새겨넣어야 하는데 주로 화학물질로 녹여서 만들게 됩니다. 이렇게 만든 금속판을 여러장 쌓아서 이어 붙여야 하나의 열교환기가 만들어지죠. 마이크로 채널의 형상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얇은 금속판을 접합해 하나로 만들기 위해서는 특별한 기술이 있어야 해요.

이를 위해 이번 연구에서는 ‘확산접합’이라는 방법을 이용했습니다. 확산접합은 별도의 접합제를 이용하지 않고 고온, 고압의 환경에서 금속 원자의 확산을 이용해 접합하는 방법입니다. 마이크로 채널이 조금도 변형되거나 막히지 않으면서 극저온 환경에서도 내구성을 유지할 수 있죠.”

최준석 기계연 극한기계연구본부 열공정극한기술연구실 박사 ⓒ 기계연
최준석 기계연 극한기계연구본부 열공정극한기술연구실 박사 ⓒ 기계연

극저온용 열교환기, 기존 선진업체가 독점하는 상황

최준석 박사팀은 대면적 확산접합 기술과 장비를 국내 최초로 독자개발함으로써 높은 집적도를 가진 마이크로채널 열교환기를 플랜트에 적용할 수 있었다. 열교환기의 소형화를 이룬 만큼 전체 플랜트 크기를 축소하는 게 가능해졌으며, 효율도 높아져 경제적이라는 장점을 획득할 수 있었다.

특히 가스액화를 위해 섭씨 영하 162도의 극저온에 대응 가능한 제조공정을 개발, LNG플랜트에 적용할 수 있는 열교환기 원천기술을 확보해 신뢰성을 검증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최준석 박사가 이번 연구를 진행한 것은 기존 LNG 플랜트에 사용되는 극저온용 열교환기가 선진언체들에 의해 독점되고 있는 상황에 심각한 문제를 느꼈기 때문이다.

“LNG플랜트에 사용되는 기존의 극저온용 열교환기들은 기존 선진업체들이 라이센스를 갖고 독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독자적인 LNG플랜트를 개발하려고 해도 극저온용 열교환기 같은 핵심기자재는 거액의 라이센스 비용을 들여 도입하거나 아예 도입이 불가능한 경우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독자적인 LNG플랜트 개발을 위해서는 새로운 형태의 극저온용 열교환기 개발이 필요했습니다.”

타 선진업체가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만큼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도 결코 만만치 않았다. 선진업체가 기술 유출을 우려해 특허출원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기술정보 보안이 철저했던 것이다.

“열교환기 제작에 필수적인 확산접합 기술은 선진업체가 기술 유출을 우려해 특허출원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정보가 부족한 상황이었습니다. 확산접한 기술 자체가 세세한 노하우의 축적을 필요로 하거든요. 때문에 연구를 하면서 막막했던 지점이 한 두 번이 아니었죠. 심지어 국내에 관련 설비도 없는 상황이라서 접합 설비까지 독자적으로 개발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연구를 진행하기에 여러가지로 어려운 여건이었습니다.”

현재 확산접합 기술은 영국의 선진업체가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 업체가 마이크로 채널

열교환기를 독자적으로 개발했고 해당 응용분야를 극저온 가스액화분야까지 확장한 것이다. 최준석 박사는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기술력으로 플랜트 핵심기자재를 개발한 만큼 앞으로 LNG 플랜트를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연구는 그 초석을 닦은 사례”라고 연구의 의의를 이야기 했다.

개발된 마이크로 채널 열교환기는 극저온 분야 뿐 아니라 초고온, 초고압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는 내구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발전플랜트 같은 초고온 열교환기 혹은 해양플랜트 같은 초고압 열교환기로도 적용될 수 있다. 이와 같은 특수 분야는 부가가치가 높을 뿐 아니라 관련 플랜트 국산화의 기반으로도 활용될 수 있기에 앞으로의 활용이 더욱 기대를 받고 있다.

“장기간의 연구가 결실을 맺게 돼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향후 기업으로 기술이전을 추진하고 더 나아가 상용화가 가능하도록 계획하고 있어요. 개발된 기술이 실질적을 활용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는 거죠. 더욱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을 거듭하겠습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토교통부와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진행했다. 'LNG플랜트 사업단'이 주관하는 과제 중 하나로 국내 향후 해외 플랜트 수출 증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황정은 객원기자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4-06-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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