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범죄를 예측해 사전에 범죄자를 잡아들이는 최첨단 치안 시스템 프리크라임이 등장한다. 예언자가 범죄가 일어날 시간과 장소, 범행을 저지를 사람까지 미리 예측해주는데, 실제로 사전에 잡아들인 범죄자가 과연 정말 범행을 저지르게 되었을지는 알 수 없다. 이 영화는 그들이 자유의지로 막판에 범행을 스스로 그만둘 수 있는지가 주제로 다룬다.
이 영화 정도는 아니지만, 어쩌면 뇌과학자들은 우리가 무슨 결정을 내릴 때, 우리보다 먼저 우리가 무엇을 선택했는지를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최근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우리 스스로 인식하기 최대 10초 전에 우리 뇌가 무의식적으로 결정을 내린다. 결정을 내리는데 우리의 의지가 아니라 무의식이 작용한다는 의미로, 자유의지의 입지를 좁히게 하는 연구결과다.
1980년대, 미 캘리포니아 대학 심리학자이자 인간의 의식 연구의 선구자인 벤자민 리벳은 뇌과학계에서 지금까지도 논란이 되는 실험을 했다. 그는 대상자에게 어떤 버튼을 누를지를 선택하도록 한 실험을 했다. 리벳은 실험대상자들이 어떤 버튼을 누를지 결정하기 수백밀리초 전에 행동과 관련된 뇌 부위가 이미 활동을 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리벳은 이 실험을 통해 우리의 결정이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며, 자유의지가 별로 작용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 결론은 뇌과학계에서 의견이 분분했다. 결정과 뇌활동 간의 수백밀리초라는 너무 짧은 시간 간격 때문에 결정 전의 뇌활동은 결정을 위한 준비일 뿐이라는 반박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이 논란을 종식시킬만한 연구가 네이처 뉴러사이언스 4월호에 발표되었다.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뇌과학자인 존-데일란 하인즈 교수 연구팀은 리벳 박사의 실험을 새롭게 해보았다. 그러자 우리의 인식보다 우리 뇌가 무의식적으로 무려 최대 10초 전에 결정을 내린다는 놀라운 결과를 얻었다.
하인즈 교수 연구팀은 14명의 실험대상자에게 리벳 박사의 실험처럼 왼손과 오른손으로 각각 하나씩 버튼을 누를지를 결정하도록 했다. 연구팀은 그들에게 정해진 시간을 주지 않고 자신들이 원할 때마다 결정을 내려서 버튼을 누르도록 했다. 다만 자신이 어떤 버튼을 누를지를 결정했을 때가 언제인지를 알려주도록 했다.
그동안 연구팀은 실험대상자의 뇌의 변화를 기능형 핵자기 공명영상(fMRI)으로 촬영했다. 이를 통해 최종결정과 관련된 뇌 분위의 변화를 조사했다. 그러자 실험대상자가 결정을 내리기 수초 전에 우리 이마 바로 아래에 있는 피질부위에서 반응이 먼저 나타나는 것을 연구팀은 확인했다.
이 피질부위를 통해 오른쪽 버튼을 누를지 왼쪽 버튼을 누를지에 대한 예측이 가능했다. 예측성공률은 60퍼센트였다. 중요한 점은 최대 10초 전에 이 피질부위에서 반응이 나타났다는 것이었다. 하인즈 교수는 “예측은 완벽하지 않을지라도, 우리에게 자유의지가 별로 없다는 것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과연 자유의지는 존재하는 것일까? 아니면 무의식이 지배하는 것일까? 앞으로 과학이 어떤 새로운 사실을 보여줄지가 기대된다.
- 박미용 기자
- pmiyong@gmail.com
- 저작권자 2008-04-18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