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항 치료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시장의 규모도 늘어나 2008년 29억 원 규모에서 2012년 약 94억 원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연간 부항술 요양급여 역시 크게 증가해 2008년 583억원에서 2010년 1121억원, 2012년 1889억원으로 늘어나면서 2012년 급여규모는 2008년에 비해 3.3배정도 늘어났다.
특히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부항치료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아시아 뿐 아니라 유럽과 아프리카 등지에서도 전통의술로써 꾸준히 사용되면서 해외시장 확산가능성도 보이고 있다.
일회용 부항… 혹시 모를 걱정에 대비
부항 시술은 종 같은 단지 모양의 용기에 불을 넣어 공기를 희박하게 만든 후 치료를 필요로 하는 신체 부위에 붙여 어혈 등의 노폐물을 제거하는 한의학 치료기법 중 하나다. 몸속 노폐물을 체외로 배출시켜 주기 때문에 통증이 완화되는 효과를 볼 수 있으며 소화작용과 배변조절, 더불어 수면상태를 개선해주는 등의 도움을 주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그동안 부항치료의 경우 하나의 부항기로 여러 사람이 반복해 사용했기 때문에 위생상의 염려가 늘 따라다녔다. 특히 사혈을 채취해 부항치료를 진행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이런 가운데 이상훈 한의학연구원 박사가 실리콘 캡을 갈아 씌우는 간단한 방법을 이용, 일회용 부항을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해당 방법을 이용할 경우 그동안 위생상 이유로 부항치료를 망설였던 사람들을 안심시켜줘 부항시장이 더욱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부항기는 공기를 흡입해 시술하는 도구인데, 예전에는 이 부항기를 소독해 사용했어요. 지금은 그나마 일회용 부항을 의료보험공단에서 재료 대를 부담해주기 때문에 일회용을 사용할 수 있게 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걱정스러운 부분은 있었습니다. 일회용으로 사용하지만 펌프를 소독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던 거죠. 부항기는 그렇다 해도, 공기를 흡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펌프가 고무재질이기 때문에 끓이거나 화학처리를 하는 등 소독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할 경우 망가지게 되니까요. 어쩔 수없이 소독을 하지 않고 사용하는데 가끔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는 감염의 우려가 존재하고 있던 거죠."
특히 사혈을 채취하는 경우에 이러한 염려는 더욱 증가한다. 어쨌든 몸에 일부 상처를 내고 그 부위를 통해 사혈을 흡입하는 만큼, 감염통로가 개방되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상훈 박사는 기존 부항의 오염문제를 해결하고 부항 사용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내부 실리콘 자바라 캡만 교체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부항기를 개발했다. 완전히 밀폐된 실리콘 캡을 부항기에 씌어 기존 방법대로 공기를 흡입하면 부항 치료와 위생,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구조다.
"처음 특허는 2009년에 냈습니다. 하지만 당시 개발했던 것은 캡을 씌우는 과정에서 사람 손을 일일이 거쳐야 하기 때문에 다시 오염될 확률이 높았어요. 하지만 이러한 단점을 계속 보완한 결과, 지금은 포장을 뜯은 후 그 상태에서 캡에 장착할 수 있는 구조로 개선했기 때문에 위생적인 실리콘 캡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됐죠. 기존에도 부항캡을 출시하는 기업이 있었습니다. 외국인들은 이것을 선호해요. 하지만 매번 갈아줘야 하는 실리콘 캡 위에 작은 구멍이 뚫려 있어요. 그렇다면 결국 캡을 만든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죠. 결국 그 구멍을 통해 오염물질이 펌프에 남을 수 있으니까요."
부항 치료는 한국인 전유물? 세계 시장 매우 커
이상훈 박사의 이번 개발이 더욱 의미 있는 이유는, 부하 치료 시장이 전세계적으로 매우 크다는 점에 있다. 특히 중국 시장의 경우 현재 일회용 부항을 사용하고 있지 않기에 잠재된 시장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상훈 박사는 "개발된 일회용 부항기는 부피가 작고 제조공정을 단순화한 만큼 생산비용도 절감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며 "폐기물 처리 비용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이야기 했다.
이상훈 박사가 이번 개발을 진행한 것은 한의대 졸업 후 공중보건의와 개원의를 거치며 부항 시술을 직접 진행하고, 이 과정에서 위생상 문제를 해결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품으면서 시작됐다. 부항컵 소독과 사혈침 소독, 흡입기의 반복사용 등 위생적인 부분을 해소한다면 더욱 널리 사용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다.
"저는 양‧한방 협진이 의사가 원하든 원치 않든, 언젠가 자연스럽게 진행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우리나라가 아니어도 해외에서 진행될 것이고, 그렇다면 각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한의학에서 사용되는 기술 중 양방의 위생 측면에서 부합되지 않는 것은 빨리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번 제품을 만들게 된 거죠. 물론 이 제품을 만드는 가운데 일회용 부항이 보편화 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만든 부항이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현직 한의사들과 제조업체 관계자로부터 피드백을 받으면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고민해 만들었어요."
그가 이번 일회용 부항기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 그는 알게 모르게 다양한 발명을 즐기던 괴짜 연구원이다. 이전에는 '뜸용 집게'와 불량 검수를 용이하게 한 'T침' 등도 개발한 바 있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걸 좋아해요. 한의학과 관련되지 않은 것들도 많이 만들었어요.(웃음) 발상을 전환해 사물을 바라보는 걸 좋아하죠. 동일한 사건에 대해 여러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고요. 같은 것을 얼마나 다양하게 볼 수 있느냐에 따라서 기술의 발전은 가장 적은 노력으로 가장 큰 효과를 보는 것 같아요. 어릴 적부터 뭔가를 만들고 고치는 걸 워낙 좋아했기 때문에, 지금도 생활 속에서 문제나 불편함이 보이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해결방안을 생각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떠올리다가 머릿속에서 숙성시키고, 다시 만들고 하는 과정들을 반복하죠. 이번 부항기 역시 그렇게 개발된 것이고요."
개발된 일회용 부항기는 앞으로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통해 상용화가 이뤄질 예정이다. 이상훈 박사는 "일본 EU에서도 특허를 취득하고 중국 등에서는 특허 출원 중"이라며 "현재 기술이전을 할 기업과 기술료를 조율중이다. 올해 연말쯤 기술이전이 될 예정으로 상용화도 멀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 저작권자 2014-12-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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