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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래 객원기자
2017-10-30

"인공 오로라 만들 수 있다" 알래스카에 위치한 안테나 활용… 음모론에도 휘말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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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지 않은 미래, 지구온난화로 인해 갖가지 자연재해가 속출하자 세계정부연합은 이를 막기 위해 인위적으로 기후를 조정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날씨를 조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구 주위의 모든 인공위성들에 탑재시켜 이를 가동시킨 것.

프로그램이 가동되면서 처음에는 순조롭게 운영됐지만, 예상치 못한 오류가 발생하기 시작하면서 전 세계는 여태껏 겪어보지 못했던 대재앙을 만나게 된다. 이상은 최근 개봉한 공상과학 영화인 ‘지오스톰(Geostorm)’의 줄거리다.

오로라를 인공적으로 만들려는 프로젝트가 미 공군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 ngcatravel.com
오로라를 인공적으로 만들려는 프로젝트가 미 공군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 ngcatravel.com

기후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것이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는 아직 요원한 이야기지만, 그렇다고 전혀 비현실적인 것만은 아니다. 기후 현상의 하나인 오로라를 인공적으로 만들어보려는 프로젝트가 미 공군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링크)

통신에 영향을 미치는 이온층을 연구하기 위한 안테나

미국의 알래스카에는 하프(HAARP)라는 이름의 대형 안테나가 설치되어 있다. 이 안테나는 지구를 둘러싼 대기권 중 열권(thermosphere)에 포함되어 있는 이온층을 연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온층은 전파를 반사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통신 시스템을 개발하는 연구기관이나 군사 조직에는 매우 중요한 연구대상이었다. 전파를 반사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1950년대부터 과학자들은 이온층에 전파를 발사한 뒤, 반사될 때의 현상에 대해 연구해 왔다.

HAARP 역시 이 같은 이온층을 활용하여 통신 시스템을 연구하는 장비다. 미국의 공군과 해군, 그리고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과 같이 국방을 책임지는 조직들이 공동으로 건설하여 현재까지 운영해 오고 있다.

이들 조직이 HAARP를 활용하여 연구하는 분야는 크게 두 가지로서, 군사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특수 파장대의 전파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다. 특히 특수 파장대의 전파는 바다 깊은 곳에서 활동하는 핵잠수함과의 교신 등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연구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대기권의 구조. 열권이 상층부를 차지하고 있다 ⓒ Hoopman-Science
대기권의 구조. 열권이 상층부를 차지하고 있다 ⓒ Hoopman-Science

이처럼 HAARP는 통신시스템 개발에 필요한 연구 장비이기 때문에 세간의 주목을 받을 이유가 전혀 없는 군사시설이지만, 건설 당시에 전혀 예상치 못한 음모론에 휩쓸리면서 뜻밖의 관심을 받은 적이 있다. 바로 자연재해를 인공적으로 일으키는 무기라는 음모론이다.

음모론에 의하면 HAARP는 강력한 전자기파로 지진을 일으키거나 기후를 바꾸는 무기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1983년에 HAARP를 실험하던 도중에 실제 지진이 발생했다는 소문이 음모론을 뒷받침하는 가장 강력한 증거로 회자됐는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HAARP는 1993년부터 건설이 시작돼서 지난 2006년에야 완공이 됐기 때문이다.

물론 음모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전혀 근거가 없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안테나에서 나온 강한 출력의 전파들이 이온층에 에너지를 전달하고, 이렇게 전달된 에너지가 온도를 높여 열권에 영향을 줌으로써 각종 기상이변을 일으킨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과학적으로 전혀 맞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안테나를 통해 이온층에 가해지는 에너지는 3µW/cm²에 불과한데, 이는 태양에너지가 이온층에 가하는 에너지에 비하면 수만 분의 일에 불과한 작은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인공 오로라 발생은 실패했지만 발생 기전 연구 계속

음모론의 주인공으로 한동안 오해를 받았지만, 사실이 아니었기에 HAARP는 지금도 통신 관련 연구개발에 활용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과거의 음모론과는 전혀 다른 내용으로 HAARP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바로 HAARP를 사용하여 ‘인공 오로라(artificial aurora)’를 만든다는 것이다.

오로라는 태양에서 나오는 태양풍(太陽風) 속에 들어있는 플라즈마 입자가 지구의 자기장에 이끌려 대기로 진입하다가 공기분자와 충돌할 때 빛이 나는 현상을 말하는데, 최근 미국의 과학자들이 이 같은 과정을 인위적으로 일으켜보겠다고 발표했다.

인공 오로라를 만들어보겠다고 공언한 과학자들은 미 알래스카대의 크리스토퍼 폴른 (Christopher Fallen)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이다. 이들은 최근 HAARP를 이용해서 강력한 전자기파를 대기 중에 발사한 후 빛을 내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 같은 실험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해 폴른 박사는 “아무리 강력한 전자기파를 대기 중에 쏜다 해도 지상에서 눈으로 볼 수 있을 정도의 인공 오로라는 발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험을 계속하는 이유는 아직도 베일에 싸인 오로라의 생성 메커니즘을 더 자세하게 이해하기 위한 실험”이라고 밝혔다.

알래스카에 설치된 HAARP 안테나 ⓒ wikimedia
알래스카에 설치된 HAARP 안테나 ⓒ wikimedia

그러나 연구진의 기대와는 달리 지난 달 말에 거행된 실험에서는 인공 오로라를 만드는 데 실패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폴른 박사는 “자연적인 오로라와 비교해서 인공 오로라가 어떤 모양을 지녔는지를 파악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쏘아 올린 전자기파에 여러 가지 신호가 섞여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한편 연구진의 발표에 따르면 전자기파에 뒤섞여 있는 여러 가지 신호에는 미 공군의 로고를 비롯하여 고양이 사진과 QR 코드 등이 포함되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인근에 있던 무선통신 동호회 회원들이 인공 오로라를 만드는 전자기파의 신호를 잡기 위해 노력했지만, 잡음이 너무 많이 들려서 누구도 신호를 잡는 데는 실패했다.

프로젝트가 성공하게 되면 극지방에서 나타나는 오로라가 실제로 발생하게 되는 것인지를 궁금해 하는 동호회 회원들에게 폴른 박사는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오로라에 비해 규모가 워낙 작기 때문에 실제 오로라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오로라의 발생 기전을 보다 명확히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계속하여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7-10-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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