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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은 객원기자
2014-04-28

이산화타이타늄의 초친수성 규명 [인터뷰] 제원호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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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타이타늄은 화학적으로 안정적인 무독성 광촉매로서 향균, 방오, 방담, 자정작용 등 친환경적 특성이 강조되면서 연구자들에 의해 폭넓게 탐구되었다. 무엇보다 흡광에 의한 표면의 초친수성 변화는 매우 특이한 성질로 전해지면서 정화 코팅제와 방담 필름 등 산업적 응용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근본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기존의 연구들은 광촉매 효과로 인한 표면 결함과 수산기 증가, 혹은 광산화로 인한 오염층의 제거를 원인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논란은 지난 20년 동안 가까이 진행돼 왔다.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이산화타이타늄이 초친수성을 띠게 되는 원리를 규명해 주목을 받고 있다. 제원호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팀이 연구를 진행, 그 결과를 인정받아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온라인판에 게재된 것이다.

제원호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팀은 이산화타이타늄의 초친수성 원리를 규명했다.
제원호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팀은 이산화타이타늄의 초친수성 원리를 규명했다.  ⓒ 제원호

 

원자힘현미경 이용… 물박막층 특성 실시간 관찰

초친수성 물질이란 표면에 물방울이 맺히지 않는 것으로 물과 친하지 않은 이러한 성질 덕분에 우리 생활에 다양한 응용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이산화타이타늄의 초친수성 원리는 산업적으로도 관심을 많이 받는다. 눈과 비에도 시야를 가리지 않아야 하는 항공기나 자동차 유리 등에 널리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항균이나 탈취, 셀프크리닝, 김서림방지 기능을 갖는 보다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광촉매 코팅제나 필름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저희 연구팀은 흡광시 이산화타이타늄 표면에서 일어나는 구조적인 변화를 관찰했습니다. 자체 제작한 원자힘현미경을 이용해 직접적으로 물박막층의 특성을 실시으로 관찰했어요.  그 결과 광흡수에 의해 자라나는 물박막층의 성장 속도와 자라난 두께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었어요. 나아가 광흡착된 물박막층이 물방울(droplet)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표면 초친수성을 발생한다는 것을 분자동역학(MD) 시뮬레이션을 통해 증명했죠. 특히 가시광선, 근적외선 흡수에 의한 활발한 물흡착현상은 도핑 등으로 특수처리된 필름을 사용하지 않고도 저렴하고 효율적인 태양광 스마트 코팅제 및 방담 필름 제작에 응용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원리를 규명하기 위한 연구가 많이 진행됐지만 기존의 연구는 흡광시 표면의 직접적 구조변화를 측정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제원호 교수는 “기존의 연구는 대부분 이산화타이타늄의 자외선 흡광시 나타나는 표면 화학적인 작용기의 변화와 친수성 변화를 연관시켜서 고려했다”며 “하지만 이는 간접적 연관성에 의존한 결과”라고 언급했다.

“기존의 캔틸레버 탐침기반의 마찰력원자힘현미경을 이용하여 자외선 흡광시 표면의 흡착된 물층을 측정하려는 노력이 있긴 했어요. 그러나 탐침의 불안정성으로 흡착물 층의 정확한 측정이 어려웠습니다. 뿐만 아니라 마찰력 변화의 직접적인 요인이 표면 작용기의 효과인지 흡착물 층의 효과인지 구분하기 어려워 광흡착 물층의 존재 여부도 논란이 된 게 사실이에요. 결국 기존의 연구 방법으로는 명확한 원인을 규명하는 게 어려웠고 따라서 간접적으로 여러 가설들만 존재해 왔습니다. 좀더 직접적인 연구 방법이 필요했던 거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제원호 교수팀은 정밀한 원자힘현미경을 이용해 이산화타이타늄 표면의 흡착물층을 직접 세밀하게 분석해 냈다.

“저희 그룹은 지난 10년간 높은 강도와 좋은 해상도를 가진 수정진동자 탐침기반의 비접촉 원자힘 현미경을 자체 개발했습니다. 나노액체 특히 나노 크기 물의 특성 연구에 많은 진전을 보여왔죠. 이러한 세계 최고의 독자적인 기술을 이용해 기존의 캔틸레버기반 원자힘 현미경에서 보였던 접촉불안정성을 최소화해 탐침과 시료 표면의 나노 액체에 의한 감쇠력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었습니다.

즉, 흡광시 타이타늄 표면에서 성장하는 물박막층이 주는 감쇠력을 정밀하게 측정해 흡착물층의 성장 속도 및 두께를 실시간적으로 측정할 수 있게 됐어요. 더 나아가 자외선 영역을 벗어나서 주된 태양광 영역인 가시광선, 근적외선에서도 흡착물층의 존재 및 동일한 생성원리를 밝힐 수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이산화타이타늄 표면의 산소결함에 포획된 전자들이 공기 중 물분자와 상호작용함으로써 얇은 막처럼 물이 흡착된다는 원리를 밝혔다. 해당 물층은 빛의 세기에 따라 약 20㎚ 이상 두껍게 성장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더불어 표면 전자에 의한 습윤효과보다 표면에 광흡착된 물 층에 의한 습윤효과가 지배적이라는 것도 알아낼 수 있었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제원호 교수팀은 원자힘현미경을 자체적으로 개발했다. 원자힘현미경은 연구팀이 지난 10년간 독자적으로 개발한 자체 현미경이다. 나노과학과 기술에 사용할 수 있으며 특히 공기 중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 편리성을 높였다.

“원자힘현미경은 일반 디지털 손목시계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저렴한 수정진동자를 이용해 만든 것입니다. 여기에 미세한 탐침을 부착해 제작했죠. 현재까지 정밀도를 계속 증진시켜 왔고요. 어디에서도 상용으로는 구입할 수 없는 정밀 측정장치인 셈입니다. 이를 이용해 그동안 나노 액체의 점탄성 등 특이한  물리적 성질을 규명하는 데 매진해 왔습니다. 기존의 실험방식으로는 이산화타이타늄에서 보이는 광흡착물층의 직접적인 측정이 어렵다는 것을 확인했어요. 저희의 기술을 곧바로 응용해 광흡착물층의 존재 및 생성원리를 밝히고자 연구를 시작해 지금에 이른 거죠.” 

이산화타이타늄의 흡광에 의해 성장하는 흡착물층의 측정 및 동역학적 성질 ⓒ 한국연구재단
이산화타이타늄의 흡광에 의해 성장하는 흡착물층의 측정 및 동역학적 성질 ⓒ 한국연구재단

 

자동차 유리에 차는 습기, 원리 찾다가 연구까지

제원호 교수팀의 이번 연구는 약 2년에 걸쳐 진행됐다. 연구팀은 기존의 연구들을 꼼꼼히 종합하면서 광흡착물의 주된 원인이 이산화 타이타늄 속 산소결함이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가졌다. 이에 따라 산소결함이 풍부한 필름을 제작하는 데만 꼬박 6개월을 보냈다.이후 광흡착물 층의 동역학을 관찰할 수 있는 새로운 실험방식을 고안, 약 1년 넘게 실험을 진행했고 그 결과 두껍게 자라나는 광흡착 물층을 다양한 빛의 영역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원호 교수는 “후에 분자 동역학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러한 흡착물 층이 주는 초친수성 효과를 체계적으로 증명하게 됐다”고 이야기 했다.

“평소에 자동차 운전을 하다보면 유리에 습기가 찰 때나 우천시 시야 확보가 잘 되지 않아 항상 주의해야 했어요. 시중에 나온 방담 필름을 찾아보던 중 이산화타이타늄이 많이 응용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 원리가 무엇인지 궁금했죠. 좀 더 나은 방담필름이 있으면 운전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후에 이산화타이타늄의 초친수성이 자정 효과(self-cleaning)가 있고 실제로도 많은 코팅제에 활용되고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실생활에 매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물질이기에 좀더 심혈을 기울여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제원호 교수팀의 이번 연구는 향후 실생활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이산화타이타늄의 흡광에 의한 초친수성 변화를 이용해 많은 친환경솔루션 제품들이 상용화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논문을 통해 이산화타이타늄의 광흡착된 물에 의한 초친수성 변화 원리가 규명됨으로써 태양에너지 효율을 높인 친환경의 저렴한 광촉매 코팅제와 방담 필름 제작의 응용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산화 아연 등 유사한 산소결함을 갖고 있는 금속산화물의 광친수성 효과에 대한 새로운 학문적 이해를 더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더불어 광소자 표면의 광흡착된 물층이 주는 도핑효과에 대한 연구에도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제원호 교수팀의 이번 연구는 지난 20년 가까이 논란이 된 이산화타이타늄의 초친수성 원리 규명에 한 획을 긋는 중요한 연구결과를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나아가 다른 금속화합물에서 보이는 광친수성 원리를 규명하는 데에도 중요한 물리적 이해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최근 태양광에너지를 이용한 다양한 친환경솔루션 개발에 대한 학문적 기여 및 환경적, 경제적으로도 가치가 높은 태양광 스마트 코팅으로 응용 가능성을 높인 것에 의의가 있습니다. 특히 논문 심사과정에서 심사자들의 날카로운 비평과 의견들에 대해 하나 하나 답변해가는 과정이 저희에게 특히 많은 도움이 됐어요. 여러 보충 실험과 계산 등을 통해 저희도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기회였죠. 모든 과정이 다 기억에 남는 연구였습니다.”

제원호 교수팀은 물과 빛을 연구하는 실험실이다. 제 교수는 “물과 빛은 생명의 근원이다. 이산화타이타늄 등을 이용한 자정 및 오염 방지 시스템, 방담 시스템은 자연의 물과 빛의 성질을 잘 활용한 결과다. 앞으로도 물과 빛을 이용해 자연이 자연을 치유하는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보다 나은 인간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인간과 모든 생물체의 생명현상에는 물의 역할이 절대적이에요. 이러한 물의 나노영역에서의 특이성을 규명하고 싶어요. 나아가 이것이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거시영역의 물의 특성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밝혀내고 싶습니다. 나노 과학과 기술 분야에서 그동안의 주요 연구 대상은 고체였고 상대적으로 액체에 대한 연구는 국내외적으로 미비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이제 액체도 나노과학기술의 주된 연구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보였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앞으로 국가의 원천과학 기술의 한 부분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황정은 객원기자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4-04-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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