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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5-11-16

의사의 오진, 어떻게 줄일 것인가 미국인 연간 1200만명 오진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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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이나 검진기관에서의 오진은 우리 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연간 1200만명이 오진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2008년에 나온 미국 의학협회 논문에서는 의료진의 오진이 10~15%라고 보고돼 있다. 10 건 중 한 건 이상이 잘못된 진단이라는 얘기다. 우리 나라에도 이 비율을 적용하면 연간 수십만~수백만 건의 오진이 이루어진다고 추정할 수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특히 지난 6월 메르스 국내 유입 때 삼성서울병원이 이른바 '슈퍼 전파자'인 환자를 폐렴으로 잘못 오진해 사태가 커졌다는 비난을 들었다. 오진이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공동체에 엄청난 위해를 끼칠 수 있는 사례의 하나다.

‘미국 과학·공학·의학 아카데미’ 산하 의학연구원(institute of Medicine, IOM)은 지난 9월 22일 “의료 진단을 개선하지 않으면 상황이 악회될 것”이란 주제의 보고서(Improving Diagnosis in Health Care)를 냈다(http://iom.nationalacademies.org/Reports/2015/Improving-Diagnosis-in-Healthcare.aspx).

이 보고서는 ‘의료 전달과 진단 과정이 복잡하게 증가할수록 오진은 더욱 악회될 것이며, 진단을 개선하기 위해 진단과정을 재구성하고 다양한 이해당사자 간의 광범위한 약속이 요구되고 있다’고 권고했다.

이 보고서가 발간된 후 최근 미국 RTI연구원과 베일러 의대 마이클 드베이키 재향군인의료원 연구자들이 ‘변화를 실천해야 할 때’라는 요지의 논문을 최근 ‘뉴잉글랜드 의학저널’(NEJM)에 발표했다.

마크 그레이버( Mark Graber) RTI 시니어 연구원과 하디프 싱( Hardeep Singh) 박사(베일러의대 및 드베이키병원)는 최근의 IOM 보고서가 미국 전역의 모든 보건의료 이해당사자들 간의 개별적 혹은 협동적 행동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오진을 줄이기 위한 실천대책을 의학저널에 발표한 마크 그레이버 박사. ⓒ RTI International
오진을 줄이기 위한 실천대책을 의학저널에 발표한 마크 그레이버 박사. ⓒ RTI International

환자도 진단팀에 참여토록 해야”

보고서 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그레이버 박사는 의료 진단을 개선해야 하는 학회를 대신해 회장으로서 IOM으로 하여금 보고서를 작성토록 청원하기도 했다.

그레이버 박사는 “위원회는 진단 오류가 통상적으로 일어난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우리 각자는 평생에 한두 번 오진을 경험하며 어떤 경우는 매우 심각하지만 많은 오진들은 사전에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심장질환이나 암, 감염병을 포함해 아주 흔하거나 드문 질병 모두에서 실수가 생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진은 진단이 정확하고 필요한 때에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 기회를 놓치는 등 여러 형태를 포함한다. 진단이 완전히 잘못되기도 하고, 그릇된 진단이 이루어지기도 하며, 진단이 지연돼 이미 병이 진행돼 버리기도 한다. 이런 모든 것들은 환자의 치료와 검사를 늦추거나 부적합한 치료가 이루어짐으로써 환자에게 해를 입힌다.

싱박사는 “진단은 의료의 기초로서 올바른 진단이 이루지지 않으면 환자는 올바른 치료를 받을 수 없다”며, “오진은 밝혀내거나 이해하기가 어렵고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간섭도 쉽지 않기 때문에 그 중요성을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미국 과학·공학·의학 아카데미’ 산하 의학연구원(IOM)이 지난 9월 발간한 보고서(Improving Diagnosis in Health Care). 오른쪽은 보고서 내용 중 진단 과정의 어느 부분에서 오류가 일어나는가를 설명한 도해.  ⓒ ScienceTimes
‘미국 과학·공학·의학 아카데미’ 산하 의학연구원(IOM)이 지난 9월 발간한 보고서(Improving Diagnosis in Health Care). 오른쪽은 보고서 내용 중 진단 과정의 어느 부분에서 오류가 일어나는가를 설명한 도해. ⓒ ScienceTimes

연구자들에 따르면, 미국 의학원(IOM)이 제시한 변화에 대한 권고는 의사의 진료실이나 병원에서 확립돼 환자에게 더욱 개선되고 안전한 진료로 제공돼야 한다. IOM의 권고사항들은 환자를 진단팀의 파트너로 받아들이라는 내용과 함께 다음과 같은 내용들을 제시한다.

● 진단 교육의 개혁

● 건강정보 기술이 진단 과정을 지원하도록 보장

● 환자를 진단팀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팀워크를 강화

● 오진으로부터 교훈을 배우고 안전한 진단 문화의 확산

● 의료사고와 배상 시스템의 개혁

● 오진과 위해(危害)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제안된 방안들에 대한 평가 연구의 활성화

모든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플랜 필요

그레이버와 싱 박사에 따르면 개혁을 위한 첫 단계는 먼저 연구자와 안전전문가들로 하여금 의료기관과 의사들이 오진을 정확하게 식별하고 측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개발하는 것이다.

싱 박사는 “진단은 불확실성을 포함하는데, 언제나 흑백으로 판정 나는 것이 아니고 때로는 시간을 넘기는 수도 있다”며, “오진을 식별하고 그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 있도록 이 분야의 연구를 더욱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자들은 또 환자와 임상의사들이 오진을 줄이는 방법을 찾는데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싱 박사는 “오늘날의 의사들은 행정적인 부담에 비친화적인 전자기록, 생산성 향상과 배상 시스템 등에 의해 극도로 피곤한 상태여서 환자들에게 귀 기울여 그들의 얘기를 들어줄 여유가 없다”며, “신뢰성 있는 진단이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레이버 박사는 “진단 개선은 진단 과정에 관여하는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IOM의 권고를 귀담아 듣고 문제의 실마리를 풀어갈 공고한 계획을 개발한 데서 출발한다”고 강조했다.

김병희 객원기자
kna@live.co.kr
저작권자 2015-11-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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