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단 한 개의 세포에서 시작돼 이 세포가 나누어지고 증식돼 여러 기관으로 분화되면서 성장한다.
발생생물학의 가장 큰 난제 중의 하나는 분화되지 않은 세포덩어리들이 어떤 생체 신호들을 통해서 매우 복잡한 유기체로 변화하느냐 하는 것이다. 바로 개체 발생에 대한 근원적 의문이다.
흔히 ‘성장’이라고 하면 주로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성장호르몬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 뇌하수체 성장호르몬이 직접 세포의 성장을 촉진하는 것은 아니다. 또 태아의 성장은 이 성장호르몬과는 별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50년대 이탈리아 리타 레비몬탈치니(Rita Levi-Montalcini) 교수와 미국의 스탠리 코언(Stanley Cohen) 교수가 각각 신경성장인자(NGF)와 상피성장인자(EGF)를 발견하면서 그때까지 하나의 현상으로만 받아들였던 개체의 성장과 분화과정을 다양한 생체 신호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연구하는 계기를 만들게 되었다.
이들의 발견으로 성장과 분화는 세포에서 분비되는 단백질인 성장인자에 의해 조절되며, 이 성장인자는 표적세포의 표면에 수용체가 존재해야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성장인자 수용체는 세포막 외부에 위치해 성장인자와 결합하는 부분과, 결합 후 세포막 내부에서 효소를 활성화시켜 세포가 성장하게 하는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마스터 성장인자 수용체가 전체 유전체 조정”
최근 단일 ‘마스터’ 성장인자 수용체가 전체 유전체를 조정하는 개체 발생의 단초가 된다는 연구(학술지 Plos One)를 미국 버펄로의대 연구진이 발표해 관심을 모은다(5월 8일).
논문의 시니어 저자인 마이클 스타초비악(Michal K. Stachowiak) 교수(병리 및 해부과학, 줄기세포 연구)는 “이번 발견은 유기체 발생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에 대한 새로운 차원의 이해를 제공한다”며, “연구 결과를 보면 ‘단일 성장인자 수용체’ 단백질이 전체 유전체를 프로그래밍하기 위해 어떻게 직접 세포 핵으로 이동하는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특정 성장인자들이 세포의 표면에서만 작동한다는 생물학계의 고정 관념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스타초비악 교수팀은 지난 20년 동안 성장인자들이 세포의 핵 안에서 활동할 것이라는 가능성을 연구해 온 끝에 이번에 그 사실을 입증했다. 이 연구는 쥐의 배아세포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유전자의 불협화음’을 하모니로 조직화하는 지휘자
스타초비악 교수는 “인체 유전자가 대략 3만개 정도이고 이 유전자에 결합돼 있는 수천개의 전사 인자(轉寫因子)가 유전자를 조절한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으나 이 유전자들이 어떻게 조직화돼서 유기체로 발달하는지는 그동안 알려진 바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연구팀은 여러 유전자의 불협화음을 논리적 경로와 회로를 통해 ‘생물학적 발생 교향곡’으로 연주해 내는 가장 중요한 ‘지휘자’를 발견했다”고 말하고, 그 지휘자는 바로 ‘핵 섬유아세포 성장인자 수용체1(nuclear Fibroblast Growth Factor Receptor 1 [nFGFR1)]’이라 불리는 단일 단백질로서 다세포 동물의 발생을 방향 짓는 유전자의 최상위에 위치해 있다고 밝혔다.
FGFR1 유전자는 3개 배엽이 형성되는 유기체의 발생 초기에 나타나 장배(腸胚) 형성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신경계 및 근육과 골격을 포함한 인체의 주요 시스템 발달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nFGFR1이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알기 위해 연구진은 신경계 세포로 발달하도록 프로그래밍된 쥐의 배아줄기세포 유전자 전체의 배열을 분석했다. 그리고 별도로 nFGFR1이 나타나는지 아니면 차단되는지를 실험했다. 그 결과 이 단백질은 단독으로 혹은 다른 핵 수용체와 함께 배아줄기세포가 분화된 세포로 발달하도록 책임지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즉 수천개의 유전자를 대상으로 신경이나 근육의 발달을 포함한 우리 몸의 주요 성장점 발달을 조정한다는 것.
이번 연구는 nFGFR1이 어떤 유전자가 발현될 지 안 될지를 조절하는 전사인자 (轉寫因子)를 부호화하는 유전자 프로모터와 결합돼 있음을 보여준다.
스타초비악 교수는 “우리는 이 단백질이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유전자 프로모터들과 증강자(enhancer)들을 통합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하나의 단백질이 수천개의 유전자와 결합돼 이를 계층 조직화할 것이란 사실은 지금까지 알려진 바가 없고 누구도 예측하지 못 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또 nFGFR1이 뉴런과 근육을 만드는 유전자는 물론 수많은 암세포에 포함돼 있는 주요 종양유전자인 TP53와도 결합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들은 별개의 연구를 통해 nFGFR1이 유전자의 기능을 조절하고 심지어는 정신분열증 같은 질병이 나타나도록 하는 상호작용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성인의 뇌를 대상으로 한 전(前)임상시험에서 nFGFR1이 활성화되도록 표적화하자 신경 발생이 재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초비악 교수는 이 연구로 재생의학에도 예기치 않은 수확을 안겨줬다고 말하고, nFGFR1의 핵이 축적되면 어떤 암세포 안에서는 nFGFR1이 바뀌게 되며, 이것은 암 치료에서 새로운 관심의 초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유기체 발생에 대한 진일보된 지식과 함께 암을 비롯한 질병의 이해와 치료 및 줄기세포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연구자들은 보고 있다.
- 김병희 객원기자
- kna@live.co.kr
- 저작권자 2015-05-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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