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가위’를 이용한 포유류에서의 유전 조절이 성공했다.
지난해 11월 중국의 한 과학자가 에이즈에 내성을 가진 쌍둥이를 ‘만들어냈다’는 발표 이래 나온 중요한 성과 중 하나다.
유전자 편집기술은 편집 오류를 해결한 3세대 크리스퍼/카스9 기술이 나오고, 이후 DNA 가닥을 잘라내지 않고 염기를 수정하는 단일염기 편집기술 등이 발표되며 질병 치료와 다양한 생물공학적 가능성으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인간 배아를 편집한다면 예측할 수 없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어 생명윤리 문제와 안전성 문제가 해결된 뒤에 접근해야 한다는 게 세계 과학자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이 때문에 연구자들은 동식물을 대상으로 정밀한 연구를 수행하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고대(UC San Diego) 생물학자들은 유전자 편집기인 ‘크리스퍼/카스9(CRISPR/Cas9)’을 이용한 ‘활성 유전학’ 접근법으로 쥐의 모피 색깔을 바꾸는데 성공하고, 이를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23일자에 발표했다. 관련 동영상

활성 유전학 접근법 포유류에 처음 사용
전세계 과학자들은 크리스퍼/카스9을 사용해 다양한 동식물 종에서 유전 정보를 편집해 왔다. 게놈을 편집하는 한 가지 접근법은 유전자 복제본 두 개 중 어느 것이 다음 세대로 전달될 것인지를 조절할 수 있다.
이 같은 ‘활성 유전학(active genetics)’ 접근법은 최근 수년 동안 곤충을 대상으로 개발돼 왔다. 그러나 포유류에 그런 도구를 적용하는 것은 한층 어려운 일로, 세대 간 차이가 길어 테스트에 훨씬 오랜 기간이 걸린다.
UC샌디에고 합동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생쥐를 이용해 새로운 활성 유전학 기술을 개발했다. 이 연구는 인체 질병에 대한 생의학적 연구를 포함한 미래 기술발전의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연구를 이끈 킴벌리 쿠퍼(Kimberly Cooper) 조교수는 “실험실 연구자들이 생쥐에 있는 여러 유전자의 유전을 조절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하자는 동기에서 연구를 시작했다”고 말하고, “앞으로 이를 더욱 발전시키면 지금은 불가능한 관절염이나 암 같은 복잡한 인체 질병을 가진 동물 모델을 만드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방(CopyCat)’ DNA 요소를 조작
연구팀은 연구 결과의 타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쥐에서 활성 유전자인 ‘모방(CopyCat)’ DNA 요소를 조작해 모피 색깔을 조절하는 티로시나아제(Tyrosinase) 유전자로 만들었다.
모방 요소가 생쥐의 두 유전자 복사본에 혼란을 일으키자 검은 색이었을 모피는 대신 희게 발현되었다. 이는 연구팀의 접근법이 성공적임을 보여주는 명백한 결과였다.
모방 요소는 또한 그와 유사한 기본 분자 메커니즘으로 구축된 곤충에서의 크리스퍼/카스9 ‘유전자 드라이브(gene drive)’와는 달리 해당 개체가 속한 집단 전체에 퍼지지 않도록 설계되었다.
과학자들은 말라리아나 지카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를 조절하기 위해 감염 모기의 유전자를 조작해 생식이 제한되도록 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이는 그 유전형이 모기 집단에 확산돼야 효과를 발휘하므로 특정 유전자를 개체군 전반에 퍼뜨리는 유전자 드라이브 기술을 사용한다.
암컷 난자에서만 작용
연구팀은 2년 간의 프로젝트 기간 동안 모방 요소가 크리스퍼/카스9이 타겟으로 하는 DNA 단절을 복구하기 위해 한 염색체에서 다른 염색체로 복제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사용했다.
확인 결과 처음에 두 염색체 중 한 염색체에만 존재했던 모방 요소가 다른 염색체로 복제된것으로 나타났다. 가족구성원 하나에서 통상 50%가 유전되는 데 비해 모방 요소는 모계쪽으로부터 자손 86%에게 상속됐다.
새 접근법은 수컷에서 정자가 생산되는 동안에는 작용하지 않고, 암컷이 난자를 생산하는 동안 작용한다.
이것은 남성과 여성에서 감수분열 시기에 차이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감수분열은 정상적으로 게놈을 섞기 위해 염색체가 쌍을 이루고 가공된 복제 이벤트를 돕는 과정이다.
연구 공저자인 에단 비어(Ethan Bier)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가 “다양한 생물학적 과정을 연구하기 위한 복잡한 유전시스템의 모듈화된 집합을 포함해 합성생물학의 폭넓은 응용을 위한 길을 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쿠퍼 교수팀은 이제 단일 유전자를 기반으로 한 이 최초의 포유류 대상 활성 유전 연구의 성공을 발판 삼아 다양한 유전자와 특성으로 연구를 확대할 계획이다.
쿠퍼 교수는 “우리는 하나의 유전자형을 이형 접합체에서 동형 접합체로 변환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으며, 이제 동물에서 세 가지 유전자의 유전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동시에 여러 유전자에서 작업이 수행될 수 있다면, 생쥐 유전학에 혁명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래 침입종 퇴치에도 활용 가능”
이번 새 기술은 실험실 연구를 위해 개발되었으나 일부 연구자들은 이 방법을 설치류를 포함한 외래 침입종에 의해 혼란을 겪는 생태계의 생물다양성 균형 회복을 위해 미래의 ‘유전자 드라이브’로 활용하는 방법도 구상하고 있다.
비어 교수는 “추가적인 개선을 통해 질병의 매개체가 되거나 토착 종에 피해를 주는 포유류 개체군을 개조하거나 줄일 수 있는 유전자-드라이브 기술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술을 야생에서 실제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술 개선과 함께 이를 적용하는데 대한 신중한 고려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 결과는 인간 질병을 연구하기 위한 생의학적 연구 진전과 다른 형의 복잡한 유전 특성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시간과 비용, 실험동물 수를 줄일 수 있는 실질적인 진전을 이룩했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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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9-01-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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