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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은 객원기자
2014-12-29

유기태양전지 수명 획기적으로 늘려 [인터뷰] 이광희 광주과학기술원 신소재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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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화석연료가 고갈되고 환경오염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차세대 청정에너지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가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고분자 유기물을 기반으로 하는 유기태양전지는 더욱 주목을 받는다. 기존의 무기물 기반 태양전지에 비해 공정단가가 낮을 뿐 아니라 유기물 자체의 유연성과 다양한 색채를 표현하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유기태양전지는 3세대 태양전지로 각광 받는 추세다.

짧은 수명 불안정성, 해답 찾아

이광희 광주과학기술원 신소재공학부 교수 ⓒ 한국연구재단
이광희 광주과학기술원 신소재공학부 교수 ⓒ 한국연구재단

이러한 이유에서 지난 20년 간 유기태양전지와 관련한 연구는 활발하게 이뤄졌다. 최근에는 10% 이상의 광전변환효율을 달성하는 등 상용화 진입단계에 이르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유기태양전지의 본격적인 상용화를 가로막는 치명적인 한 가지 단점이 존재했는데 바로 수명 문제다.

기존 무기물 기반의 태양전지에 비해 수명이 극도로 짧아 상용화에 필요한 적정 수준의 투자 회수기간을 확보하기조차 어려운 실정이었다. 이에 따라 수명문제를 해결하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였지만 그 과정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유기태양전지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광희 광주과학기술원 신소재공학부 교수팀이 유기태양전지의 수명을 최대 10년까지 연장해주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유기태양전지는 플라스틱과 같은 유기물을 이용해서 빛을 전기로 전환하는 태양전지를 의미합니다. 태양전지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 빛을 전기로 전환하는 광활성층 부분인데 이 광활성층에 유기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유기태양전지라 명명하는 것이죠. 유기물은 가볍고 유연하며 다양한 색 표현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향후 휴대용 전자제품뿐 아니라 건물 내부 및 외부에 부착 가능한 다양한 디자인의 발전제품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헌데 수명이 발목을 잡고 있었어요. 상용화에 필요한 최소한의 투자회수기간도 잡지 못할 정도였으니까요. 특히 유기태양전지를 작동할 때 초기 효율이 급격하게 감소하는 '번-인(burn-in)' 현상은 유기태양전지의 수명향상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습니다."

'번-인(burn-in)' 현상의 원인을 규명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시급한 숙제였던 셈이다. 동시에 이광희 교수팀의 이번 연구에 있어서도 가장 핵심이 되는 사항이었다.

연구 내용을 살펴보기 전, 그렇다면 '번-인' 현상은 왜 발생하는 것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먼저 '번-인' 이란 앞서도 설명했듯 유기태양전지의 짧은 수명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수일에서 짧게는 수 시간 만에 초기 효율의 20% 이상이 급격하게 감소하게 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서는 제대로 밝혀진 바가 없다. 이광희 교수는 "세계 여러 과학자들이 연구한 바에 따르면 산화되기 쉬운 금속전극을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여겨져 왔다"며 "따라서 지금까지의 대부분 연구들은 산소 등과 같은 외부적 요인들과의 접촉을 차단하고 전극을 산화되기 어려운 금속으로 대체하는 쪽으로 활발한 연구가 진행돼 왔다"고 이야기 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여전히 유기태양전지의 감소현상을 온전히 막아내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유기태양전지를 산소와 수분이 완전히 제거된 불활성 기체 내에 보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현상은 여전히 관찰됐다. 이에 따라 이광희 교수팀은 근원적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태양전지 내부 광활성층에 사용되는 유기물질 자체를 탐구하기로 했다.

"유기물의 평균 분자량 크기와 분포를 관찰할 수 있는 젤 투과 크로마토그래피(Gel Permeation Chromatography, GPC) 장비를 통해 유기물질 내부에 저분자 영역 대의 유기분자 그룹들이 공존하고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또한 선택적 용매 추출법을 통해 실제로 이러한 저분자 유기물 그룹들을 각각 분류했어요. 분류된 각 그룹들의 전기적 특성평가를 통해 유기물 내에 공존하고 있던 저분자 영역대의 유기분자 그룹들이 빛에 의해 발생된 전기를 가두거나 잠식시키는 불순물 역할을 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죠."

연구팀은 전기적 불순물 역할을 하는 저분자 유기물 그룹들을 원래의 유기물 내에서 제거했고, 이렇게 정제된 유기물을 통해 만들어진 유기태양전지는 기존 소자효율에 비해 40% 이상 향상된 효율을 보였다. 초기 효율의 급격한 감소현상인 '번-인' 또한 거의 제거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유기물 내에 숨어있던 짧은 길이의 저분자 유기분자 그룹들이 소자의 효율과 수명에 잠재적 제한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었음을 밝힌 것이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소자의 수명을 최대 10년까지 연장시킨 고성능 유기태양전지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다.

기존 관점에서의 탈피가 가장 어려웠다

고품질 고분자를 사용한 단위모듈 유기태양전지 모습 ⓒ 한국연구재단
고품질 고분자를 사용한 단위모듈 유기태양전지 모습 ⓒ 한국연구재단

이광희 교수팀의 이번 연구결과는 그 성과를 인정받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지 온라인 판에 게재되기도 했다. 기존의 관점을 탈피한 연구라는 점에서 그 의의를 인정받은 것이다.

이광희 교수는 "이번 연구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실험적인 부분보다 기존 관점을 탈피하는 데 있었다"며 "유기물질을 분석함에 있어 기존에 사용되고 있던 평균 분자량 수치를 이용하지 않고 분자량 분포 내의 개별적 구성분포를 관찰했다. 이로써 각 구성 그룹을 개별 분석 단위체로 분류할 수 있었고 평균적 수치 내에 숨어있는 잠재적 요인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를 통해 유기물 기반 태양전지에서 발생되고 있는 '번-인' 현상을 제어할 수 있게 됐으므로 해당 결과는 다양한 유기물 기반 태양전지에 널리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받기에 이르렀다. 유기태양전지의 수명을 근본적으로 향상시켜 유기태양전지의 상용화에 주춧돌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험을 통해 유기태양전지에서 발생되는 '번-인' 손실의 원인이 유기물 내 전기적 불순물 역할을 하는 저분자 그룹들에 의해서 발생될 수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이를 통해 유기태양전지의 짧은 수명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유기태양전지뿐 아니라 유기 LED 및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유기물 기반 전자소자의 짧은 수명문제를 해결할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앞으로 이광희 교수팀은 더욱 다양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현재 해당 연구팀은 이미 상용화 된 아몰레드(AMOLED)에서 종종 발생되고 있는 열화현상 및 화소 번-인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이광희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다양한 유기전자소자에서 발생하는 효율 및 성능 저하 현상 등을 다각적으로 분석해 유기물 기반의 플렉서블‧스트레처블 전자소자의 대중화에 앞장서고자 한다"며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황정은 객원기자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4-12-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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