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의 집적화를 통해 메모리 용량을 약 네 배 가량 높일 수 있는 유기메모리소자. 최근 스마트 기기가 발전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전자기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에, 유기메모리소자에 대한 관심까지 급증하고 있다. 휘어지는 전자기기는 동일하게 잘 휘어지고 유연한 부품을 필요로 하는데 그 중 플렉서블 메모리 개발은 반드시 필요한 항목이기 때문이다.
저장능력 높이고, 공정은 단순하게
플렉서블 메모리는 휠 수 있는 플라스틱 기판 위에 만들어지는 것으로 여기에는 유기반도체 및 유기절연체 등 유기물 기반의 소재가 많이 이용된다. 유기물 기반 메모리 소자의 경우 저온에서 형성이 가능하므로 플렉서블 메모리 소자 구현이 용이한 반면 정보저장능력과 내구성 등 신뢰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국내 연구진이 정보저장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제작공정은 단순화한 새로운 유기메모리소자를 개발해 주목 받고 있다. 이장식 포스텍 신소재공학과 교수팀이 정보저장 능력이 뛰어난 유기 메모리 소자를 개발, 앞으로 이를 통해 차세대 플랙서블 유기 메모리 소자 제작 기반 기술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메모리 소자는 이름 그대로 정보를 저장하는 장치입니다. 현재 저희가 사용하는 소자는 무기 메모리 소자입니다. 유기소자가 아니에요. 사실 정보 저정능력은 유기메모리 소자가 더욱 뛰어납니다. 하지만 이것은 환경에 취약하고 시간이 지나면 저장된 정보가 저하되거나 여타의 문제가 발생하곤 합니다. 이러한 단점들이 잘 해결된다면 유기 메모리소자도 무기메모리소자처럼 잘 응용할 수 있을텐데 그렇지 못해서 실용화가 안 되는 상황이었어요. 저희 연구팀은 정보를 저장하는 데 있어 핵심이 되는 소재를 새롭게 개발했습니다. 유기메모리소자에서 정보가 저장되는 금 나노입자 표면을 나노실리카 껍질(nano silica shell)로 감싸 유기메모리소자의 정보저장능력을 향상시켰습니다.”
나노실리카 껍질이란 구(球) 형태의 금속나노입자를 둘러싸는 나노 두께의 실리카 물질을 지칭한다. 나노실리카 껍질이 금 나노입자 표면을 감싸면서 전하를 안정적으로 가두는 절연체 층의 역할을 하게 되고, 이로써 메모리 기능을 안정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
“나노입자는 정보를 저장하는 역할을 하지만, 나노입자만 존재할 경우 저장된 정보가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때문에 이것을 막아주기 위한 다른 절연층이 필요해요. 기존에는 이를 위해 나노입자를 형성하고 그 위에 절연체 층을 전면에 증착했다면 저희는 나노입자 표면을 나노실리카 껍질로 감싸도록 해 공정을 절반으로 줄였습니다. 기존 절연체 층 증착 과정을 생략할 수 있게 된 거죠.”
실리카 껍질은 전하의 이동을 방해하는 ‘터널 배리어(tunnel barrier)’의 역할을 하므로 메모리 소자의 신뢰성을 향상 시켜준다. 이와 함께 메모리 소자 제작 공정이 기존 나노입자 형성 및 증착과 터널 배리어 형성 이라는 두 단계에서 나노입자와 터널배리어를 용액 공정으로 한 번에 제작, 메모리 소자 제작 공정을 단순화시켰다.
실리카 껍질은 구(球) 형태의 나노껍질로 메모리 소자 내의 전하 손실을 막는데 가장 이상적인 구조로 일컬어진다. 메모리소자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정보저장층 및 절연층 전부를 간단하고 값싼 용액 공정으로 제조할 수 있으며, 정보저장층 및 절연층을 형성하는데 있어 고온의 열처리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차세대 플렉서블 유기메모리소자 제작에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공정은 간단해지고 비용은 저렴해질 수 있게 됐다. 성능이 좋아진 것은 물론이었다. 반도체 소자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쉽고 빠르게, 그리고 저렴하게 소자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장식 교수는 “우리팀의 연구는 나노실리카 껍질에 있는 나노입자만 형성하면 메모리가 완성되는 시스템이기에 예전에 비해 매우 쉽게 소자를 만들 수 있다”고 이야기 했다.
이상적인 메모리소자에의 꿈

이장식 교수가 이번 연구를 진행한 것은 이상적인 메모리 소자를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면서 시작됐다. 대학원 시절부터 지금까지, 메모리 소자와 관련한 연구를 오랫동안 진행한 그는 제작공정은 획기적으로 단순화시키면서도 우수한 특성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소자를 원했다.
“이번에 개발한 메모리소자는 사실 가장 이상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보가 빠져나갈 수 있는 모든 틈새를 완전히 감쌌기 때문에 어느 방향으로의 정보 유실도 막을 수 있습니다. 실제 나노실리카 껍질이 없는 경우와 비교해 보면 나노실리카 껍질이 절연체로 작용한 경우가 정보저장능력이 약 네 배 이상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연구의 가장 핵심적인 단계는 바로 나노실리카로 감싸는 공정인 셈이다. 사실 언뜻보면 매우 단순하고 쉬워보이는 연구과정으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공정이 완성되기까지 이장식 교수팀은 몇 백 번의 실험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나온 결과물 보면 매우 단순하다고 이야기를 많이 하세요.(웃음) 사실 그렇게 보이는 것은 맞거든요. 나노입자 표면에 실리카를 감싸면 끝이잖아요. 하지만 이 과정이 가능케 되도록 하기 위해 정말 많은 실험과 연구과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유기메모리 소자를 만들 때 1제곱센티미터당 약 천 억개의 나노입자가 들어갑니다. 이 모든 나노입자에 실리카 껍질을 싸야 하는 거예요. 나노 입자 두 개가 붙어도 안되고, 어떤 것은 얇거나 두꺼워도 안됩니다. 모두 균일하게, 게다가 따로 따로 감싸는 기술을 만들어야 했어요. 이를 2년 넘게 연구했죠.”
아이디어는 오래전부터 나와있었지만 실제로 구현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이장식 교수는 “연구과정은 어려웠지만 반드시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는 믿음으로 연구를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앞으로 더 좋은 연구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는 이야기도 잊지 않았다. 그는 “이번 연구결과는 처음 이룬 성과인 만큼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며 “우리가 만든 나노 실리카 껍질에 싸인 나노 입자가 매우 저온에서 형성이 된다. 때문에 플렉서블 메모리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 앞으로 연구를 통해 플렉서블 메모리에도 잘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다. 좀 더 나아가서는 실제 메모리로 적용하려면 높은 집적도가 필요한 만큼 집적도를 높이는 연구도 진행할 예정이다. 더 좋은 특성을 가지기 위해서 메모리 특성을 향상시키는 연구 등을 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이장식 교수팀의 이번 기술개발은 간단한 용액공정으로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정보저장층을 개발했다는 점에 있다. 유기메모리 소자 상용화의 가장 큰 문제점이었던 낮은 정보저장능력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가치 있다고 평가받는다. 또한 제조공정 단계를 획기적으로 줄인 것 역시 좋은 기술로 언급되고 있다.
“앞으로 메모리 소자 방향으로 연구를 지속하려고 합니다. 앞으로도 더욱 연구를 진행하려는 분야는 생체 적합한 메모리 소자를 개발해 사람에게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소자를 만드는 일입니다. 피부에 부착할 수 있거나 사람 몸속에서도 쓸 수 있는 그러한 생체 적합형 메모리 소자를 개발하고 싶습니다. 더불어 플렉서블한 전자기기가 많이 나올 것이므로 플렉서블 메모리 소자를 개발하는데 좀 더 신경을 쓰고자 합니다. 현재 지금보다 성능이 향상된 메모리 소자 개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 저작권자 2015-01-0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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