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37억년 전의 대폭발로 현재와 같은 팽창 우주가 생긴 뒤 40만년이 지났을 무렵에도 우주는 어두웠다. 어떤 별이나 은하도 생성되지 않았고, 우주 공간은 주로 중성 수소가스로 채워져 있었다.
그 뒤 50만~1억 년 동안 가스가 가장 밀집된 영역끼리 서로 천천히 끌어당기도록 중력이 작용하면서 마침내 몇몇 장소에서 가스가 붕괴되고 우주 최초의 별들이 탄생했다.
이 최초의 별들은 어떻게 생겼고 언제 형성됐을까? 그리고 이 별들은 우주의 나머지 부분들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천문학자와 천체물리학자들은 오랫동안 이런 의문들을 풀기 위해 심사숙고해 왔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ASU) 지구 및 우주탐사대학 천문학자인 저드 보우먼(Judd Bowman) 교수팀은 12년 간의 실험 연구 끝에 우주에서 가장 먼저 생성된 별들의 '지문'을 탐지해내는데 성공했다. 전파신호를 이용한 이번 탐지 작업의 성공에 따라 우주가 생긴 뒤 1억8000만년 만에 우리 우주의 가계도에서 가장 오래된 조상 별들에 대한 최초의 증거를 확보하게 됐다. 관련 동영상
"허리케인 속에서 벌새의 날갯짓 확인"
이번 연구를 지원한 미국 국립과학재단의 프로그램 담당 피터 쿠르친스키(Peter Kurczynski) 박사는 " 탐사 연구에는 엄청난 기술적 어려움이 있었다", "탐지를 방해하는 다른 소음원들이 목표로 한 신호보다 1000배는 더 밝아 마치 허리케인 한 가운데서 벌새의 날갯짓 소리를 들으려는 것과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사막에서 작은 전파수신기로 작업한 연구원들이 가장 강력한 우주망원경보다 더 멀리 보았고, 초기 우주에 대한 새로운 창을 열었다"고 덧붙였다.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2월 28일자에 발표된 이번 연구에는 보우먼 교수를 비롯해 MIT 헤이즈택 관측소의 앨런 로저스(Alan Rogers) 박사, 콜로라도대의 라울 몬살베(Raul Monsalve) 박사 그리고 애리조나주립대의 토머스 모즈던(Thomas Mozdzen) 및 니베디타 마헤쉬(Nivedita Mahesh) 연구원 등이 논문 공저자로 참여했다.
전파천문학의 개가
보우먼 교수팀은 이 '지문'들을 찾기 위해 호주 서부에 위치한 과학ㆍ산업 연구기구(CSIRO) 머치슨 전파천문대(MRO)의 지상 관측기구인 전파 분광계를 사용했다. 연구팀은 그들의 '글로벌 재이온화 시기 표지 탐지 실험'(EDGES)을 통해 남반구 하늘 대부분에서 수신된 모든 천문 신호의 평균 전파 스펙트럼을 측정하고, 파장(혹은 주파수)과 함수관계를 갖는 작은 전력 변화들을 탐색했다.
우주 전파는 FM 라디오나 TV 수신기와 같이 지상 안테나로 들어와 수신기에 의해 증폭된 다음 컴퓨터로 디지털화하여 기록된다. 차이점은 우주 전파 수신기가 여러 파장에서도 가능한 한 균일하게 수행될 수 있도록 매우 정확하게 조정 및 디자인되었다는 점이다.
이번 연구에서 전파 분광계로 탐지된 신호들은, 초기 우주 공간을 채웠고 모든 별과 은하 사이에 존재했던 수소 가스로부터 나온 것이었다. 따라서 초기 및 그 뒤에 생성된 별들과 블랙홀, 은하들이 어떻게 형성되고 진화되었는지를 알 수 있는 새로운 창을 여는 풍부한 정보를 담고 있다.
보우먼 교수는 "우리는 일생 동안 이보다 더 앞선 별들의 역사를 살펴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이번 프로젝트는 새로운 유망 기술을 적용해 앞으로 수십년 동안 새로운 천문물리학적 발견을 위한 길을 열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번 탐지는 특히 EDGES에서 발견된 특성이 FM라디오 방송국에서 사용하는 주파수 범위와 겹치기 때문에 MRO의 탁월한 전파 정숙성이 요구됐다. 호주의 국내법은 라디오 송신기 사용을 기지국의 260㎞ 안으로 제한하기 때문에 민감한 천문 관측 전파를 삼켜버릴 수 있는 간섭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빅뱅 후 1억8천만년에 해당하는 신호
이번 실험 결과는 최초의 별들이 언제 형성되었는가와 초기 별들의 가장 기본적인 특성에 대한 일반적인 이론적 기대치를 확인해 준다.
MIT 헤이즈택 관측소의 로저스 박사는 "이 시점에 일어나고 있는 일은 바로 초기 별들로부터 나오는 일부 방사선들이 수소가스가 보이게끔 하기 시작했다는 점으로, 수소가스가 배경복사를 흡수하도록 함으로써 특별한 무선 주파수에서 이를 실루엣으로 보기 시작했다"며, "이것은 별이 형성되기 시작하고 주변의 매질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최초의 실제 신호"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본래 관측기구에서 초기가 아닌 나중의 우주시간대를 관측하도록 조정했으나 2015년에 탐색 범위를 확장했다. 로저스 박사는 "시스템을 낮은 범위로 전환하자마자 실제의 표지(signature)일 것이라고 느낀 것들을 보기 시작했다"며, "우리는 이를 78메가헤르쯔 부근에서 가장 강하게 확인했고, 그 주파수는 빅뱅 후 거의 1억8000만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수소가스 자체로부터 나오는 신호를 직접 탐지했다는 점에서 이것은 가장 초기의 신호였다는 것.
'비표준 물리학의 첫 증거 발견?'
이번 연구에서는 또 우주의 가스가 예상했던 온도의 절반 이하로 매우 차가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천체물리학자들의 이론적 노력이 중요한 것을 간과했거나 아니면 이것이 비표준 물리학의 첫 번째 증거라는 점을 시사한다. 구체적으로는 텔아비브대의 레난 바카나(Rennan Barkana) 박사가 제안한 것처럼 초기 우주에서 정상 물질인 중립자(barions)가 암흑 물질과 상호작용해 에너지를 천천히 암흑물질에 빼앗긴 것일 수 있다는 것.
보우먼 교수는 "바카나 박사의 생각이 확증되면 우리는 우주 물질의 85%를 구성하는 신비로운 암흑 물질에 대한 새롭고도 근본적인 지식을 배우는 것이며, 이는 표준모델을 넘어서는 새로운 물리학을 처음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다음 단계로 다른 관측기구를 이용해 이번의 탐지 결과를 재확인하고 기구의 성능을 개선해 초기 별들의 속성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계획이다. 보우먼 교수는 "이번 탐지를 검증하기 위해 지난 2년 간 매우 열심히 작업했다"며, "다른 연구팀이 이를 독립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과학적 과정에서 중요하다"고 밝혔다.
- 김병희 객원기자
- 저작권자 2018-03-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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