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산업 혁명을 가져올 것이라고 일컬어질 만큼 주목 받고 있는 3D 프린팅. 미래 유망기술로 주목 받고 있지만 아주 작은 크기의 초미세 무늬를 찍어내는 데는 한계를 보여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연구되곤 했다.
국내 연구진이 3D 프린팅으로 휘어지는 곡면 전자회로를 만들었다. 박장웅 UNIST 신소재공학부 교수팀이 0.001 나노미터(㎜) 수준의 초미세 무늬를 찍어내는 3D 프린팅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현재 구현된 해상도 중 세계 최고 수준으로, 적혈구보다 작은 구조도 프린팅 할 수 있다.
초미세·상온 프린팅, 모두 잡았다
박장웅 교수팀이 개발한 ‘웨어러블 전자회로용 상온 고해상도 3D 프린팅 기술’은 지난 6월 23일 세계적 저널인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 지 온라인 판에도 게재됐다. 금속이나 반도체, 디스플레이용 발광 물질 등을 3차원 구조로 쉽게 찍어낼 수 있다.
박장웅 교수는 “이 기술을 이용할 경우 상온에서도 3D 프린팅 공정이 가능할 뿐 아니라 구부러진 플라스틱 기판에도 구현할 수 있어 향후 3D 프린팅의 영향력을 넓혀줄 것”이라고 전했다.
기존 3D 프린팅의 경우 해상도가 낮아 0.1~0.01㎜ 이하 수준의 미세 가공은 불가능했다. 또한 3D 프린팅 공정이 고온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금속이나 반도체 등 전자회로용 재료는 사용할 수 없다는 한계 역시 안고 있었다.
박장웅 교수팀이 개발한 ‘3D e-jet 프린팅(3D electrohydrodynamic inkjet printing)’ 기술은 이러한 한계를 모두 극복했다. 박 교수는 “최근 다양한 전자 디바이스를 사람 몸에 착용할 수 있는 웨어러블 일렉트로닉스가 주목을 받고 있다”며 “웨어러블 기기가 더욱 잘 활용되려면 굴곡 있는 사람의 몸에 잘 밀착돼야 하는데, 기존의 3D 프린팅 기술로는 이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했다”며 연구 동기를 이야기했다.
“인체의 굴곡에도 적용할 수 있으려면 전선이 필요했습니다. 굴곡이 있다는 것은 평면이 아니라 높이의 단차가 있다는 거예요. 즉 단차 문제를 극복해야 진정한 웨어러블 기기를 만들 수 있겠죠. 저희 팀은 단차를 이어주는 방법으로 3차원 미세구조의 전극배선(interconnect)을 인쇄해 활용 했습니다. 예를 들어 전선을 공중에 띄운 상태로 만든다든가 하는 것이죠. 헌데 기존의 기술로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해상도가 너무 떨어졌어요. 전자회로처럼 미세한 전선이나 패턴이 필요한데, 그런 쪽으로는 3D 프린팅이 적용되지 않았던 거죠. 하지만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유연하고 신축성 있는 전자회로를 제작할 수 있었습니다. 형태가 크게 변형돼도 잘 견딜 수 있는 3차원 구조 덕분에 전자회로의 유연성과 신축성을 극대화할 수 있었죠.”
이를 위해 박장웅 교수팀은 3D 프린팅의 해상도를 0.001㎜ 수준까지 높였다. 또한 상온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잉크가 분사되자마자 마르도록 설계했다. 개발한 3D e-jet 프린팅 장비의 미세 노즐에서 잉크가 분사되면 방울이 기판에 닿기 전에 증발되도록 한 것이다. 기존 기술은 고온 공정을 필요로 했기에 100℃에서 쉽게 녹는 플라스틱 기판은 사용할 수 없었는데, 이에 비하면 박장웅 교수팀의 연구는 많은 기술의 발전을 이룬 셈이었다.
4년의 연구, “학생들 계속 바뀌어 힘들었어요”
박장웅 교수가 개발한 방법을 이용하면 수백 나노미터(㎚) 수준의 3차원 패턴을 구현할 수 있다. 적혈구 하나보다 두께가 작은, 미세한 기둥까지 만들 수 있는 수준이다.
“총 4년이 걸려 진행한 연구입니다. 가장 많이 진행한 연구는 고해상도 잉크젯 기술이었어요. 요즘에는 레이저 프린터를 많이 쓰죠. 잉크젯은 해상도가 떨어지기 때문이에요. 당시 진행한 연구는 3D가 아닌 2D 연구였는데, 이후 3D 로도 좋은 결과를 구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 연구를 심화시켰습니다. 헌데 4년 전 연구를 시작한 후 학생들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사실 그 점이 가장 힘들었어요. 가장 처음 연구를 진행한 학생이 학부생이었는데 아무래도 연구를 완료할 때까지 함께 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죠. 실험 도중 멤버가 바뀌었던 게 가장 큰 난점이 아니었나 싶어요.”
박장웅 교수는 평소 웨어러블 일렉트로닉스에 관심이 많다. 인체 굴곡을 극복할 방안에 대해 계속 연구하고 있는 것이다. 박 교수는 “결국 이번 연구는 웨어러블 기기의 다양한 적용을 끌어내기 위해 인프라를 구축한 결과”라며 “학생들과 이 결과를 함께 도출해서 매우 기쁘다. 학생들의 실력이 상승하는 것을 보며 희열을 느낀다”며 연구의 의의에 대해서도 덧붙였다.
“사회적으로 웨어러블 일렉트로닉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관심에 비해 상용화된 기술은 나오지 않고 있어요. 앞으로 이 분야를 더욱 연구해서 웨어러블 일렉트로닉스가 실제 생활에 밀접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 저작권자 2015-07-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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