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y 26,2017

온난화가 곡물량을 늘릴 수 있을까?

추운 지역 식물 생장률은 증가… 곡물량은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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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를 잃으면, 하나를 얻는 것이 자연의 이치라지만, 지구 온난화 현상에 있어서만큼은 그런 이치가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환경 파괴도 모자라 식량까지 줄어들 위험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캐나다 북쪽지역이나 알라스카 지역이 온난화로 인해 식물 생장률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NASA

캐나다 북쪽지역이나 알라스카 지역이 온난화로 인해 식물 생장률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NASA

온난화로 인해 인류가 살고 있는 환경은 전반적으로 위협을 받고 있지만, 곡물을 생산하는 농작물들에게는 나름 유리한 환경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기후가 따뜻할수록 농작물들의 곡물 생산량도 증가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과학기술 전문 매체인 피스오알지(phys.org)의 보도에 따르면 온난화 현상이 오히려 농작물의 곡물 생산량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매체는 대한민국의 과학자들이 공동으로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고 보도하면서, 먹거리가 부족해져 기아에 허덕일 수 있는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온난화의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 기사 링크)

온난화가 추운 지역의 녹화 현상 이끌어

기후 온난화로 인해 농작물이 잘 자랄 것이라 주장한 의견들이 전혀 틀린 것은 아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위성을 이용하여 1984년부터 2012년 사이에 조사한 ‘한대(寒帶) 지역의 식물 생장 추이’를 살펴보면 이 같은 생각이 일부는 맞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의 평균기온이 상승하면 여러 지역에서 홍수와 가뭄, 해수면 상승과 같은 재난이 발생하게 되지만, 캐나다나 미국의 알라스카 같은 한대 지역은 기후가 온화해짐에 따라 농작물의 생장 지역이 추운 곳으로 올라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지구 전체를 대상으로 봤을 때는 온난화가 재앙이 될 수 있지만, 극지방에 가까운 일부 지역의 경우는 이전에 자랄 수 없었던 식물들이 생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한대 지방의 식물 생장률을 위성 사진으로 분석한 결과 온난화로 인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NASA

한대 지방의 식물 생장률을 위성 사진으로 분석한 결과 온난화로 인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NASA

NASA가 공개한 자료들은 지난 30년 간 수집된 총 87000여장의 위성사진을 분석한 것으로서, 캐나다의 퀘벡 주 북쪽과 북극권에 인접한 지역이 과거보다 더 녹색으로 변한 것을 알 수 있다. 이 지역의 기온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식물들이 예전에 자랐던 지역의 위도보다 더 높은 곳에서 번성한 것이다.

물론 이들 지역의 식물들이 모두 다 번성한 것은 아니다. 해양 가까이 위치한 지역의 식물 생장률은 최대 29.4% 정도 증가한 반면에 내륙 지역에서는 2.9% 가량 줄어든 수치를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NASA의 관계자는 “아마도 온도 이외에 강수량이나 토양 성분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식물 생장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하면서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기후 온난화가 과거 한대(寒帶) 지역으로 분류되었던 장소의 녹지 면적을 늘렸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추운 지역까지 식물이 자라고 있는 녹화(綠化)의 원인이 환경을 파괴하고 있는 온난화라는 사실은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대다수의 과학자들은 이를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식물이 증가하여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감소시킴으로써 지구 온난화 현상을 다소나마 완화시키고 있다는 점이 반영된 것이다.

식물 생장률은 높아졌지만 곡물 생산량은 감소

NASA의 식물 생장 추이 결과가 발표된 이후, 학계에서는 기후 온난화가 추운 지역에서도 농작물이 잘 자라도록 만들고, 이에 따라 곡물의 생산량도 대폭 증가될 것으로 전망했다. 농작물도 식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예측은 우리나라 과학자들로 구성된 공동 연구진의 연구결과가 최근 발표되면서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들은 기온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온난화로 인해 기상 이변이 더 잦아지게 되면 오히려 곡물 생산이 최대 20%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네이처지오사이언스(Nature Geoscience)’에 실어 학계를 놀라게 만들었다.

포항공대 환경공학부의 김진수(Jin Soo Kim) 박사와 국종성(Jong Seong Kug) 교수, 그리고 중국남방과기대의 정수종(Su Jong Jeong) 교수로 구성된 공동 연구진은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수십 년 간 축적된 각종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후 온난화가 곡물 생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 등이 오히려 곡물 생산량을 줄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가령 온도는 식물이 더 잘 자랄 수 있도록 따뜻해졌지만, 가뭄과 사막화 같은 현상으로 인해 작물 생산이 오히려 감소한다는 점을 파악한 것.

한대 지방을 중심으로 온도와 강수량에 따른 곡물 생산량의 변화 ⓒ nature

한대 지방을 중심으로 온도와 강수량에 따른 곡물 생산량의 변화 ⓒ nature

실제로 극지방의 기상이변(anomalous warming in the Arctic)이 발생한 해에는 곡물 생산량이 평균 1~4% 정도 감소했으며, 지역에 따라 최대 20%까지 편차가 발생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김 박사는 “곡물의 생산량 감소 추이가 당장 식량 위기를 걱정해야 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온난화 현상이 장기적으로는 곡물 가격의 안전성을 해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비단 곡물 생산량의 감소 뿐 만이 아니다. 과일과 채소의 생산량도 대폭 줄어들게 되면서 아예 품종의 교체가 일어날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북부지방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재배되고 있는 사과가 수십 년 후에는 강원도 산간지방에서만 재배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고, 배의 경우도 현재는 전국의 90%에서 재배가 가능하지만, 수십 년 후에는 경기도 북부와 강원도 등지에서만 재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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