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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이강봉 객원기자
2015-11-17

연쇄살인범의 뇌 일반인과 달라 폭력 두려워하지 않고 당연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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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0일 ‘미러’ 지는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의 아드리안 레인(Adrian Raine) 교수연구팀이 살인자, 강간범, 가정폭력범 등 수십 명의 폭력 범죄자 뇌를 분석했다고 전했다. 조사 결과 범죄자들의 뇌가 일반인과 다른 점을 발견했다.

뇌 속에서 그들의 폭력을 제어하는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 이 같은 장애는 임신 중 지나친 음주·흡연을 하고 있는 모친으로부터 비롯될 수 있고, 또 어린 시절 끔찍한 폭력을 당해 장애가 생겼을 가능성도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1981년 영국 요크셔에서 13명의 직업여성을 살해한 연쇄살인범 피터 수트클리프(Peter Sutcliffe)를 예로 들었다. 검거 당시 그는 무려 16시간 동안 거의 10년 간 실행해온 자신의 범행을 상세히 진술했다.

뇌 영상 분석결과 전전두엽 부위 손상 

또 자신의 행동이 인간쓰레기로 가득 찬 길거리를 청소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레인 교수는 그러나 최근 연구 결과에 비추어 수드클리프가 어린 시절 좋지 않은 식단과 폭력 등의 충격으로 인해 뇌 기능 장애가 있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최근 뇌과학자들을 통해 범죄자, 정신질환자 등의 뇌를 분석하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옥스포드대 연구진이 MRI로 촬영한  뇌 영상. ⓒOxford University
최근 뇌과학자들을 통해 범죄자, 정신질환자 등의 뇌를 분석하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옥스포드대 연구진이 MRI로 촬영한 뇌 영상. ⓒOxford University

그는 “많은 죄악의 씨앗이 어린 시절 심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40명의 살인범의 뇌를 MIR(자기공명영상) 등으로 스캔한 결과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 부분이 보통 사람들과 큰 차이를 보였다는 것.

“이 영역은 정신을 집중하게 하고, 또한 충동과 폭력을 억제하는 기능을 지니고 있는데 살인범들은 이 부분에서 결함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뇌의 변연계(limbic system)에 속하는 편도체(amygdala) 역시 심하게 쪼그라들어 있었다고 말했다.

편도체는 감각 기관에서 오는 정보를 받아서 정서적으로 평가하고, 그 결과를 대뇌의 전두엽과 척수로 보내는 등 정서경험에 있어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는 부분이다. 레인 박사는 연쇄살인범 수트클리프가 조산아였다고 말했다.

그가 태어난 후 10일 간은 살아남기 위한 사투가 진행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신생아서부터 시작된 이러한 환경적 요인이 그의 뇌에 손상을 일으켰으며, 그의 감정과 폭력성을 제어하지 못함에 따라 연쇄살인법이 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했다고 말했다.

교수는 뇌 스캔과 함께 심박수(heart rate) 검사를 통해 범죄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고 말다. 일반적으로 폭력 전과자들의 경우 일반인과 비교해 낮은 심박수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 설명에 따르면 낮은 심박수는 두려움의 결핍을 반영한다.

별다른 두려움을 느끼지 않음에 폭력 범죄자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을 해칠 수 있다. 레인 박사는 범죄학자다. 1980년대 영국 북동부 헐 교도서에 근무하면서 범죄자들을 연구해왔다.

무감각 증세도 뇌 기능과 관련 있어 

그의 오랜 경험이 최근 MRI와 같은 첨단 기술을 만나 범죄와 관련된 뇌과학 연구 자료를 발표하고 있다. 교수는 최근 발전하고 있는 유전공학 역시 범죄 연구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레인 교수에게서 볼 수 있듯이 최근 뇌과학자들에게 있어 전전두엽 피질부위(Pre-Frontal Cortex)에 대한 연구는 일반적인 일이 됐다. 이 부분을 통해 다른 동물과 사람 간에 사고력 차이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손상을 입을 경우 여러 가지 유형의 정신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무관심(apathy) 또는 게으름(laziness)과 같은 사례들도 이 부위와 관련이 있다. 최근 옥스퍼드 대에서는 전전두엽 피질부위에 대한 새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15일 웹블로그 ‘기즈모도(Gizmodo)’에 따르면 옥스퍼드 연구진은 무관심에 대한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궁금증이 강한 비교적 젊은 사람들의 뇌와 무감각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비교적 노년층의 뇌를 MRI를 통해 비교·분석했다.

의사결정 게임을 진행하면서 MRI(자기공명영상)를 통해 뇌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관찰했는데 의외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게으른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취하더라도 전전두엽 피질의 활동량이 매우 적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더 활동량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무관심한 사람들이 이 많은 활동량을 기피하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어떤 문제를 파고들고, 정확한 분석을 해내려는 의도가 매우 부족했다.

옥스포드대 연구 결과는 뇌 장애로 인해 또 다른 사고력 장애가 나타날 수 있음을 예시하고 있다. 16일 '이화여대 뇌융합과학연구원에서 팔달산 토막살인' 사건의 피고인 박춘풍(55·중국 국적) 씨의 '사이코패스' 감정을 위한 뇌영상을 촬영했다.

법원은 박씨의 뇌영상을 분석해 살인의 고의를 따져보고 항소심 양형에 반영할지 등을 정할 예정이다. 박씨는 지난해 동거녀를 목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수원 팔달산 등에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박씨는 1심에서 사이코패스로 진단받았다. 살인의 고의가 인정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이번 동영상 촬영으로 뇌 기능 장애가 확인될 경우 박씨 양형에 유리한 참작사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뇌과학을 통한 증거자료가 채택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5-11-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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