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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신기술
황정은 객원기자
2014-11-27

연속방식의 나노입자 정제기술 개발 [인터뷰] 김덕종 한국기계연구원 나노역학연구실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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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적 합성 공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나노미터 크기의 반도체 결정체인 양자점(Quantum Dot). 반도체 양자점(量子點, Quantum Dot)은 지름이 2~10 나노미터(nm) 크기를 갖는 반도체 결정으로, 크기에 따라 색깔이 바뀐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초미세 반도체와 질병진단시약,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제품에 적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LED와 OLED, 태양전지, 바이오 표시자, 바이오센서, 위조방지 인쇄 등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기에 많은 반도체 업체들이 양자점 구조를 갖는 반도체 연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 최초의 연속방식

김덕종 기계연 박사 ⓒ 황정은
김덕종 기계연 박사 ⓒ 황정은

정제과정을 거쳐야 하는 반도체 양자점을 신속하면서도 높은 품질로 균일하게 정제하는 원천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 됐다. 김덕종 한국기계연구원(이하 기계연) 나노역학연구실 박사팀이 대량의 반도체 양자점을 높은 효율로 정제하는 기술을 만든 것이다.

김덕종 박사팀은 같은 연구실의 정소희 박사팀과 공동으로, 연구원 주요사업인 ‘나노소재 기반 기능성 소자 적용기술 개발’을 진행했다. 그동안은 불연속 배치 방식의 나노입자 정제기술이 사용됐지만 김덕종 박사팀은 대량 생산의 단초가 되는 연속방식 기술을 개발했다.

일반적으로 양자점 같은 나노입자는 합성 후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한 정제과정이 필요하다. 기존에는 불순물이 없는 양자점을 얻기 위해 합성원액 내의 양자점을 인위적으로 침전시키고 이를 모아 용매에 재분산하는 과정을 수차례 반복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반복되는 과정 가운데 많은 양의 유기용매가 버려지기 때문에 환경적으로도 문제가 됐고 작업자에 따라 결과도 상이해 균일한 품질의 양자점을 확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기존에는 나노입자를 정제할 때 이를 침전시키기 위해 아세톤 등의 물질을 넣었습니다. 침전이 진행되면 다시 회수하죠. 이 과정들을 여러 차례 반복합니다. 한 번 재분산을 한다 해도 그 안에 불순물이 섞여 있기 때문이죠. 이러한 일련의 공정들은 플라스크 안에서 이뤄집니다. 물질의 단위 하나하나를 불연속적으로 정제하는 게 ‘배치공정’ 이고 연속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연속공정’ 이라고 해요. 기존에는 배치공정을 따르면서 시간도 많이 들여야 했고, 재분산을 위한 용매를 계속해 투입하고 또 버리기 때문에 환경에도 좋지 않았습니다. 또한 결국 사람이 일일이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작업자마다 결과의 편차가 심했어요. 산업체에서 사용하려면 균일한 품질이 필요할텐데, 이러한 점에서 어려움이 있었던 거죠.”

반도체 양자점의 연속공정 필요성을 느낀 김덕종 박사팀은 결국 이와 같은 연구성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 김덕종 박사는 “연속적인 과정을 구현하면 고품질의 양자점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다”며 “유기용매 소모를 최소화 한다는 점에서 매우 친환경적이고 대량의 합성원액에 신속한 대응도 가능하다. 공정 전반의 자동화가 용이해지므로 정제결과 역시 우수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연속적인 정제작업을 이용할 경우 원하는 타깃을 넣으며 전기를 가해 양자점을 타깃 용매 방향으로 이동시킬 수 있습니다. 때문에 불순물이 없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어요. 이 경우 연속적으로 주입되는 흐름을 기다리면 되기 때문에 어느 누가 작업을 하든지 결과는 균일하게 얻을 수 있습니다. 자동화 하기에도 좋아요. 어느 타이밍에 전기장을 넣고 뺄 것인지, 이것만 제어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많은 양에 대응하는 데도 아주 탁월하죠.”

이전 연구 아이디어 떠올라 '접목'

김덕종 박사팀이 개발한 연속방식의 나노입자 정제장비 ⓒ ScienceTimes
김덕종 박사팀이 개발한 연속방식의 나노입자 정제장비 ⓒ ScienceTimes

김덕종 박사팀이 이번 연구를 수행한 계기를 알기 위해서는 이전에 프론티어 사업단에서 진행한 연구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이전에 프론티어 사업단에서 탄소나노튜브를 금속성과 반도체성으로 구분하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당시의 연구는 현재 이 연구와 매우 유사한 구조였어요. 현재는  DC전압을 가하지만 당시는 AC전압을 가하는 등의 차이가 있긴 했죠. 그런데 어느 날 함께 연구하는 정소희 박사께서 반도체 양자점의 합성과 정제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물어보더군요. 고민을 하다가 프론티어 사업단에서 사용한 연구 방법을 적용하면 어떨까 싶었어요. 혹시나 싶어 적용했는데 실제로 성과가 있었던 거예요. 그 결과 지금의 연구결과를 얻을 수 있었죠.”

방법의 편리함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불순물이 잘 제거돼야 한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김덕종 박사팀의 연구 결과는 기존의 방법과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정제물을 얻을 수 있었다.

“처리 용량은 현재 튜브에서 진행하다보니 하루에 약 1g정도 정제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이를 병렬화, 대량화 쪽에 초점을 두고 조절한다면 양산단계에서는 킬로그램(kg) 단위까지 구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존과 동일한 수준의 정제결과를 나타내면서 자동화된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면 큰 이점이 있다고 봅니다.”

비용 면에서도 저렴해질 가능성이 보인다. 김덕종 교수는 “기존에는 물질을 침전시키려면 용매를 넣고 침전물을 버리는 과정을 반복해야 했다”며 “빨리 결과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원심분리기 등을 이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양이 많아지면 원심분리기도 덩달아 커져야 했다. 결국 비용이 올라간다는 의미”라고 기존 방법의 한계를 언급했다.

“때문에 대량화에는 여러가지 한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희팀이 개발한 연구결과를 이용할 경우 기존의 방식으로 달성할 수 없었던 양과 질을 모두 컨트롤 할 수 있었습니다. 논문에서 간단히 언급하기도 했지만 기존의 방법 중 침전시켜 다시 재분산하는 과정 가운데 끝까지 제거되지 않는 불순물이 몇 있어요. 이것이 나중에는 소자를 만들 때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저희 연구결과는 기존 공정으로 완전히 처리할 수 없던 것을 처리할 수 있어 여러 장점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약 2년에 걸쳐 진행된 연구다. 어려운 점은 없었냐고 물었더니 “다른 것보다 인력이 바뀌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이야기 했다. “연구 인력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았다”는 그는 “연구원들이 비정규직으로 있다보니 실험을 같이 진행해 줄 인력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이번 연구는 대량으로 높은 품질의 양자점이나 나노 입자 등을 얻을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평가 받는다. 김덕종 박사는 “최근 양자점의 사용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며 “지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양자점은 바이오 이미징 정도에만 국한돼 사용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TV 혹은 전지 분야에 활용하면서 활용범위가 더욱 넓어지고 있다”며 현 추세를 언급했다.

“최근에는 양자점 TV등 중국 쪽에서 시제품 정도가 나오는 수준이지만 제품화에 성공해 양산하게 된다면 많은 양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고품질의 양자점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상용화 역시 머지 않은 미래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덕종 교수는 “앞으로 2년 후”라고 이야기했다. “현재 개발한 기술은 양자점을 정제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더 깊이 활용할 수 있도록 연구할 계획입니다. 대량화 역시 잘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합성 회사와 잘 협력해야 합니다. 이러한 업무는 주로 중소기업에서 진행하고 있어요. 양자점 혹은 나노입자를 만드는 기업과 잘 연결돼서 대량화 계획이 순조롭게 이뤄지기를 원합니다.”

황정은 객원기자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4-11-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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