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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은 객원기자
2015-04-23

"연구자는 멀리 보는 혜안 있어야" [과학의 날 특집 인터뷰] 양동열 KAIST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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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기간 안에 실현되는 새로운 기술은 드뭅니다. 멀리 내다볼 수 있는 혜안을 갖고 비전을 뚜렷하게 설정하는 게 중요합니다. 연구자의 마음속에 큰 확신이 있어도 최종 목표까지 도달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어요. 그렇기에 지혜로운 단계별 전략이 필요한 것이죠. 중간단계에 무엇을 응용할 수 있는지, 각 단계별로 연구를 진행하는 게 좋아요. 제 일생의 좌우명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나누어서 정복한다(Divide and conquer)' 가 바로 그것이죠."

3D프린팅 기술 국내 최초로 도입한 주인공

양동열 교수 ⓒ 양동열
양동열 교수 ⓒ 양동열

양동열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를 만났다. 지난 21일, 제48회 과학의 날과 제60회 정보통신의 날을 맞아 과학기술분야 최고의 훈장인 과학기술훈장 창조장을 받은 양동열 교수는 금속소재 3차원 정형가공 이론을 형성하고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국내 최초로 이를 산업화에 적용할 수 있도록 기여한 주인공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양한 3D프린팅 기술을 국내 최초로 도입했을 뿐 아니라 이를 응용해 쾌속 조형 3D프린팅 기술까지 개발, 창조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연구자로 손꼽힌다.

훈장 수상을 받은 그는 "저보다 훌륭한 업적을 이룬 분들이 많으신데 이 과분한 상을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다"며 수상 소감을 먼저 전했다.

"과분한 상을 받는 것 같아 영광스럽고 감사할 따름이에요. 더욱이 국제경쟁력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제조업 분야에서 인정받았다는 것이 가장 기쁩니다. 제조관련 연구자들을 격려하는 뜻에서 주신 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앞으로 더 연구에 매진해야죠."

양동열 교수는 기계공학분야 중 정밀 정형가공(正形加工, Net Shape Manufacturing) 분야에서 36년 동안 연구 외길을 걸어왔다. 정밀 정형가공이란 제품을 기계로 깍지 않고 최종 형태를 바로 제작하는 제반공정을 일컫는다. 여기에는 일반적인 소성가공을 포함한 대량생산방법부터 최근 각광 받고 있는 3D 프린팅(쾌속조형)까지 포함된다.

양동열 교수가 쾌속조형분야를 개척한 시기는 19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실 일반 대중들에게 쾌속조형분야는 지금처럼 알려지지 않았지만 앞으로 다품종소량생산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내다 본 양동열 교수는 이 분야의 기술력을 확보하는 게 미래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후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 국내 최초로 3D프린팅을 도입하고 보급하는 출발점에 우뚝 설 수 있었다.

3D 프린팅을 국내에 도입하고 보급한 계기를 묻자 그는 멋쩍게 웃으며 "한 우물을 파다보니 볼 수 있던 앞날이었을 뿐" 이라고 이야기 했다. 그저 기계분야가 좋아 열심히 연구에 매진하다보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는 의미였다.

"많은 사람들이 아시다시피 기계분야는 매우 광범위합니다. 물리의 여러 원리들을 실용적으로 응용해야 하기 때문에 역학 공부도 많이 해야 하죠. 바로 이 점이 좋아 기계분야를 선택했어요. 많은 역학 원리들이 여러 응용을 거쳐 자동차, 기차, 비행기, 선박 등의 교통수단으로 결과물이 나오잖아요. 또한 냉장고, 세탁기 같은 가전제품으로 우리 주변에서 생활을 편리하게 도와주죠. 이러한 현상들이 흥미롭고 재미있었어요. 지금은 그 범위가 더 넓어졌죠. TV, 휴대폰 등까지 범위가 확대됐잖아요. 이 분야를 전자분야로만 인식하는 경우가 있지만 사실 이러한 사물을 고급기능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제조가 필수입니다. 즉, 제조 자체는 회로제작 같은 전자분야를 빼고는 기계분야에서 거의 다루는 대상들이 많아요."

하지만 이들 제품은 이미 선진국에서 개발돼 판매가 시작된 항목들이다. 양 교수는 "우리나라와 같은 후발국가가 선진국을 따라 잡고 그들을 앞지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려면 제품의 원리를 명확히 이해하고 새로운 가치를 부여할 수 있도록 설계할 수 있어야한다"고 덧붙였다. 그래야만 보다 경제적이고 생산성 있게 제조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이들 기기는 대부분 시스템에 기반을 둔 제품입니다. 때문에 관련된 분야를 공부하고 이해하지 않으면 경쟁력 있는 기술을 개발할 수 없습니다. 즉, 경쟁력 있는 기술을 개발하려면 시스템적인 관점에서 제품을 이해하고 세부분야를 개발해야 합니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연구에서 가장 힘든 점이기도 하죠. 앞서 언급한 어떤 분야든 관련된 기계분야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기존에 분류된 기계들을 연구하는 것만으로는 어렵습니다. 결국 설계와 생산에서 혁신기술을 개발해야겠죠. 그로써 과거에 없던, 새롭게 분류해야 하는 기술을 찾아내야 합니다. 새로운 제품의 가치를 창조해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거죠."

"독자적인 설계기술과 가공기술 필요"

36년의 연구 외길. 선진국에 비해 연구 환경이 비교적 척박한 국내에서 오랜 시간 한 우물만을 고집스럽게 파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동열 교수는 3차원 형상의 정밀 정형가공 분야에서 지난 36년간 혁신적 해석방법과 새로운 혁신 제조공정을 개발해 학문 및 산업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랜 시간 한 분야만을 고집스럽게 연구할 수 있던 원동력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우리나라 같이 작고 자원이 부족한, 과거 선진국에 비해 과학기술의 산업화를 비교적 늦게 시작한 나라에서는 결국 독자적인 새로운 설계기술과 가공기술이 필요합니다. 국제적으로 수출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제품 설계 및 제조에 있어 새로운 제품을 설계‧제조할 수 있는 독자적인 설계 및 가공기술이 필요합니다. 저는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기술들을 개발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바로 이러한 바람이 그동안 제 연구의 원동력이 된 셈이죠."

새로운 기술에 대한 갈망은 그를 궁리하게 했다. 기존에 했던 것이 아닌 새로운 것, 남들이 선보인 것이 아닌 전에 없던 기술이 필요했다. 이처럼 늘 새로운 것을 찾아 발견한다는 점에서 연구자는 일종의 창조자다. 그렇기 때문일까. 양동열 교수는 그동안 ‘최초’ 와 ‘최고’의 수식어를 받아왔다.

"연구자의 큰 즐거움은 새로운 연구 대상을 생각하고 이를 구현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데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 연구자는 끊임없는 호기심을 갖고 사물을 관찰해야 해요.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의 입장과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자의 입장을 항상 모의상상(模擬想像Simulation) 하는 습관을 가져야 하죠. 그 때 새로운 연구대상이 연구자의 눈앞에 나타날 것입니다. 또한 연구자에게 해결해 달라고 손짓을 하겠죠?(웃음)"

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그지만 그 과정이 결코 호락호락한 것은 아니다. 아무리 좋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 하더라도 오랜 시간 '묵혀야' 사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단 하나의 아이디어로 결정적인 물건을 만든다는 보장은 없어요. 몇 가지 대안을 미리 준비하고 이를 구현하는 아이디어도 함께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고 난 후에도 아이디어를 검증하고 구현하는 데 최소 3년에서 5년, 길게는 10년까지 걸립니다. 때문에 저희 같은 연구자들에게는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인내심이 필요해요. 거기에 더불어 연구가 잘 됐을 때의 모습을 상상하며 비전을 갖고 있어야겠죠."

매사에 연구에 몰두하는 그를 보며 많은 후배 연구자들은 그를 본보기로 삼고 있다. 후배 연구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하자 그는 "나눠서 생각하라"고 강조했다. 아무리 큰 기술이라도 중간단계에서 응용할 수 있는 기술을 끄집어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중간기술에 답이 있어요. 중간기술을 도출할 수 있는 창의성을 발휘해야 합니다. 환경은 우리가 오랜 세월 동안 한 가지 연구에 매달리도록 내버려 두지 않아요. 때문에 마음 속 비전에 대해 스스로 굳건한 신념과 인내심을 가질 필요가 있어요. 아울러 중간단계에서 적용할 수 있는 창의적인 융통성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앞으로 우리나라에 가장 필요한 기술로 '에너지 절약을 가능케 하는 제반기술'을 꼽았다. 자원이 없는 나라인 만큼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 필수라는 것이었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필요한 기술입니다. 여기에 더해 새롭게 분류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에너지 기술이 필요해요. 사회에서 소외되거나 기술이 미치지 못하는 분야에 대해서도 저렴하게 불편을 해소하는 기술 역시 개발돼야 합니다. 제조업은 고용효과가 큰 분야인데도 사회적 인식의 문제로 인력문제가 불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제조업에 IT기술 등을 접목해 기술의 고도화로 인식을 바꾸고 이에 따른 고용창출을 지속할 수가 있도록 새로운 모델의 제조업으로 바꿔 나가야 합니다."

그는 앞으로 대량생산과 맞춤형 다품종 생산을 선택적으로 가능케 하는 새로운 생산시스템을 개발하고 싶다며 "아직도 꿈이 많다"고 웃으며 이야기 했다.

"더불어 새로운 형태의 고용시스템을 창출하고 싶어요. 국가로부터 큰 상을 받았으니 사회에 기여할 수 있어야겠죠. 더욱 그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황정은 객원기자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5-04-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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