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mber 22,2017

얼굴없는 은행, ATM의 원리는?

오늘 하루 만난 과학 (1) 현금자동입출금기

[편집자 註] ATM 와이파이 스크린도어 CCTV 블루투스 등등.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 수많은 새로운 과학기술을 만나고 있습니다. 이런 기기들을 누가 왜 개발했는지, 어떤 원리인지, 인간의 생활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한번 생각해보셨나요? <사이언스타임즈>는 우리가 매일 마주치면서도 무심코 지나치는 생활 속 과학을 '오늘 하루 만난 과학'이란 연재물을 통해 독자들에게 쉽게 풀어주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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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은행의 오랜 고객인 임모 씨(67)는 요즘 들어 걱정이 많다. 그동안 거래하던 은행 지점이 경영 효율화를 위해 현금자동입출금기(ATM, Automated Teller Machine)만으로 운영되는 자동화점으로 바뀐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지점 내에 ATM기기가 비치되어 있었지만, 임 씨는 이를 거들떠보지 않고 오로지 창구에서 은행원을 상대로만 거래를 했다. 왠지 기기를 상대로 돈을 주고받는 것이 께름칙하다고 여겨졌던 것.

ATM만으로 금융거래를 하는 자동화점이 늘고 있다 ⓒ 국민은행

ATM만으로 금융거래를 하는 자동화점이 늘고 있다 ⓒ 국민은행

지점이 문을 닫으면 앞으로 은행거래를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고 푸념하는 임 씨에게 은행원은 “ATM이 여기서 근무하는 그 어떤 은행원들보다도 정확하다”라고 말하며, 실제로 ATM을 통해 돈을 입금하고, 출금하는 것은 물론 송금하는 것까지 일일이 보여주었다.

한 번의 오류도 없이 말끔하게 처리되는 것을 보자 그제 서야 임 씨의 얼굴 표정이 밝아졌다. 안심이 된다는 모습이었다. 은행을 나서며 임 씨는 입구에 위치한 ATM을 신통하다는 듯 슬쩍 쳐다보았다. 그러면서 상자같이 생긴 기기가 어떻게 현금 거래를 척척 할 수 있는지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초의 ATM은 시티은행이 선보인 뱅코그래프

영업시간이 지났더라도 현금을 뽑거나 입금할 수 있는 은행 업무를 처리해 주는 ATM의 활약이 해가 갈수록 빛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점포 없이 ‘ATM만으로 모든 금융거래를 하는 인터넷 은행이 출범을 하는 해’이기 때문에 그 비중이 점점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ATM이란 명칭은 우리나라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현금의 인출 외에 입금 및 송금도 가능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현금 인출 기능만 있는 단말기가 대부분인 해외에서는 주로 캐시머신(Cash Machine)이라 불린다.

이처럼 ATM은 기능의 차이는 조금씩 있지만 기본적으로 은행원이 해야 할 업무를 대신하면서 전 세계 금융업무의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런 신통방통한 기기를 도대체 누가 그리고 언제 처음 만들었을까?

본격적인 ATM의 시작을 알린 1967년의 바클레이 은행 ATM ⓒ Historia inventos

본격적인 ATM의 시작을 알린 1967년의 바클레이 은행 ATM ⓒ Historia inventos

최초의 ATM은 지난 1960년 미국의 시티은행(Citibank)이 뉴욕에 설치한 뱅코그래프(Bankograph)라는 이름의 무인 공공요금 수납기라는 것이 정설(定說)로 알려져 있다. 정설이라 한 이유는 수납기가 현금인출 기능은 없고 현금이나 동전을 넣은 봉투만 수납하는 방식으로 제작되어서 이를 ATM으로 봐야하는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7년 뒤인 1967년에 바클레이(Barclays) 은행과 드라루(De La Rue)사가 런던에 설치한 현금인출기인 DACS(De La Rue Automatic Cash System)를 ATM의 원조로 간주하는 이들도 많다.

DACS는 고객이 은행에서 받은 번호표를 단말기에 넣은 다음 번호를 입력하면, 단말기가 번호표에 묻은 방사선 물질을 감지하여 해당 금액에 맞는 파운드 지폐를 인출하도록 설계되어 최초의 현금인출기로 인정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1979년 조흥은행이 명동지점에 설치한 ATM을 최초의 사례로 보고 있다. 당시 설치된 ATM은 현금인출만 가능했으며, 오직 전용 카드만을 이용하여 현금을 인출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ATM의 핵심 기능은 지폐 식별장치

ATM의 구조는 현금자동인출기(CD)와 현금자동입금기(AD)가 한 대로 통합된 형태라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두 기능이 하나로 합쳐져서 그런지 내부를 들여다보면 현금 인출에 필요한 장비들과 입금 시 필요한 장비들이 뒤섞여 있음을 알 수 있다.

카드 및 통장을 판독하는 기능과 명세표를 인쇄하는 프린터는 공통으로 필요한 장비들이고, 지폐를 식별하고 보관하는 기능은 입금 관련 장비의 몫이다. 또한 지폐를 세고 정확한 금액을 제공하는 제어 기능은 인출 관련 장비들이 맡는다.

이 중에서도 특히 지폐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구별하는 식별장치는 ATM의 핵심 기능이라 할 수 있다. 지폐의 크기와 두께는 물론, 지질 및 투명도, 모양, 색깔의 배합 등을 검사하여 위폐(僞幣) 여부를 가려낸다.

ATM의 구조 ⓒ mjmedi.com

ATM의 구조 ⓒ mjmedi.com

ATM에 투입된 지폐는 롤러나 벨트컨베이어를 통해 내부로 빨려 들어가면서 발광 다이오드 앞을 지나게 된다. 발광 다이오드가 내는 빛은 지폐를 투과하면서 두께와 지질을 검사하는 역할을 한다. 빛이 투과하거나 반사될 때, 빛의 상태가 변화되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또한 발광 다이오드의 빛은 지폐의 길이와 폭을 식별하는데도 사용된다. 길이는 지폐가 표준거리를 통과하는 시간으로 파악하고, 폭은 빛을 차단하는 길이로 인지하여 식별장치에 입력되어 있는 표준지폐정보와 비교하면서 진위여부를 가린다.

이 외에도 지폐에는 맨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자성잉크나 자외선 형광으로 쓴 문자나 무늬 등이 암호처럼 숨겨져 있는데, 식별장치는 이들을 자외선이나 자기장을 이용하여 찾아낸 뒤 진짜인지와 가짜인지를 판단한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친 후에 ATM은 규격에 맞는 지폐는 통과시켜 보관하고, 규격에 맞지 않는 지폐는 외부로 다시 내보내는 과정을 거친다. 물론 입금 및 출금 기록은 실시간으로 은행의 컴퓨터 시스템에 전송되어 관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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