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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황정은 객원기자
2015-04-08

양자컴퓨터의 실마리를 찾다 [인터뷰] 정현석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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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의 원리에 따라 움직이는 미래의 컴퓨터,  '양자컴퓨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정현석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팀이 많은 수의 광자들을 한꺼번에 순간 이동 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양자 측정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이에 따라 효율적인 양자정보처리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정현석 교수팀이 진행한 이번 연구는 물리학 분야의 권위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 지에 게재됐다.

정현석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 정현석
정현석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 정현석

많은 수의 광자, 한 번에 이동하는 방법

"하나의 광자를 순간이동 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얽힌 광자 쌍을 만들어낸 후, 양자 얽힘을 구별해내는 특별한 양자측정을 수행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으로 하나의 광자를 순간이동 시키는 것은 양자역학 자체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성공확률이 높지 않았어요. 일반적으로 50%를 넘을 수 없는 상황이었죠. 이에 따라 많은 수의 광자들을 한꺼번에 순간이동 시키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저희 팀이 진행한 이번 연구는 많은 수의 광자들이 한꺼번에 얽혀있는 상태를 사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다광자 얽힘 상태를 이용할 경우 단일 광자에 대한 양자 측정이 단 한 번만 성공해도 많은 광자들을 한 번 에 순간이동 시킬 수 있기 때문이죠."

정현석 교수는 "양자의 순간이동 확률이 낮다는 것은 별 것 아닌 것처럼 들릴 수 있지만 양자컴퓨터 구현에 근본적인 장애물이 된다"며 "이는 양자정보를 담고 있는 양자비트의 수가 늘어날수록 양자 회로의 실패율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되고 원하는 연산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라고 이야기 했다.

"양자컴퓨터 연구자들은 이러한 시스템을 확장성(scalability)이 없다고 말합니다. 때문에 이 문제의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연구를 진행한 배경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죠. 기존에도 이 분야에 대한 연구는 계속 진행돼 왔어요. 하지만 기존의 제안들은 또 다른 자원들을 계속 공급해 주거나 많은 광자의 수를 구별하는 측정이 필요했습니다. 이런 방법으로는 전송하는 광자의 수가 늘어날수록 다른 부분의 실패율이 커져서 그나마 높아진 성공확률이 도로 상쇄돼버리는 효과를 가져왔어요. 보조 얽힘 상태를 공급하는 부분이나 광자 측정하는 부분에서 실패가 높아졌기 때문이죠. 때문에 그동안에는 확장성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는 어려웠고, 자연히 실용적인 가치를 갖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를 극복하는 데는 정 교수팀의 새로운 발상이 핵심 열쇠가 됐다. 많은 수의 광자들이 한꺼번에 얽혀있는 다광자 얽힘 상태를 사용하자는 발상이 제기됐고, 실제로 이를 이용한 결과 그 성과를 본 것이다. 모든 광자들이 서로 얽혀있는 특별한 성질 때문에 단일 광자에 대한 양자 측정이 단 한번만 성공해도 다광자 얽힘 상태에 포함된 광자들의 수에 해당하는 만큼의 많은 광자들을 순간이동 시킬 수 있음을 연구팀을 밝힐 수 있었다.

양자 순간이동에 필요한 측정 방법의 비교. (a) 기존의 양자 순간이동 측정 방법 (b) 본 연구에서 제시한 많은 수의 광자를 이용한 양자 순간이동 측정 방법  ⓒ 한국연구재단
양자 순간이동에 필요한 측정 방법의 비교. (a) 기존의 양자 순간이동 측정 방법 (b) 본 연구에서 제시한 많은 수의 광자를 이용한 양자 순간이동 측정 방법 ⓒ 한국연구재단

다광자 얽힘 상태 활용한 발상, 연구의 핵심

결국 다광자 얽힘 상태를 이용하자는 발상이 연구를 성공으로 이끈 핵심이었던 셈이다. 발상은 찰나의 순간 얻어지는 생각이지만 이러한 순간을 갖기 위해서는 수많은 고민과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했다.

"발상은 정말 우연치 않게 찾을 수 있었어요.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대로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죠. 양자정보처리의 기본 단위는 큐비트(qubit)입니다. 보통 빛을 이용한 큐비트라고 하면 하나의 광자로 하나의 큐비트를 구현하는 것만 생각합니다. 굳이 여러 개의 광자들을 얽히게 만들어서 사용할 이유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죠. 단순히 양자 비트에 포함된 광자들의 개수를 늘이고 이들을 병렬적으로 얽히게 함으로써 측정 효율의 획기적인 개선이 가능하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발상을 얻기 까지 많은 어려움에 직면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함께 연구를 진행한 공동연구자들과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해결책을 찾아나가고자 했다. 그러한 시도는 긍정적이었고 결과는 지금처럼 성공적일 수 있었다.

"이번 연구는 확장성이 있는 본격적인 양자컴퓨터의 구현을 위한 길을 열었다는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방법처럼 하나의 광자로 하나의 양자 비트를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광자로 하나의 양자 비트를 구성해 양자 비트의 전송 및 연산 확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빛을 이용한 양자컴퓨터 구현을 위한 연구가 더욱 활성화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정현석 교수팀의 이번 연구는 확장성 있는 실용적인 양자컴퓨터의 설계의 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정 교수는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있다"며 "실용적인 양자컴퓨터를 구현하기 위해 넘어야 할 장애물들이 많이 남아있지만 조만간 모든 부분들을 다 맞춰 전체 설계도를 손에 넣을 수 있는 날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광자란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가장 작은 단위의 에너지를 가진 빛 알갱이를 의미한다. 양자 얽힘이란 광자나 원자 등이 마치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듯 양자물리학으로만 설명이 가능한 관계를 맺고 있는 상태로, 양자 순간이동(quantum teleportation)이란 이러한 양자의 얽힘을 이용해 양자정보를 한 곳에서 사라지게 하고 다른 곳에서 나타나게 하는 전송 방법을 의미한다. 이는 양자컴퓨터와 양자 통신 등에 응용되기도 한다.

황정은 객원기자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5-04-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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