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건 물컹물컹한 하얀색 덩어리다. 하지만 우리 몸의 지방조직에는 백색지방(WAT, white adipose tissue)과 갈색지방(BAT, brown adipose tissue)의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백색지방은 허리살이나 뱃살의 주범으로서, 에너지를 저장하는 역할을 하므로 미관상으로나 건강상으로 해롭다. 이에 비해 갈색지방은 음식으로부터 얻은 에너지를 열로 전환시켜 신체를 따뜻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즉, 백색지방과는 정반대로 체중 증가를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런데 갈색지방은 신생아의 경우 체중의 약 5퍼센트를 차지하지만 성인이 되면서 점차 감소하게 된다. 예전엔 오로지 아기들에게만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보고된 연구결과에 의하면 성인들도 견갑골이나 등뼈, 목 주위 등에 소량의 갈색지방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날씬한 사람일수록 갈색지방이 많으며, 뚱뚱한 사람들은 갈색지방이 적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또한 40대 후반이나 50대 초반에 이르면 갈색지방이 손실되기 시작하므로, 나잇살 역시 갈색지방의 감소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갈색지방의 생성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일한 요인은 추위다. 추울 때 갈색지방이 더 잘 생성되는데, 그 이유는 온혈동물인 포유류가 체온을 조절하는 중요한 방법 중의 하나가 갈색지방을 이용해 칼로리를 태우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야생동물들의 경우 갈색지방 덕분에 추운 밤을 견딜 수 있으며, 곰처럼 동면하는 동물들도 갈색지방의 미토콘드리아를 이용해 동면 기간 동안 체온을 유지한다.
추운 곳에 있으면 체중 감소시키는 갈색지방 생겨나
호주 시드니대학 연구진이 지난 2월에 발표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신체가 낮은 기온에 노출되면 칼로리를 저장하는 백색지방이 에너지를 연소시키는 갈색지방으로 바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실험 대상자들을 섭씨 15도 이하 기온에 노출시킨 실험에서 몸이 떨리는 상황이 되자 근육에서는 이리신이, 갈색지방에서는 ‘FGF2’라는 호르몬이 각각 방출되면서 지방세포가 열을 발산하기 시작했다는 것. 그처럼 10~15분 정도 몸이 떨리는 온도에 노출시켰을 때 이리신이 증가하는 비율은 1시간 동안 운동용 자전거 페달을 밝게 했을 때와 같은 수준이었다. 즉, 15분 정도 추위에 노출될 경우 1시간 운동한 것과 맞먹는 체중 감소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럼 갈색지방의 생성 경로를 재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법만 찾는다면 힘들고 어려운 식이요법이나 운동을 하지 않고도 나잇살 걱정 없이 비만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그동안 이에 대한 연구결과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결과 염증효소로 알려진 COX-2, 뇌에서 생산되는 호르몬인 오렉신, 서투인이라는 효소군의 일종인 ‘SirT1’, ‘베타-아미노이소부티릭 산(BAIBA)’이라는 대사물질 등이 갈색지방의 형성을 촉진시키는 물질로 지목된 바 있다.
그런데 최근 지방 속의 면역세포를 활성화하여 백색지방을 갈색지방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 두 편이 잇달아 발표돼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 2011년 말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 캠퍼스(UCSF)의 아자이 차울라 교수팀은 면역세포 중의 하나인 ‘대식세포’가 추위에 대한 반응으로 갈색지방을 활성화시킨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차울라 교수는 그 연구결과를 보다 심층적으로 탐구하기 위해 인터루킨 4(IL-4)와 인터루킨 13(IL-13)이 결핍되어 있는 실험쥐를 이용해 연구를 시작했다. 그 실험쥐들은 추위에 노출될 경우 정상적인 쥐보다 훨씬 적은 갈색지방을 생성했다.
연구진은 그와 반대로 온난한 환경인 섭씨 30도에서 사육된 실험쥐에게 IL-4를 투여한 결과, 갈색지방에 발현되는 단백질의 수준이 15배로 증가하고, 에너지 소모가 15~20퍼센트 증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즉, IL-4를 투여 받은 실험쥐들은 마치 추운 우리 속에서 덜덜 떨며 앉아 있는 것처럼 갈색지방을 형성해 칼로리를 태운 것이다.
한편, 하버드 의과대학 부속 다나파버 암연구소의 브루스 스피글먼 박사팀은 선행연구에서 “근육에서 PGC-1이라는 단백질이 생성될 경우 백색지방이 갈색지방으로 전환된다”는 사실을 발견한 바 있다. 스피글먼 박사팀은 PGC-1이 과연 어떤 메커니즘으로 백색지방을 갈색지방화 시키는지 밝혀내기 위해 유전자 분석을 한 결과, 운동을 하거나 추위에 노출됐을 때 근육에서 유도되는 ‘Metrnl’이라는 호르몬이 그런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면역세포 활성화해 갈색지방 형성시켜
연구진이 실험쥐의 유전자를 조작해 Metrnl 생성량을 늘리자 실험쥐들의 내당능(耐糖能)이 향상되고 체중이 약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Metrnl이 당뇨병과 비만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Metrnl은 대식세포의 수를 증가시키고 지방조직에서 IL-4의 생성량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UCSF의 차울라 교수팀의 연구결과와 일치하는 셈이다. 차울라 교수팀과 스피글먼 박사팀은 자신의 연구결과들을 각각 ‘셀(Cell)’ 지 최근호에 발표했다.
UCLA에서 대사의 분자적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피터 톤토노즈 교수는 이 두 연구팀의 연구결과에 대해 “약물을 이용해 백색지방을 갈색지방으로 전환시킴으로써 인간의 에너지 소비를 조작한다는 아이디어는 매력적이다. 이는 비만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실제로 스피글먼 박사는 ‘엠버 테라퓨틱스’라는 바이오 업체를 공동 창업하여 이번의 연구결과에 대한 상업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갈색지방이 무조건 좋은 면만을 지닌 것은 아니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의 차오 박사팀이 지난해에 발표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겨울철 기온이 내려가면 갈색지방이 체온을 올리기 위해 에너지를 연소시키면서 혈관에 쌓인 지방과 콜레스테롤인 경화반의 성장을 촉진시켜 심근경색과 뇌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실험쥐들을 낮은 기온에 노출시킨 결과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 콜레스테롤이 혈액 속으로 방출돼 혈관에 이미 쌓여 있던 지방이 양이 늘어났으며, 그와 함께 경화반 조각이 떨어져 나와 혈액을 타고 돌다가 심장이나 뇌 혈관을 막을 위험이 높아졌던 것이다. 애초 연구진은 기온이 낮아져 갈색지방이 연소되면 쥐들의 체중이 줄고 보다 건강해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오히려 반대의 결과가 나왔던 셈이다.
-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 2noel@paran.com
- 저작권자 2014-06-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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