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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이근영 기자
2015-10-07

암 진단-치료 동시에 '컨버전스 방사선' [인터뷰] 강주현 한국원자력의학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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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성동위원소는 원자번호는 같지만 질량이 다르면서 방사능을 지닌 원소를 말한다. 말하자면 원소들의 ‘이란성 쌍둥이’다. 방사선을 방출해 생물체에 해롭지만 잘 통제하면 암을 진단하거나 치료하는 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현재는 대부분 진단용과 치료용 방사성의약품이 별도로 개발돼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컨버전스 방사성의약품’이 제조돼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미래창조과학부 과제로 방사성동위원소인 구리-64(64Cu)를 이용해 컨버전스 방사성의약품을 개발하고 있는 한국원자력의학원의 강주현 박사(방사선의학연구소 분자영상연구부 책임연구원)를 만나 연구 내용을 들어봤다.

강주현 한국원자력의학원 박사. ⓒ ScienceTimes
강주현 한국원자력의학원 박사. ⓒ 한국방사선진흥협회

‘컨버전스 방사성의약품’이라는 용어는 생소한데, 무슨 뜻인가요?

컨버전스 방사성의약품은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해 질병의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가능하도록 조제하거나 제조한 의약품을 말합니다.

이것을 이해하려면 우선 방사성동위원소가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동위원소는 양성자 수는 같으면서 중성자 수가 달라 결과적으로 원자번호는 같지만 질량이 다른 원소들을 말합니다.

가령 탄소(C)는 양성자가 6개여서 원자번호는 6번으로 모두 같지만 탄소-12는 중성자가 6개인 반면 탄소-13은 중성자가 7개입니다. 이들 동위원소 중에 방사능이 있는 것을 방사성동위원소라고 합니다.

방사성동위원소가 질병 진단과 치료에 어떻게 이용되나요?

방사선 중에는 전자(e⁻)와 비슷하면서 양의 전하를 가진 양전자(e⁺)가 있습니다. 이런 양전자를 방출하는 동위원소 중 탄소-11(11C), 불소-18(18F) 등이 영상진단에 많이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불소-18을 포도당(Glucose)과 결합시킨 방사성의약품을 만들어 몸속에 주입한 뒤 양전자방출단층촬영기(PET·Positron Emission Tomography) 촬영을 하면 암세포의 위치와 크기 등을 영상화할 수 있습니다. 암세포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기 위해서 포도당 대사가 정상세포에 비해 높습니다.

따라서 불소-18로 표지된 포도당(18F-FDG)이 암환자의 체내로 주입되면 정상조직에 비해 암 조직에 더 많이 축적됩니다. 이때 불소-18에서 방출되는 양전자를 PET으로 영상화해 암조직을 찾아냅니다.

방사성의약품은 어떻게 만들어지며, 어떤 것들이 있나요?

방사성의약품은 앞서 언급한 18F-FDG처럼 인체가 필요로 하는 산소, 물, 포도당, 아미노산, 지방산, 핵산, 신경전달물질 등에 방사성동위원소를 붙여(표지해) 제조합니다.

앞에 설명한 18F-FDG는 암세포의 위치, 개수, 크기 등을 검색하는 데 유용합니다. MISO라는 화합물에 불소-18을 결합한 18F-FMISO는 저산소증이나 암을 검출하는 데, CIT라는 화합물과 결합한 18F-FPCIT는 도파민을 추적해 파킨슨병을 검출하는 데 쓰입니다.

컨버전스 방사성의약품의 원리는 무엇인가요?

컨버전스 방사성의약품은 미래창조과학부가 주관하는 방사선기술개발사업인 ‘난치성 질환 표적 진단 및 치료 컨버전스 방사성의약품 이용기술 개발’ 과제를 수행하면서 만들어낸, 새로운 개념입니다.

갑상선암에 대한 방사성요오드(요오드-131)를 이용한 방사선 진단·치료는 제2차 세계대전 전후에 시도됐습니다. 갑상선 호르몬은 인체내 갑상선조직에서 만들어지며 요오드는 갑상선호르몬을 만들기 위한 필수 원소입니다. 방사성요오드를 인체에 주입하면 이것이 갑상선조직에 축적되고 이를 방사능 측정기(Geiger Counter) 또는 감마카메라로 검출해 갑상선 암의 존재 유무, 위치와 크기 등을 분석했습니다.

방사성요오드는 감마카메라 영상으로 검출되는 감마선뿐만 아니라 암세포를 사멸할 수 있는 베타선을 방출하므로 갑상선암을 치료하는 데도 적용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방사성요오드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의 특성 때문에 갑상선암의 영상진단도 가능하고 치료도 가능합니다. 암의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진행한 것이죠.

구체적으로 연구되고 있는 컨버전스 방사성의약품은 어떤 것이 있나요?

한국원자력의학원 연구팀에서는 유방암 세포에 주로 발현하는 단백질에 특이하게 결합하는 항체분자에 방사성동위원소인 구리-64(64Cu)를 표지하는 방사성의약품을 설계했습니다. 구리-64는 사이클로트론(입자가속기)으로 가속한 양성자를 니켈 표적에 조사해 생산·정제한 방사성동위원소로 반감기가 12시간입니다. 구리-64는 양전자와 베타선을 모두 내어 컨버전스 방사성의약품 적용에 적절한 방사성동위원소입니다.

뿐만 아니라 설계된 항체-킬레이트접합체에 구리-64 이외의 다양한 특성을 갖는 금속성 방사성동위원소를 표지하여 암환자에 적용함으로써 영상진단과 치료에 동시에 구현할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유방암세포를 이종이식한 실험동물에서 구리-64로 표지된 항체가 유방암조직에 특이적으로 표적하는 것을 PET 영상으로 확인했습니다. 또한 전립선암에 주로 발현하는 수용체(단백질)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펩타이드(단백질 조각)를 이용해 구리-64를 표지할 수 있는 표지화합물 설계도 완료했습니다. 나아가 전립선암 이식 동물에서 구리-64로 표지된 펩타이드분자가 암조직에 특이적으로 표적함을 PET 영상으로 확인한 상태입니다.

두 가지 후보물질에 대한 비임상 GLP 단회 독성검사도 마쳤으며, 앞으로 유방암과 전립선암 환자에게 적용하기 위한 임상시험계획서 승인을 받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적어도 2년 안에는 임상시험계획서 승인을 받으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습니다.

컨버전스 방사성의약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여러 분야 연구자들의 공동연구가 필요할 것 같은데요.

방사성의약품을 개발하려면 방사화학자, 종양생물학, 약학, 물리학, 방사선학, 핵의학 등 다양한 분야를 전공하는 연구자들이 공동으로 협력하고 연구해야 합니다. 구리-64처럼 새로운 방사성동위원소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분석하는 과정이 필수적이고, 신규 개발된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한 방사성의약품의 구조 설계 및 약효 평가에서부터 생체에서 방사선량 평가, 환자에게 적용하는 임상시험 단계등 각 분야 전문가들의 끊임없는 협조와 공동 연구가 필요한 대표적인 다학제 연구 분야입니다.

이근영 기자
저작권자 2015-10-0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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