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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준래 객원기자
2014-10-29

알츠하이머 치료 돌파구 열리나 실험실 뇌세포 배양기술 개발···발병 가설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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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 질환은 치매를 일으키는 주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발병 경로는 밝혀져 있지 않다. 다만 현재까지의 가설로는 뇌 속에 과다 축적된 베타 아밀로이드 펩타이드(Beta Amyloid Peptide)가 신경 독성을 유발하여 알츠하이머가 생긴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플라크로 알려진 덩어리(오렌지색)가 사람의 두뇌 세포 신경망(녹색)을 교란시키고 있다.  ⓒ MGH
플라크로 알려진 덩어리(오렌지색)가 사람의 두뇌 세포 신경망(녹색)을 교란시키고 있다. ⓒ MGH

그런데 최근 이 가설이 우리나라와 미국의 공동 연구진에 의해 사실로 규명되어 의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의 종합 매체인 뉴욕타임즈(New York Times)는 알츠하이머 발병 메커니즘의 주요 가설이 실험적으로 입증되었다고 보도하면서, 이번 실험 결과가 향후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에 한 발짝 다가서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관련 링크)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세포를 실험접시에 배양

이번 연구의 핵심은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 발현되는 특징을 3D 형태로 구현한 세포모델을 통해 규명했다는 점이다. 페트리 접시에 알츠하이머 질환의 구조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사람의 두뇌 세포를 담아 발병 메커니즘 경로를 추적한 것이다.

그동안 알츠하이머를 포함한 뇌질환 연구는 주로 생쥐를 이용한 동물실험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생쥐의 뇌 조직 및 생리현상이 인간과 차이가 많아 상이한 임상실험 결과를 보이는 등 연구의 신뢰성에 문제점이 있었다.

반면에 이번 공동 연구진이 개발한 방법은, 동물모델에 비해 제작이 용이하고 실험에 소요되는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사람의 생체를 직접 실험모델로 삼았다는 점에서 앞으로 치매 치료제 개발을 앞당길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모델 제작에 어려움이 있는 다른 퇴행성 뇌질환인 파킨슨병이나 건망증 등의 연구에도 적용할 수 있는 연구방법을 제시함으로써, 줄기세포를 이용한 뇌질환 연구가 활기를 띨 전망이다.

이 외에도 연구진은 세포모델을 3D 형태로 구현했다는 점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배양된 세포는 두뇌 속에서 젤라틴 형태의 입체 모양으로 성장하는데, 지금까지는 2D 형태인 평면상으로만 볼 수 있었다.

페트리 접시에 알츠하이머 질환 구조를 보여주는 두뇌 세포를 담아 발병 메커니즘 경로를 추적했다 ⓒ freephotodigitals
페트리 접시에 알츠하이머 질환 구조를 보여주는 두뇌 세포를 담아 발병 메커니즘 경로를 추적했다 ⓒ freephotodigitals

하지만 2D 형태로는 유전학 및 노화연구 단위를 분석하는데 있어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공동 연구진은 실제 환자의 신경줄기세포를 배양하여 입체 형태로 세포를 관찰할 수 있는 3차원 배양 시스템을 개발했다. 그 결과 유전연구 및 노화연구에 도움을 주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미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루돌프 탄지(Rudolph Tanzi) 박사와 김두연(Doo Yeon Kim) 박사는 사람의 두뇌 세포를 겔(gel) 상태로 배양해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이번 연구가 시작되었다고 밝혔다.

실제 실험에 착수하면서 세포를 배양하자 실제 두뇌처럼 신경망이 형성되었다. 연구진은 여기에 알츠하이머병 신경세포 유전자를 주입했다. 몇 주가 지나자 세포에서는 주방에서 흔히 사용하는 철솜 수세미 같은 모양의 노인반(Senile Plaque) 덩어리가 관찰되었다.

곧 이어 연구진은 알츠하이머병의 특징으로 알려져 있는 신경섬유다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신경섬유다발은 조직이 스파게티 모양으로 꼬이고 얽히는 현상을 말한다. 기존 세포모델에서는 이 신경섬유다발과 베타 아밀로이드의 연관성을 설명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개발된 새로운 세포모델을 통해 둘 사이의 연관성이 처음으로 입증되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미 듀크대에서 알츠하이머를 연구하는 뮤렐리 도레이즈와미(Murali Doraiswamy) 박사는 “3D 형태의 세포모델을 통해 신약 테스트가 예전보다 상당히 빨라질 수 있다”고 예상하면서 “이번 연구가 알츠하이머 치료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알츠하이머 발병 메커니즘 가설을 실험적으로 입증

의학계 일부에서는 페트리 접시 속 세포에서 얻어진 실험결과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연구진도 이 점에 대해서는 일부 인정을 하고 있다. 페트리 접시가 두뇌가 아니기 때문에 면역 세포처럼 아주 중요한 요소가 빠져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면역 세포는 알츠하이머가 시작되면 세포를 손상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런 의견에 대해 탄지 박사는 “이번 연구는 우선적으로 알츠하이머 질환이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약물을 빠르고 저렴하게, 그리고 쉽게 테스트할 수 있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전하며 “물론 페트리 접시 안에서 아무리 효력이 있는 약물이라 하더라도 실제 환자에게 투여할 때는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동 연구진은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1200가지 약물과 1차 임상 테스트를 마친 5000가지 약물을 테스트하는 야심찬 프로젝트에 착수할 계획이다. 만일 실험용 쥐를 사용한다면 약제 하나당 1년이 걸릴 불가능한 프로젝트지만, 페트리 접시에서 키운 세포모델로는 8~9개월 정도면 수십만 가지 약물을 테스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연구진은 플라크 덩어리를 형성하는 단백질인 아밀로이드 형성을 방지하도록 설계된 약물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약물은 페트리 접시 내에서 플라크와 신경섬유다발을 모두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3차원으로 분화된 알츠하이머 질환 모델 ⓒ MGH
3차원으로 분화된 알츠하이머 질환 모델 ⓒ MGH

나머지 약물은 임상 실험 중에 있다. 대부분의 약물은 기대만큼 효과가 없거나, 너무 독성이 강해 테스트 과정 중에 실패한다. 하지만 희망적인 부분도 있다. 이미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다른 증상에 처방되는 약제 중에, 알츠하이머에 효력이 있는 약물을 발견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플라크가 있는 상태에서 신경섬유다발을 형성하는데 필요한 효소를 발견한 경우다. 효소를 차단시키자 플라크는 형성되었지만, 신경섬유다발은 발생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런 효소의 물질 역시 약제의 목표가 된다고 제시했다.

이 같은 결과와 관련하여 현재 알츠하이머에 취약한 유전자를 연구하고 있는 미 아이칸 의과대의 샘 간디(Sam Gandy) 박사는 “알츠하이머 환자의 약 절반 정도가 위험 유전자인 ApoE4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하며 “다만 이 유전자가 어떻게 알츠하이머와 연관되는지 알 수 없었는데, 매사추세츠 병원의 연구결과를 활용하여 규명해 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프로젝트에는 국내 연구기관에 재직 중인 과학자도 참여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질량분석연구부의 김영혜 박사는 매사추세츠 종합병원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알츠하이머 환자의 병리학적 특징을 구현한 실험모델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김 박사는 “이번 연구는 알츠하이머 질환의 발병 메커니즘의 가설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하면서 “앞으로 질량분석기를 활용한 오믹스(Omics) 연구를 통해 치매 바이오 마커(Marker)를 발굴하기 위한 후속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4-10-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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