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집중 호우가 내릴 때마다 빗물 배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맨홀이 막히고 악취가 발생하는 일이 많다. 맨홀 뚜껑 안으로 쓰레기 혹은 나뭇잎이 유입되면서 배수를 위한 장치가 오히려 꽉 막혀버려 빗물 역류가 발생하는 것이다.
최원철 성솔 대표는 이러한 기존 맨홀 뚜껑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했다. 간단한 아이디어로 도시 환경을 바꾸고 예산도 절감할 수 있는 빗물받이를 만든 것이다.
간단한 아이디어가 탄생시킨 빗물받이
"도심 곳곳에 있는 하수구 안을 들여다보면 많은 오염물이 쌓여 있어요. 빗물이 흐르면서 거리에 버려진 쓰레기와 나뭇잎 들을 함께 끌고 내려가 하수구 안에 방치되는 거죠. 쓰레기가 처리되지 못하고 한 곳에 모여 있으니 날씨가 더워지면 심한 악취를 풍기게 되고 미관상으로도 좋지 않습니다. 더 큰 문제는 호우가 발생했을 때입니다. 집중호우가 발생할 때 가장 중요한 게 빗물이 잘 배수되는 시스템인데, 쓰레기로 배수구가 막혀버렸으니 빗물이 빠지기는커녕 오히려 역류하는 거예요. 때문에 도시 곳곳이 침수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새로운 맨홀 뚜껑을 만들게 됐습니다."
생활의 불편함을 편리함으로 바꾸려는 최원철 대표. 평소 발명에만 관심을 두고 산다는 그는, 일상 속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도구 등을 접하면 어김없이 뜯고 분리해서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야만 마음이 후련해진다고 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도로 침수를 막고 악취를 차단하는 새로운 개념의 맨홀 뚜껑을 만들었다. 뚜껑 안 쪽에 형형색색의 플라스틱을 받쳐 빗물은 잘 내려가되 쓰레기 유입은 막고, 동시에 스멀스멀 올라오는 악취도 차단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한 것이다.
구조는 굉장히 단순하다. 일반적인 맨홀 뚜껑은 기다란 타원형 구멍이 뚫려있지만, 이와 달리 최원철 대표가 만든 맨홀 뚜껑에는 작은 구멍들이 모양과 크기가 각각 다르게 뚫려 있다. 그리고 그 구멍 안쪽에는 노랑, 빨강, 파랑의 플라스틱이 받쳐져 있다. 위에서 떨어지는 빗물은 이 플라스틱 뚜껑을 밀면서 하수구로 유입되지만 평소에는 구멍이 막혀있는 것과 다름없어 악취는 오히려 막을 수 있다. 또한 구멍이 작아 쓰레기 유입을 막을 수 있고, 구멍이 각각 다른 모양으로 나 있기 때문에 자전거 등의 바퀴가 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빗물받이에 꼭 필요한 배수구멍을 평상시에는 막아두다가 비가 올 때만 열리도록 할 수는 없을까 생각했어요. 평상시에 막혀 있다면 쓰레기 유입과 악취를 동시에 차단할 수 있을 테니까요. 때문에 처음에는 맨홀 뚜껑 위에 특수 상자를 엎어 놓는 방법은 어떨까 적용해 봤습니다. 네 모서리를 느슨한 끈으로 고정해서 평소에는 맨홀 뚜껑을 잘 덮고 있지만, 비가 오면 상자가 부유해 빗물이 내려갈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생각한 거죠. 하지만 결론은 실패였어요.(웃음)"
생활 속에서 사용되는 장치는 간단하고 단순해야 가장 좋은데, 아무래도 새로운 장치를 하나 더 덧입히다보니 관리도 어려울 뿐 아니라 사람들이 지나다니며 이 상자를 밟아 모양이 망가지고 혹은 사람이 다치는 경우도 발생했다.
"이건 아니다 싶었어요. 더 간편한 장치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러던 어느 날, 쓰레기 차단 장치를 뚜껑 안에 넣어보면 어떨까 싶더군요. 그렇게 되면 장치도 간단해질 뿐 아니라 미관상으로도 좋고, 그 위를 보행자가 걸어 다닐 때도 불편함이 없을 테니까요."
물론 기존에도 지금의 맨홀 뚜껑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제품들이 다수 개발된 바 있다. 결국 물만 흘러 보내는 메커니즘이 필요한 것인데, 이를 위해 개발된 타 장비의 경우 복잡한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개발과 제작비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었다.
"중심추 원리의 차단판을 부착해 물의 무게로 배수시키는 제품도 있고 차단판에 스프링을 이용해 물의 무게로 배수시키는 제품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차단판 자중을 이용한 구조를 갖고 있어 비술이 차단판을 옆으로 밀어 배수시키는 제품도 이미 개발된 상태에요. 하지만 이들 제품들은 우선 제작비용이 무척 높아요. 때문에 고장이 난다 해도 현장에서 바로 수리가 불가능하고 때문에 지속적인 유지와 보수가 불가피합니다. 관리비용이 많이 드는 거죠. 제가 알기로는 일반 맨홀 뚜껑에 비해 평균 약 두 배의 가격에 판매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저희 제품은 플라스틱만 부착하면 되기 때문에 제품 비용도 저렴할 뿐 아니라 관리비용도 거의 들지 않습니다."
일상이 발명, "불편함이 곧 원동력"
제품을 만들고 난 후 주위 사람들에게 샘플 모델을 보여줬더니 '될 것 같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스스로도 확신을 했지만 주위 반응이 긍정적으로 나오자 최 대표는 더욱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자금이 문제였다. 초기 개발비용과 시제품 제작비용 등, 본격적인 상용화 이전에 많은 개발비용이 필요한데 이를 구하는 게 녹록치 않았다. 때문에 그는 창조경제타운의 문을 두드리게 됐다.
"지난 2013년 12월, 창조경제타운에 아이디어를 올렸습니다. 자금 문제로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우연히 신문에서 관련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어요. 국민 누구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면 정부에서 이를 지원해 주겠다는 것이었죠. 이 때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아이디어를 올린 후에도 정말 연락이 올 거라고 생각하진 못했어요. 그런데 정말 연락이 오는 거예요. 거기서 또 우수아이디어로 선정이 되고 올 봄에는 대전에 가서 관계자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도 했습니다. 창조경제타운을 시작으로 다양한 기관들과 연결돼 사업비를 지원받을 수 있었어요. 컨설팅 업체를 소개 받은 후 제품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받고 우리 기술을 이전해 줄 업체를 물색하던 중 또 한 기업을 소개 받았습니다. 덕분에 현재 사업화가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최원철 대표는 "당시 작은 개발비라도 꼭 필요했는데, 창조경제타운 덕분에 많은 도움이 됐다"며 "사업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많은 과정을 지원해줬다. 그 과정이 없었다면 지금에 이르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
최원철 대표는 평소에도 발명에 매우 관심이 높은 것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어릴 때부터 기계를 뜯거나 새롭게 조립하는 일에 관심을 보인 그는, 때문에 집 안 물건이 조금만 망가져도 직접 도구를 들고 물건을 분해해 기어코 새로운 물건으로 만들어내고야 말았다.
"평소 관찰하고 탐구하는 걸 좋아해요. 저건 왜 저런지, 이건 왜 이런 원리인지 궁금해요. 때문에 생활 속에서 불편한 것들이 발생하면 그냥 참고 견디는 게 아니라 꼭 직접 그 상황을 개선해야 직성이 풀려요.(웃음) 누군가는 괴짜 같다고도 하는데, 아마 제 그런 성향이 있었기에 계속해서 발명을 할 수 있던 게 아닌가 싶어요. 학창시절 이후 지금까지, 발명에 매진한 지도 벌써 20년이 다 돼 갑니다. 제 좌우명이 '불편이 발명의 원동력' 입니다. 모든 게 편하다면 굳이 바꾸기 위한 시도를 할 필요도 없잖아요. 사람들의 불편을 줄이고 이를 통해 경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분야를 새로운 발상으로 들여다보고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싶어요. 그렇게 계속 반복하다보면, 저희 성솔기업도 더 성장하지 않을까요?"
현재 최원철 대표는 해외 시장도 적극적으로 진출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이야기 했다. 방법이 간단해 어디서나 사용될 수 있는 만큼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시장까지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작은 기업이 혼자 해외진출을 모색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도움이 필요해요. 해외 현지에서 건설이나 조달 관련 사업을 진행 중이거나 본 제품으로 해외 사업을 추진하려는 기업이 있으면 협력할 방법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세계로 더 뻗어나가는 성솔이 되고 싶어요."
-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 저작권자 2014-12-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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