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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7-08-17

‘아름다움’에도 환경적 불평등이? 유색인 여성, 백인보다 미용 유해물질 노출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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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색 인종 여성은 백인 여성에 비해 몸 안애 미용 관련 화학물질 수치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특히 소수 민족 여성들을 미용제품 화학물질 노출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미국 학자들로부터 제기됐다.

미국 조지워싱턴대 공중보건대 에이미 조타(Ami Zota) 조교수(환경 및 직업 건강)와 로스앤젤레스 옥시덴털 컬리지 브라바 샤마선더(Bhavna Shamasunder) 조교수(도시 및 환경정책학)는 16일자 미국 산부인과학회 저널 논평에 발표한 글에서 “그런 독성 화학물질에 약간만 노출돼도 건강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출산 보건 전문가들은 환자들이 그런 노출문제를 질문할 때 충분히 답변할 준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보건전문가들이 여성, 특히 유색인종 여성들을 화장품과 다른 개인위생용품의 유해 화학물질로부터 보호하는 정책을 촉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많은 유색인 여성들은 서양 백인여성의 미에 맞추려고 과다한 화장을 하고, 이로 인해 유해 화학물질에 노출될 위험이 높은 것으로 지적된다.  ⓒ ScienceTimes
많은 유색인 여성들은 서양 백인여성의 미에 맞추려고 과다한 화장을 하고, 이로 인해 유해 화학물질에 노출될 위험이 높은 것으로 지적된다.

서양인 기준 미(美)에 맞추려 미용제품 과다 사용

조타 교수는 “서양인의 미의 기준에 맞추려는 압박감으로 흑인과 라틴계 여성, 아시아계 미국 여성들이 더 많은 미용용품을 사용하게 되고 따라서 건강에 해로운 화학물질에 더 많이 노출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용제품 사용은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임신 출산에서의 위해성과 환경적 불평등이 과소평가됐다고 말했다.

저자들은 미용제품 산업이 전세계적으로 4000억 달러 이상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은 이전의 여러 연구들에서 흑인과 라틴계, 아시아계 미국여성들이 미용제품 구입에 전국 평균보다 더 많은 돈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그 이유는 유럽 표준의 미(美)를 강조하는 마케팅 관행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유색인 여성들은 국소 스테로이드나 독성이 있는 금속 수은과 같이 종종 잘 드러나지 않는 성분이 포함된 피부 미백크림 같은 제품을 구입한다는 것이다.

흑인여성들은 고불고불한 머리카락을 펴기 위해 다른 사람보다 거의 두 배 정도 신경을 더 쓰는 것으로 알려진다. 논평은 머리카락을 곧게 펴거나 모양을 만드는 제품들이 에스트로겐을 함유하는 수가 많고 따라서 젊은 소녀들에게서 성 조숙증과 자궁 종양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입술, 눈 화장, 머리 염색 등 각종 화장을 한 백인 여성의 모습.  Credit : Wikimedia Commons / Vanessatevesti
입술, 눈 화장, 머리 염색 등 각종 화장을 한 백인 여성의 모습. Credit : Wikimedia Commons / Vanessatevesti

“‘숨겨진’ 독성물질 가임여성에 위험”

다른 연구들에 따르면 미용 및 개인 위생용품들에는 내분비계와 생식, 발달에 지장을 주는  여러 숨겨진 독성물질들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자들은 이 물질들이 특히 18세에서 34세 사이 가임 여성들에게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령대의 여성들은 1년에 10가지 이상의 미용제품을 구입하는 왕성한 구매자로 알려진다. 이 여성들이 특히 임신과 같은 예민한 기간에 그런 화학물질에 노출되면 본인이나 태어난 자녀가 이 화학물질들에 대해 높은 취약성을 나타낼 수 있다.

제품회사들은 마케팅을 통해 흑인여성들에게 불결하고 냄새가 난다는 메시지와 함께 질 세척 제품을 사용하라고 권해 왔다. 조타 교수와 동료 연구진이 2016년에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가임기 연령대 여성 가운데 질 세척 제품을 자주 사용한 여성들은 자율신경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유해 화학물질인 DEP(디이소프로필 형광인산)에 150% 이상 더 높게 노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화학물질은 종종 향기가 나는 미용제품에서 발견되며, 아기에게 선천성 결함을 일으킬 수 있고 여성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조타 교수는 말했다.

화장품과 세척용품 등의 미용 제품과 오염된 거주 환경이 몸 안에 독성 화학물질을 축적시켜 특히 18~34세 사이 가임여성들과 태아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사진 오른쪽은 1890년대 미국 뉴욕 슬럼가 모습. 사회개혁가이자 다큐멘터리 사진가인 제이콥 리스(Jacob August Riis, 1849 – 1914)의 사진 작품.
화장품과 세척용품 등의 미용 제품과 오염된 거주 환경이 몸 안에 독성 화학물질을 축적시켜 특히 18~34세 사이 가임여성들과 태아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사진 오른쪽은 1890년대 미국 뉴욕 슬럼가 모습. 사회개혁가이자 다큐멘터리 사진가인 제이콥 리스(Jacob August Riis, 1849 – 1914)의 사진 작품.
Credit : Wikimedia Commons

제품 시험 개선하고 결과 공개해야

연구진은 아울러 저소득 유색인 여성들은 공기나 토양, 물 오염도가 높은 환경에서 거주하는 경향이 높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유색인종 여성들은 미용제품의 과다 사용자일뿐 아니라 더 오염된 가정이나 환경 안에서 살게 됨으로써 독성 화학물질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논평 공저자인 브라바 샤마선더 교수는 “이미 오염된 지역에 거주하는 여성들이 사용하는 미용제품 화학물질이 독성 화학물질에 대한 신체 부담을 더 가중시킬 수 있다”며, “제도화된 인종차별 같은 요소가 제품 사용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인종그룹들은 체계적으로 불평등하게 미용제품 화학물질에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논평에서 저자들은 미용제품과 환경을 통해 화학물질에 여러 번 거듭 노출되면 건강한 임신 출산과 태아 발달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저자들은 보건 전문가들이 미용제품에 숨겨져 있는 화학물질 노출 위험에 대해 환자들에게 조언할 준비를 갖춤으로써 환경 정의(environmental justice)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의료서비스 제공자와 연구자들이 제품 시험을 개선하고 이를 공개하는 정책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병희 객원기자
kna@live.co.kr
저작권자 2017-08-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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