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명 슈퍼마켓 체인인 세인즈버리(Sainsbury's)는 판매하는 식료품을 하루 이상 전시하지 않는다. 하루가 경과한 제품은 그 다음날 오후에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되며, 그래도 남는 제품들은 자선단체에 보내진다. 이때 식용이 불가능하게 된 식료품들은 폐기물 처리 설비로 보내져 바이오가스로 재탄생하게 된다.
특별한 점은 세인즈버리가 자신들이 만들어내는 음식물 쓰레기로부터 생성되는 바이오가스만을 이용하여 매장에 동력을 공급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영국의 캐넉 지역에 자리 잡은 세인즈버리의 한 체인점은 이러한 계획을 실행할 예정이다.
세인즈버리의 중앙집합소로 모인 각 체인점들의 음식물 쓰레기는 폐기물 처리회사로 운반돼 혐기성 미생물에 의한 시스템에 의해 빠르게 부패된다. 그런 과정에서 메탄과 이산화탄소로 이루어진 바이오가스가 발생하게 되는데, 분리 기술을 통해 남겨진 메탄은 발전기로 보내져 전기를 생산하게 된다.
이렇게 생산된 전기는 송전선을 통해 체인점으로 전달되며, 따라서 상점 운영에 필요한 모든 전기가 바이오가스로부터 확보되는 셈이다. 세인즈버리는 체인점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가 매년 약 2500가구에 공급할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혐기성 미생물 시스템에서 발생한 다량의 찌꺼기는 농장에 판매되어 비료로 활용된다.
스페인의 바스크대학에서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쓰레기를 이용해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을 생산하는 정제 시설을 개발 중이다. 이 대학의 화학공학자 마틴 올라자 연구팀이 개발 중인 그 정제 시설은 사용하는 쓰레기의 종류에 따라 2개의 라인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라인은 플라스틱이나 폐타이어 등의 쓰레기를 처리해 카본블랙을 만들어낸다. 카본블랙은 타이어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원재료 물질이다. 이 정제 시설에서는 사용되는 폐타이어의 약 30%가 카본블랙으로 전환된다.
또 다른 라인에서는 열대지역의 숲으로부터 생산되는 바이오매스와 농업용 쓰레기를 낮은 온도에서 아주 짧은 시간에 열분해 처리해 투입되는 양의 약 70%에 해당하는 바이오 오일을 생산한다. 즉, 1톤의 바이오매스를 넣을 경우 약 700리터의 바이오 오일을 생산할 수 있는 셈이다.
500도라는 낮은 온도에서 처리하므로 고에너지 소비가 필요 없으며, 매우 짧은 시간에 빠른 속도로 추출하므로 원하지 않는 부산물이 생겨나지도 않는다는 장점을 지닌다. 더구나 이렇게 생산된 바이오 오일은 수소나 올레핀 파생물, 방향족화합물 등 석유의 부산물을 만드는 데도 이용될 수 있다.
원추형분출층이 이 정제 시설의 고에너지 효율의 핵심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어서 지속가능한 것이 특징인 이 정제 시설은 이미 특허 출원이 이루어져 있다.
홍천 친환경 에너지타운 조성
우리나라는 전체 에너지 중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이 35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지에 해당할 만큼 신재생에너지 활용도가 낮다. 최근 OECD의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1차 에너지 총공급량 중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이 2012년 기준 0.7%에 불과하다. OECD 평균치가 8.5%이니 12분의 1 수준인 셈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최근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삶의 질 개선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게 하는 ‘에너지 신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지난달 30일 착공식을 가진 강원도 홍천군 소매곡리의 친환경 에너지타운 조성사업이다. 친환경 에너지타운이란 매립장이나 하수처리장 등 기피시설을 활용하여 환경과 에너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지역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사업을 말한다.
홍천강이 감싸고도는 아름다운 마을인 소매곡리의 경우 지난 2001년 하수와 가축 분뇨를 처리하는 환경기초시설사업소가 들어서면서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던 곳이었다. 이 같은 가축 분뇨와 음식물쓰레기를 혐기성 미생물로 처리해 메탄가스를 생산하게 된다. 즉 기피 시설이 에너지 시설로 전환되는 셈이다.
홍천 에너지타운 조성사업은 이 같은 방식으로 생산된 메탄가스를 도시가스 회사에 공급하고, 이를 도시가스 회사가 정제하여 도시가스로 전환해 지역 주민들에게 공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를 통해 연간 60만㎥의 도시가스를 생산할 예정인데, 이는 750세대에 공급이 가능한 양이다. 현재 소매곡리는 등유 및 LPG, 화목 등을 연료로 사용하는 있는데, 이를 도시가스로 전환할 경우 가구당 연간 91만원의 연료비 절감과 대기환경 개선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바이오가스화 시설에서 발생하는 고형물은 퇴비로, 소화액은 액체로 된 거름으로 각각 만들어 마을 농경지에서 사용하게 된다. 하수처리장의 여유 부지에는 마을주민과 도시가스 회사 및 홍천군이 공동으로 출자한 340㎾급의 태양광 발전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아울러 마을관광의 활성화가 추진돼 홍천강변을 따라 해바라기 및 야생화 꽃길이 조성되고 카약 등 수상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기반시설도 만들어진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이자 경제혁신 3개년 종합계획 추진과제이기도 한 홍천군의 친환경 에너지타운 조성사업은 2016년 9월까지 완공될 계획이다. 정부는 홍천 외에도 광주광역시 및 충북 진천 등에서 시범사업 추진을 통해 성공사례를 만든 후 전국적으로 확산시킨다는 방침이다.
쓰레기로 달리는 자동차 기술
한편, 쓰레기로 자동차를 달리게 하는 기술도 포스코에너지에 의해 개발되고 있다. 폐비닐이나 종이조각, 하수 찌꺼기 같은 쓰레기를 수증기와 화학반응시켜 메탄과 일산화탄소, 수소가 포함된 합성가스를 만든 다음 거기서 다시 함량 90% 이상의 메탄을 추출해 CNG 자동차의 연료로 사용한다는 것.
가스화기를 이중관 구조로 만들어 열효율을 크게 높인 이 기술은 쓰레기 매립시 발생하는 토양 및 해양오염이 없을뿐더러 소각장에서 나오는 질소산화물, 다이옥신, 산화오염물 등을 3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는 장점을 지닌다.
네덜란드 ECN사와 국제 공동연구과제로 진행되고 있는 이 기술은 이미 주요기술 개발을 마치고 마지막 실증단계에 들어서 있다. 포스코에너지는 2016년부터 이 기술을 활용해 본격적인 사업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 2noel@paran.com
- 저작권자 2014-11-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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