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ruary 25,2018

썰매 종목 불모지? 이제는 ‘강국’

여기는 평창(11) 스켈레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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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돌아오는 설날에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오래 전부터 고대해 오던 올림픽 금메달 소식으로 전국이 떠들썩해지리라 예상된다. 국내 동계올림픽 사상 최초로 썰매 경기에서 금메달이 나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단시간에 세계를 제패한 윤성빈 선수의 질주 모습 ⓒ 연합뉴스

최단시간에 세계를 제패한 윤성빈 선수의 질주 모습 ⓒ 연합뉴스

전 국민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주인공은 스켈레톤 종목의 윤성빈(24) 선수다. 올 시즌 세계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윤 선수는 타고난 신체조건과 뼈를 깎는 노력, 그리고 과학적 훈련 및 장비로 무장한 채 결전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최근까지도 우리나라는 썰매 3총사로 불리는 봅슬레이와 루지, 그리고 스켈레톤 종목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혜성같이 등장한 윤성빈 선수로 인해 하루가 다르게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도대체 어떤 훈련과 장비로 준비했기에 윤성빈 선수가 이 척박한 환경을 딛고 단 시간에 세계적 선수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일까?

3대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단 기간에 세계적 수준 도약

스켈레톤은 일취월장(日就月將)이라는 사자성어가 딱 들어맞는 종목이다. 불모지로 불렸던 국내 썰매 분야와 설상 분야의 여러 종목 중에서도 가장 빠른 시간에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그 같은 배경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인 한국스포츠개발원의 전폭적 지원이 자리잡고 있다. 체력 훈련 및 영상분석, 그리고 장비 개발과 같은 3대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유망주들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면서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어 냈던 것. 윤성빈 선수는 바로 이 같은 전폭적 지원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스포츠개발원과 대한체육회가 썰매 종목에 가장 역점을 둔 프로그램은 출발 구간에서의 기록 단축이다. 스켈레톤 출발 구간은 선수가 마치 100m 달리기 하듯 썰매를 밀면서 빠르게 달려야 하는 거리인데, 이 구간을 얼마나 안정적이면서도 빠르게 달릴 수 있느냐가 승패를 좌우하는 관건이다.

스켈레톤은 출발 구간의 질주가 승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 Cananda.com

스켈레톤은 출발 구간의 질주가 승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 Cananda.com

이를 위해 스포츠개발원 연구진은 선수 개개인에 알맞은 근육강화 운동 프로그램을 설계했다. 우선 허벅지 근육을 강화하고 좌·우 및 앞·뒤의 균형을 맞추는데 주력했다. 그 결과 선수들의 달리기 기록이 대폭 향상되는 성과를 거뒀다.

예를 들어 윤성빈 선수의 경우 2년 전만 하더라도 100m 기록이 11초 64정도였지만, 지난해에는 11.06을 기록하여 0.58초나 단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0.01초로 승부가 갈리는 종목인 만큼 출발 구간 기록을 약 0.6초나 앞당긴 점은 기록 단축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 외에도 스포츠개발원은 선수들이 1차 레이스를 마친 후 근육의 피로를 빨리 회복시켜주기 위해 하체에 진동을 가하는 ‘바이브레이션 훈련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생소해 보이는 훈련방법이지만 2차 레이스에서 기록을 줄이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과학적 장비로 안정성 높이고 공기저항은 줄여

훈련이 일류 선수를 만드는 최고의 원동력인 것은 분명하지만, 스켈레톤 종목에서는 어떤 유니폼과 썰매, 그리고 헬멧을 갖추고 있느냐 하는 점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요인이다.

우선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스켈레톤 대표팀의 유니폼은 얼음 조각이나 칼날에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매우 두꺼운 특수 재질의 섬유로 만들어져 있다.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몸에 달라붙게 만든 스타일은 다른 썰매 종목과 유사하지만, 선수의 미세한 근육 떨림 현상을 잡아주는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스켈레톤 종목의 유니폼이 봅슬레이 유니폼보다 더 두꺼운 이유는 봅슬레이의 경우 선수들이 썰매 안에 들어간 채 움직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보호를 받지만, 스켈레톤은 선수들의 신체가 외부에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복잡한 유니폼 구조에 비해 스켈레톤 썰매는 비교적 간단하게 제작되어 있다. 몸체인 보디(body)와 날인 러너(runner)로 구성되는데, 썰매 골조는 강철이며 선수가 엎드리는 부분은 유리섬유로 만들어져 있다.

보디에는 선수들이 썰매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붙잡는 핸들(handle)과 충격을 완화하는 범퍼(bumper)가 앞뒤로 붙어 있다. 골격이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인 스켈레톤(skeleton)이 종목의 이름이 된 것은 바로 핸들의 모양 때문이다. 마치 사람의 갈비뼈를 연상시키는 형태로 이루어져 있어서다.

윤성빈 선수를 위해 국내 기술만을 사용하여 특수 제작된 헬멧 ⓒ 홍진HJC

윤성빈 선수를 위해 국내 기술만을 사용하여 특수 제작된 헬멧 ⓒ 홍진HJC

스켈레톤 조종은 썰매 날 하단의 홈과 에지 부분을 무릎으로 눌러가면서 이루어지게 되는데, 얼음 상태에 최적화된 날을 장착해야만 조종도 수월하고 속도도 빨라지게 된다.

국가대표팀의 전략도 상당수 이 날에 숨어 있다. 춥고 건조한 날씨나 춥고 습한 날씨, 또는 온화하고 건조한 날씨 및 온화하면서 습한 날씨 등에 적용하는 날이 다 다르기 때문에 경기 당일 어떤 날을 고르느냐가 승패의 주요한 요인으로 떠오르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헬멧의 경우도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서는 매우 중요한 장비 중 하나인데, 윤성빈 선수가 착용할 헬멧은 해외의 기술을 빌린 썰매나 유니폼과는 달리 순수 국내 기술에 의해 제작되어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세계 오토바이 헬멧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는 것으로 유명한 H社가 제작한 특수 헬멧은 윤성빈의 머리 모양을 정밀하게 스캔한 뒤 이에 딱 맞게 만들어졌다.

H社의 관계자는 “스켈레톤 종목의 체감속도는 시속 400㎞에 달한다”라고 전하면서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는 역할은 물론, 시야 확보와 선수의 머리를 보호할 수 있는 충격 흡수 등을 모두 고려하여 안전성을 극대화시켰다”라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스포츠개발원은 선수들이 연습하거나 경기를 치룬 모든 영상을 상세히 분석하여, 최적의 썰매 탑승 지점과 탑승 전 보폭 거리 등 다양한 기술 분석 자료를 국가대표팀에 제공하면서 썰매 종목 최초의 메달 획득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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