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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2014-05-20

심해까지 점령한 해양 쓰레기 수중 협곡에 해양 쓰레기 밀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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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심해의 대부분이 비닐봉지나 그물, 유리병 등 인간이 버린 쓰레기들도 뒤덮여 있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포르투갈의 아소레스대학교 등 유럽 각국에 소재한 15개 기관이 공동으로 대서양·북극해ᐧ지중해에 걸쳐 조사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해양 쓰레기가 조사된 심해의 모든 곳에서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장 많이 발견된 플라스틱 쓰레기의 경우 해안과 육지로부터 유입되어 대륙붕을 따라 이동하다가 심해로 가라앉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수심이 깊은 수중 협곡에서 해양 쓰레기가 가장 밀집되어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그 이유는 수중 협곡들이 얕은 연안수와 심해 간에 연결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포르투갈 연안의 리스본 협곡이나 바르셀로나 연안의 블라네스 협곡처럼 주요 연안 도시들에 가까이 위치한 협곡들은 쓰레기를 수심 4천500미터 또는 그보다 더 깊은 곳까지 곧바로 유입되게 하는 깔때기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11년 거제도 동쪽 해상에서 부유하고 있는 해양 쓰레기. ⓒ 연합뉴스
2011년 거제도 동쪽 해상에서 부유하고 있는 해양 쓰레기. ⓒ 연합뉴스

심해에서 발견된 쓰레기의 41퍼센트는 플라스틱이 차지했으며, 버려진 낚시 장비들은 34퍼센트로 2위를 차지했다. 그밖에 유리나 금속, 나무, 종이, 판지, 의류, 도자기 및 분류되지 않은 쓰레기들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심해에도 인간이 버린 쓰레기가 많을 것이란 사실은 이미 심해성 어류를 통한 간접 연구결과에서 추정된 바 있다. 지난 2008년 참치와 연어, 고래 등의 주 먹잇감인 샛비늘치 670마리를 수집해 조사한 결과, 그중 35퍼센트인 234마리가 평균 1밀리미터의 플라스틱 조각을 삼킨 상태로 드러난 것. 심한 경우 83개의 해양 쓰레기를 삼킨 샛비늘치도 발견됐다.

한반도의 7배에 달하는 거대 쓰레기 지대

심해뿐만 아니라 육지로부터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대양에서도 마치 거대한 섬처럼 해양 쓰레기가 모여 있는 ‘거대 쓰레기 지대’들이 발견되곤 한다. 대표적인 곳이 지난 1997년 미국의 해양조사선 찰스 무어 선장이 태평양 북동부에서 발견한 ‘북태평양 거대 쓰레기 구역(GPGP)’이다.

크기가 한반도의 7배에 달하는 GPGP에는 약 1억 톤의 해양 쓰레기가 그림처럼 잔잔한 바다 위에 마치 섬처럼 둥둥 떠 있다. 미국, 캐나다, 일본 등 북태평양 연안의 국가들에서 버려진 페트병, 칫솔, 장난감, 어망 등이 그 구역으로 모여드는 까닭은 해류가 이곳을 중심으로 거대한 원형을 그리며 흐르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같은 원리로 해류에 의해 만들어진 거대한 쓰레기 지대는 대서양 남북에 하나씩, 그리고 인도양과 태평양 서부 등 4군데가 더 존재한다. 그중 ‘인도양의 거대 쓰레기 지대(IOGP)’는 지난 3월에 실종된 말레이 항공기의 추락 예상 지점과 겹쳐 있어서 여객기 수색 작업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국제 수색팀이 말레이 항공기의 잔해로 추정하고 건져 올린 물건들의 대부분이 그 지역을 부유하고 있던 해양 쓰레기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신에서는 인도양을 뒤덮은 해양 쓰레기가 말레이항공 여객기 수색작업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현재 IOGP에는 벵갈만 인근 주민들이 버린 생활 쓰레기부터 허리케인과 쓰나미가 멀리서 몰고 온 쓰레기까지 수많은 오염물질들이 쌓여 있다.

이 거대 쓰레기 지대의 최대 피해자는 바다를 생활 터전으로 삼는 동물들이다. 바다새 알바트로스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이로 착각해서 먹곤 하는데, 잘못하면 소화관이 막혀 굶어죽는 개체들도 많다. 1997년에 이루어진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알바트로스 새끼의 97.6퍼센트가 뱃속에 플라스틱이 들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해파리를 먹이로 삼는 바다거북은 비닐봉지를 해파리로 오인해 먹기도 한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의하면 해마다 바다새 100만 마리, 고래나 바다표범 같은 해양포유동물 10만 마리가 플라스틱을 먹이로 알고 먹거나 어망 등에 걸려 죽어가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3월 돌고래의 사체를 부검한 결과, 비닐 등의 해양 쓰레기로 인해 소화기가 막혀 만성적인 영양 결핍으로 사망한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

해양 생태계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있는 인간들도 피해를 입고 있는 건 마찬가지다. 북극해 연안에서 바다표범 등을 잡아서 먹고사는 이누이트족의 경우 성별 출생비율이 남아 1명당 여아 2명으로 높으며, 저체중으로 조산되는 아기들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해양 쓰레기의 플라스틱에 포함되어 있는 환경호르몬이 해양생물들을 통해 인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선박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기도 해

또한 해양 쓰레기는 선박 사고를 일으키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기도 한다. 바다에 부유하는 쓰레기가 선박의 스크류에 감기거나 냉각수 계통의 파이프에 빨려 들어가 엔진에 이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양 쓰레기가 여객선에 설치된 냉각용 해수 흡입구를 막아 순식간에 엔진이 과열돼 선박이 바다 한가운데 멈춰서는 사고들이 빈발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 서해의 경우 중국에서 떠내려 온 쓰레기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굴업도나 백령도 등의 해안에서는 중국어가 적힌 샴푸 용기 등의 플라스틱 병을 비롯해 냉장고 문짝, 슬리퍼, 각종 어구 등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 같은 쓰레기들은 해류의 흐름을 타고 중국 연안에서 서해로 흘러드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약 보름 정도면 중국에서 버린 쓰레기가 바다를 타고 우리나라 서해안의 섬까지 흘러들 수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로 흘러드는 해양 쓰레기 가운데 70퍼센트 이상이 중국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

중국 어선들이 우리나라 영해로까지 와서 불법조업을 하는 것도 해양 쓰레기와 연관이 있다. 치어까지 잡는 싹쓸이 조업으로 인해 물고기의 씨가 마른 이유도 있지만, 중국 연안이 심각한 해양 오염으로 인해 더 이상 고기가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기존의 해양 쓰레기 대처 방안보다 좀 더 강화된 ‘제2차 해양 쓰레기 관리기본계획’을 지난 3월에 발표했다. 2018년까지 3천321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이 계획은 △해양 쓰레기 발생원 집중 관리 △생활밀착형 수거사업 강화 △해양 쓰레기 관리기반 고도화 △대상자 맞춤형 교육 및 홍보 등 4개 전략 21개 세부과제로 추진된다.

정부는 이 계획이 종료되는 2018년에는 해양으로 유입되는 쓰레기를 근원적으로 차단하고, 해변의 침적 쓰레기를 체계적으로 수거해 국민의 ‘힐링 바다’를 만든다는 방침이다.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2noel@paran.com
저작권자 2014-05-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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