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28,2017

심장 속으로 들어간 나노기기

[인터뷰] 이건재 카이스트 신소재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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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제작된 미국 영화 ‘바디 캡슐(Factastic Voyage)’에서는 인체 속으로 들어가 질병을 치료하는 탐험대의 모습이 등장한다. 탐험대는 아주 작은 우주선을 타고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가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질병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를 척결했다. 당시만 해도 이 영화는 ‘말도 안 되는’ 공상에 불과했다.

하지만 나노기술이 발전하면서 점차 실현가능한 기술로 변모하고 있다. 더불어 기술력 역시 날이 갈수록 발전해 실현의 단계를 넘어 상용화 단계까지 시선을 돌리고 있는 상태다. ‘나노 발전기’가 그 중 하나다.

‘나노 발전기(Nano Generator)’란 이름 그대로 나노 사이즈 크기의 형태를 지닌 전기발생 장치로 사용자의 움직임을 인식해 전기를 만든다. 생물체가 움직일 때마다 와이어가 구부러지면서 전기를 발생하는 원리를 갖고 있다.

이건재 카이스트 신소재공학과 교수(우) ⓒ 이건재

이건재 카이스트 신소재공학과 교수(우) ⓒ 이건재

1세대 나노 발전기를 넘어

나노 발전기에 대한 관심은 2005년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재료공학 분야에서 매우 흥미로운 주제로 이목을 끌었으며 ‘나노 발전기’ 라는 용어 역시 이 분야의 권위자인 조지아공대의 왕종린 교수가 붙인 이름이다.

나노 발전기는 소재에 가해지는 ‘압력’을 핵심원리로 한다. 아무리 작은 크기라 해도 결국 기기인 만큼 전기를 얻는 게 중요한데, 나노 발전기는 크기가 매우 작아 배터리를 부착하는 게 어려울 뿐 아니라 부착한다 해도 인체 내에 삽입하면 그 전력을 외부에서 계속 공급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결국 답은 압력을 통한 ‘자가발전’에 있는 것이다.

기존의 나노 발전기는 대부분 폴리머 기판에 산화아연 소재의 나노와이어를 붙인 구조였다. 왕종린 교수팀도 얇고 잘 휘어지는 플라스틱 기판 위에 산화아연소재의 나노와이어를 붙여 발전기를 만든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산화아연 소재의 발전기는 압전 특성이 그리 좋지 않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산화아연소재가 연구개발에 사용된 것은 저온 공정만 가능한 플라스틱 기판에서 쉽게 성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산화아연 소재가 이용되던 당시, 이건재 카이스트 교수팀은 산화아연 소재 나노 발전기의 한계를 뛰어넘는 연구를 발표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산화아연소재보다 20여배 이상 압전특성이 뛰어난 페브로스카이스트 결정구조를 갖는 압전물질을 활용해 나노 발전기를 만든 것이다. 당시 2010년 이 연구결과는 학계 관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나노 발전기의 새 시대를 열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당시 활용한 ‘BaTiO3’ 등의 압전 물질은 산화아연소재와 달리 특성이 좋기 때문에 현재 이미 상용화가 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800도 이상의 고온에서 오랜 시간의 열처리를 필요로 했기 때문에 플라스틱에서 사용하는 게 불가능했어요. 결정화를 위해서는 열처리가 필요하거든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저희 연구팀은 딱딱한 희생기판에 높은 온도로 열처리를 한 고효율 압전박막 전사 기술을 활용했습니다. 이를 다시 유연기판에 옮기는 거죠.”

이후 이건재 교수팀은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연구를 시도했다. 당시 성공한 연구결과 는 딱딱한 기판에서 구현된 기술을 플라스틱에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고효율의 압전특성은 그대로 갖고 가되, 보다 안정적이고 인체 내 실질적 구현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 역시 진화한 연구 성과이긴 했으나 해결과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건재 교수는 “앞서 언급한 기술은 유연기판으로 옮기는 압전 소재의 면적이 너무 작다는 단점이 있었다. 단위면적당 효율은 높았지만 실제로 만들어진 전력은 1V, 10 nA로 매우 작았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고자 했지만 그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 기존의 장점은 그대로 갖고 가되, 전력효율을 높이는 게 쉽지 않았다. 우리 연구팀은 레이저 박리기술을 이용해 대면적의 ‘PbTiO3’를 유연기판에 전사했다. 이를 통해 이번 연구에서 세계최고 효율을 갖는 250V, 8 uA의 생성 전력을 갖는 나노 발전기를 구현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건재 교수팀이 개발한 나노 발전기는 2cm × 2cm 면적의 유연한 기판 위에 2 um 두께로 만들어졌으며 미세한 구부림에 의해 생성된 에너지도 250V, 8uA가 도출된다. 이는 105개의 LED를 작동시킬 수 있는 크기의 전력으로 해당 연구는 그 가치를 인정받아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 지의 표지논문으로 게재되기도 했다.

“안전한 사회 만드는 데 일조할 연구”

플라스틱에 제작된 나노발전기에서 생성된 전력을 이용해 105개의 LED를 작동하는 모습 ⓒ 카이스트

플라스틱에 제작된 나노발전기에서 생성된 전력을 이용해 105개의 LED를 작동하는 모습 ⓒ 카이스트

이건재 교수팀이 해당 연구를 시작한 것은 앞서 언급한 대로 기존 산화아연 소재의 나노 발전기가 갖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새롭게 등장한 나노 발전기에 대해 관심을 갖던 그는 기존의 연구보다 더욱 진화한 형태를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당시 2010년 <나노 레터스> 지에 논문을 게재할 때는 총 2년의 시간이 걸렸다면, 이번 연구에는 총 3년의 시간이 걸렸다. 결국 자기기록을 깬 연구인만큼 총 5년을 소요해 연구를 진행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이번 연구는 현재 세계 최고 기록보다 약 40배 높은 생성 전력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나노 발전기를 상용화 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을 해결한 셈이죠. 이제 저희 연구팀에 놓인 과제는 상용화라고 할 수 있어요. 결국 사람이 사용하기 위한 기술인만큼 보다 널리 이용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야겠죠. 또한 아직 효율을 더 올릴 수 있는 방법은 남아있습니다. 이에 대한 연구도 계속 진행 중에 있어요.”

더 발전된 형태의 연구를 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이건재 교수. 물론 지금까지 오는 데도 결코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이건재 교수는 “연구를 진행하면서 고가의 레이저 장비를 갖추고 기술을 익히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그리고 저희 그룹은 논문을 그리 많이 쓰지 않는 편이에요. 때문에 연구원들에게 많이 미안했습니다. 5년 동안 이 분야에서 온갖 고생을 하고도 논문을 두 편 밖에 쓰지 못했으니까요. 다 제 기준이 높아서 그렇습니다. 그저 그런 연구를 등재하는 것은 과학계에도 그리고 우리 스스로에게도 좋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양보다 질을 택한 거죠. 하지만 한국 학계는 실적에 의해 평가됩니다. 특히 SCI 논문 몇 편으로 평가되는 시스템이죠. 이런 가운데 저희 같은 연구팀이 꾸준히 갈 길을 개척하는 것은 힘들었습니다. 학교에서 저희 연구팀을 믿어주지 않았다면 힘든 여정이었겠죠”라며 당시를 회고했다.

개발된 고효율 나노발전기술은 자연에서 발생하는 바람, 진동, 소리와 같은 미세한 에너지는 물론 심장박동과 혈액흐름, 근육수축·이완 등 사람 몸에서 발생되는 생체 역학적 힘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무한 에너지원으로 사용될 수 있다. 그만큼 응용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의미다.

“나노 발전기라고 하면 인체 내에 삽입하는 형태만 생각하지만 그 외에도 응용할 수 있는 분야는 매우 많습니다. 최근에는 수십만 개 센서를 건물 선박 KTX 다리 도로 인간에 놓아 안전성을 더한 ‘미래 센서 네트워크 기술’을 구현하는 데도 나노 발전기의 역할이 중요하게 언급되고 있어요. 해당 기술에서 가장 난점으로 언급되는 것은 안정적인 전력원을 얻는 것입니다. 저희팀의 연구를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여기에 더해 생체 내 전자 소자를 예로 들면 심장 박동기 ‘Deep brain stimulator’의 전력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배터리를 자주 갈아야 하는 수술을 없앨 수도 있겠죠.”

이어 그는 “발전효율이 세계최고기록보다 40여배 높고 대량 양산이 가능한 레이저 박리기술을 활용해 그동안 상용화를 가로막았던 저효율과 복잡한 제조공정의 문제점을 해결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이건재 교수팀은 압전박막물질을 삼차원으로 적층해 생성전력을 높이고 이를 동물에 이식하는 생체실험을 수행할 계획이다.

“앞으로도 이 기술의 효율을 계속 높여나갈 것입니다.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응용처를 개발해 좋은 저널에 출판하고 싶어요. 이를 통해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연구를 계속 선보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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