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ust 22,2017

식중독균을 암 치료에 활용?

무독성 살모넬라균, 항암제보다 효과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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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敵)을 또 다른 적으로 물리치는 이른바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이 의료 분야에서도 활용될 수 있을까?

식중독을 일으키는 병원균으로 악명이 높은 ‘살모넬라(Salmonella)’ 균을 암 치료에 적용하는 획기적인 치료법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되어 전 세계 의료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피부에 대장암이 이식된 실험쥐가 살모넬라 치료법을 사용한지 24일 후에 암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전남대의대

피부에 대장암이 이식된 실험쥐가 살모넬라 치료법을 사용한지 24일 후에 암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전남대의대

미래창조과학부와 보건복지부의 지원을 받아 현재 연구 과제를 추진하고 있는 전남대병원의 민정준 교수와 이준행 교수 연구팀은 살모넬라균 유전자를 변형시켜 암 치료용 박테리아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최근 밝혔다.

암세포에 친화성을 가진 살모넬라의 성질 이용

전남대 연구진이 살모넬라균과 암의 상관관계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과거 생쥐의 체내에 있는 박테리아의 독성인자를 모니터링하는 실험이 계기가 되었다. 살모넬라에 발광유전자를 넣어 체내에서의 움직임을 관찰하다가 이들이 암세포에 친화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 것.

이에 대해 연구진의 한 관계자는 “그 때부터 박테리아를 이용한 암 치료연구가 시작되었다”라고 전하며 “이미 해외에서도 살모넬라균이 암 조직에 대해 강한 친화성을 가지고 있어서, 몸 안에 주입될 경우 정상조직보다 암 조직에서 약 10만 배 정도 더 많이 증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에 주목한 연구진은 암세포에 친화적인 살모넬라균의 성질을 역으로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살모넬라균이 암을 죽이는 물질을 생산할 수만 있다면 정상 조직에 들어있을 때보다 10만 배 정도 더 많이 증식하는 성질을 이용하여 암을 제거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살모넬라균으로 암을 치료하는 신개념 치료법의 개요 ⓒ 전남대의대

살모넬라균으로 암을 치료하는 신개념 치료법의 개요 ⓒ 전남대의대

연구진은 곧바로 독성을 크게 약화시킨 살모넬라균이 ‘플라젤린(flagellin) B’라는 면역유발물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유전자 조작을 했다. 플라젤린 B는 ‘비브리오(Vibrio)’ 균이 분비하는 물질로서 암에 걸린 생쥐에 적용한 결과, 강력한 항암 면역작용을 일으켜 원발성(原發性) 암은 물론 전이(轉移)된 암까지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남대병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무독성 살모넬라와 이 균주가 생산하는 플라젤린 B는 독특한 항암작용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살모넬라가 암에서 증식하는 동안 면역세포가 대량으로 퍼지기 시작했고, 살모넬라가 분비하는 물질인 플라젤린 B는 면역세포가 암세포에 대하여 강한 독성을 나타내도록 유도하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연구진의 관계자는 “이를 전쟁에 비유해 본다면, 살모넬라는 암이라는 적에게 맞서 군대를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고, 플라젤린 B는 이 군대에 발포명령을 내리는 것과 다름이 없다”라고 말하며 “암 면역치료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 현 시점에서 독특한 형태의 새로운 암 면역치료 기술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항암제나 방사선보다 암 치료 효과 높아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의 미래유망 융합기술 파이오니어 사업과 보건복지부의 질환극복기술개발 사업의 공동 지원으로 이루어졌으며, 관련 논문은 국제학술지인 사이언스 중개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의 커버스토리로 채택되었다.

논문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연구진은 살모넬라에 발광유전자(luciferase)발현시켜 이들이 암 세포에 모여드는 것을 영상으로 촬영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원발성 암과 전이된 암 등 다양한 암들을 생쥐가 앓게 만들어 살모넬라가 암을 공격하는 현상을 영상화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아래 그림을 보면, 실험쥐의 대장에 직접 암세포를 이식하고 3주 정도 경과하면 복강과 간 등에서 빨간색으로 표시된 암세포가 자라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때 실험쥐에 플라젤린 B를 분비하는 살모넬라(SLpFlaB)로 치료했을 경우 전이된 암이 현저히 줄어드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빨간색으로 표시된 암세포를 가진 실험쥐(위)가 살모넬라를 이용하여 치료되는 과정(아래) ⓒ 전남대의대

빨간색으로 표시된 암세포를 가진 실험쥐(위)가 살모넬라를 이용하여 치료되는 과정(아래) ⓒ 전남대의대

다음은 이번 연구의 책임자인 전남대 의대 핵의학교실의 민정준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살모넬라균을 활용한 암 치료 방법은 이미 해외에서도 많이 연구가 진행됐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들의 연구내용과 차별화 될 수 있는 부분을 설명해 달라.

암을 치료하는데 있어서 가장 이상적인 치료약은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살상하고 정상세포에는 아무런 독성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다. 그런 점을 고려할 때 우리 연구진이 개량한 살모넬라는 해외 연구진들이 사용했던 균주에 비해 면역유발효과가 강하지만, 인체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 무독성 박테리아다. 비브리오균이 가진 면역유발물질을 살모넬라가 가질 수 있도록 유전자 조작을 했기 때문에, 이를 사용하면 암에 염증작용이 발생하여 선택적으로 사멸시킬 수 있다.

- 기대효과에 대해 언급해 달라.

박테리아를 활용한 암 치료 연구는 비교 대상이 적어서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 반면에 오늘날 암 치료에 적용하는 방법인 항암제나 방사선을 이용한 치료보다는 비록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결과지만, 훨씬 더 효과가 좋기 때문에 미래의 암 치료에 효과적으로 활용되리라 자신한다.

- 임상계획은 어떻게 진행시킬 예정인지 밝혀 달라.

해외의 경우 살모넬라를 활용한 암 치료 연구가 대부분 임상 과정의 1단계에서 중단되거나 보류된 상태다. 이는 효과가 부족해서라기보다는 연구개발 자금이 부족해서라고 분석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해외 연구가 주춤하는 이 시기에 치고 나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현재 실험쥐보다 큰 동물인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암 치료 실험을 추진하고 있으며,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도 4~5년 안에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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