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브라질 정부는 사상 최초로 해외에서 커피콩을 수입한다고 발표했다. 세계 제일의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에서 이런 발표를 한 이유는 바로 가뭄 때문이다. 브라질은 극심한 가뭄으로 최근 몇 년간 커피 생산량이 급속히 감소했다.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은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 온난화로 2050년이 되면 현재 커피콩 재배지의 절반 이상이 사라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갈수록 빈번해지는 가뭄은 커피뿐만 아니라 식량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과 목초지 감소, 가축 손실, 우유 생산 감소 현상 등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정확한 가뭄 예측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추세다. 그런데 최근 자신이 경작하는 식물의 잎만 보면 가뭄에 대한 조기 경보를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돼 주목을 끌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마이클 스트라노 교수팀이 개발한 ‘식물 잎에 인쇄 가능한 센서’가 바로 그것이다.
토양이 마르기 시작하면 식물은 성장을 늦추는 동시에 광합성 활동을 줄이게 되며, 오래 지속될 경우 조직이 손상된다. 그런데 일부 식물은 바로 시들지만, 다른 식물은 심각한 피해를 입을 때까지 겉으로 드러나는 징후가 없을 수도 있다.
스트라노 교수팀이 개발한 센서는 식물의 기공을 활용한다. 식물은 잎의 표면에 작은 구멍이 있어 물을 증발시키는데, 잎에서 물이 증발하면 수압이 떨어지게 된다. 즉, 식물은 증발이라는 과정을 통해 토양으로부터 물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식물은 수분 스트레스를 이틀 내에 감지해
식물의 기공은 빛에 노출되었을 때 열리고, 어두울 때는 닫힌다. 또한 기공은 이산화탄소 농도와 가뭄에도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기공의 이런 개폐 운동을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연구되지 않았다.
스트라노 교수팀은 탄소나노튜브로 만든 잉크로써 그 해결점을 찾았다. 이 잉크는 기공을 가로질러 인쇄돼 전자회로를 만들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기공이 닫히면 멀티미터라고 하는 장치에 회로를 연결해 전류를 측정할 수 있으며, 기공이 열리면 회로가 끊어지고 전류가 흐르지 않게 된다.
따라서 기공이 열리거나 닫힐 때를 매우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또한 연구진이 개발한 탄소나노튜브는 나트륨 도데실 설페이트라는 유기 화합물에 융해되어 기공을 손상시키지 않는다.
연구진은 수분이 공급되는 정상적인 상황과 물이 부족한 가뭄 상황에서 각각 기공의 개폐를 며칠 동안 측정했다. 그 결과 식물은 수분 스트레스를 이틀 내에 감지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또한 연구진은 기공이 빛에 노출될 경우 약 7분 후면 열리고, 어둠이 시작될 경우 53분 후에는 닫힌다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건조 상태에서는 기공의 빛에 대한 반응 속도가 달라졌다. 즉, 빛에 노출되면 약 25분 후에 기공이 열리고, 어둠에서 기공이 닫히는 시간은 45분 정도 소요되었던 것.
과학 전문매체 ‘phys.org’에서 스트라노 교수는 “이번에 개발된 센서는 우리가 농업 분야에서 초기에 가뭄 지표를 제공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 같은 정보를 다른 방법으로 얻는 것은 어렵다. 센서를 토양에 설치하거나 위성 이미징 기법을 사용할 수 있지만 특정 식물의 잠재력으로 가뭄을 감지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현재 연구진은 잎 표면에 단순히 스티커를 부착해 전자회로를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럴 경우 기후변화, 물 부족 및 환경, 온도 변화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대규모 농장을 비롯해 원예사나 도시 농민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엽록체 신호 증폭시키면 가뭄 시 생존율 높아져
스트라노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센서를 농작물에 적용하기 위해 이미 대규모 농업 생산업체와 협력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센서가 가뭄에 강한 식물을 만드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학술지 ‘랩온어칩(Lab on a Chip)’ 11월 8일자에 게재됐다.
한편, 가뭄 조건에서 식물이 더 오랜 기간 동안 생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 결과도 이미 발표된 바 있다. 호주국립대학교의 배리 포그슨 박사 등의 공동 연구진이 지난해 6월에 발표한 논문이 바로 그것.
연구진은 광합성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진 엽록체가 가뭄 기간 동안 식물 호르몬과 함께 스트레스를 견뎌내는 핵심 요소임을 발견했다. 즉, 잎의 모공을 둘러싸고 있는 기공 세포에서 엽록체가 가뭄 스트레스를 감지하고 수분 저장을 위해 기공을 닫는 화학 신호를 활성화시킨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 연구가 가뭄 스트레스로 고통 받는 지역에서도 잠재적으로 농업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그와 관련된 분자 신호 전달 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보리와 애기장대를 대상으로 시험을 수행했다.
그 결과 엽록체의 신호 수준을 높이면 가뭄에 민감한 식물의 저항력이 높아져 가뭄 시 생존율을 약 50%까지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즉, 엽록체 신호를 증폭시킴으로써 식물이 물을 더 잘 보존하고 가뭄 내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연구진은 태국에서 쌀을 대상으로 가뭄 저항성을 촉진하는 품종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연구가 실용화될 경우 세계 식량 공급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쌀, 밀, 보리 등의 작물 생산량 향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 이성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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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7-11-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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