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20,2017

“식물에도 작은 뇌가 있다”

식물 주변 상황 판단에 따라 파종 여부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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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전이성 유전인자를 발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유전학자 바버라 머클린턱(Barbara McClintock)은 식물이 지능이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생각하는 식물 세포들’이라는 말을 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회의론자들은 식물의 지능을 입증하지 못하면서 식물이 지능이 있다고 주장하는 과학자들에 대해 강한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식물 지능 논쟁이 수그러들지 않는 가운데 식물에 작은 뇌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8일 ‘라이브 사이언스’에 따르면 영국 버밍엄 대학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생태학 저널’을 통해 “식물에게 매우 작은 뇌가 있어 스스로 자신의 씨앗을 파종해야 할지, 아니면 휴면 상태에 들어가야 할지 판단하고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씨앗 속에 매우 작은 뇌가 들어 있어 스스로 파종을 해야할 지, 아니면 휴면 상태에 들어가야 할지 판단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식물이 사람 뇌처럼 정보를 처리하고 있다는 주장으로 식물 지능 여부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George Bassel and Matthew Jackson

씨앗 속에 매우 작은 뇌가 들어 있어 스스로 파종을 해야할 지, 아니면 휴면 상태에 들어가야 할지 판단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식물 지능 여부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George Bassel and Matthew Jackson

“사람 뇌처럼 정보처리 능력 지니고 있어”    

논문의 공동집필자인 식물생물학자 조지 바셀(George Bassel) 교수는 “이 뇌가 씨앗에 있는 배아 끝단에 위치하고 있으며, 서로 다른 두 종류의 호르몬을 분출하고 있는데, 어떤 호르몬을 분출하느냐에 따라 씨앗 파종이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파종을 최종 결정하는 것은 씨앗 속에 있는 세포들이다. 매우 작은 수의 세포들이지만 이들의 판단에 따라 파종이 결정된다. 이는 사람 뇌처럼 회백질로 구성돼 있지는 않지만 사람 뇌처럼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과학계는 이번에 발견한 씨앗의 속성을 이용해 불규칙한 기후변화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파종이 가능한 씨앗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논문은 ‘생태학 저널’ 외에  미 국립과학원 회보( the journal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도 게재됐다.

식물이 느끼고(feel), 들으며(hear), 본다(see)는 주장이 제기된 것은 한 두 번이 아니다. 과학자들은 식물이 주변에서 발생하고 있는 소리의 진동 수를 감지하고 있으며, 가까이 함께 자라고 있는 식물이 있을 때 경쟁적으로 성장한다는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2007년 ‘생태학 저널’에서는 식물 주변에 위험이 닥쳐왔을 때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다는 논문이 게재된 바 있다. 바셀 교수는 “이처럼 주변 상황을 인식할 수 있는 식물의 능력이 씨앗 파종기에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혹시 동물에게 먹히거나 혹은 거센 바람을 타고 먼 곳으로 날아갈 수 있는 지, 혹은 위험을 감지한 후 일정기간 휴면상태에 들어가든지 자신의 행동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며, “이는 이는 씨앗은 물론 식물 생존의 중요한 키가 된다”고 말했다.

바셀 교수 연구팀은 이번 실험 대상에 애기장대를 투입했다.  애기장대는 유전체 염기서열이 완전하게 밝혀진 최초의 식물이다. 유전적 연구, 식물 발달 및 생리학 연구에 주로 사용되는데 배추과의 모델 식물로, 작고 하얀 꽃을 피운다.

동물도 단세포에서 진화… 식물의 지능 강조    

애기장대 성장과정에서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파종 시 씨앗 내에서 분출되는 호르몬이다. 두 종류의 호르몬이 배출되는데 하나는 지베렐린(gibberellin, GA)이고, 다른 하나는 아브시스 산(abscisic acid, ABA)이다.

지베렐린은 고등생물의 생장조절제로 알려져 있다. 지베렐린이 생장을 촉진하지만 아브시스 산은 생장을 억제해 휴면과정에 이르게 한다. 이번 연구에서 새로 밝혀낸 사실은 씨앗 배아 끝단에서 이 두 종류의 호르몬이 대량 분출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씨앗은 3000~4000개 정도의 세포로 구성되는데 이 중 25~40개의 세포가 이 호르몬 생산과 분출을 결정하는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쪽의 세포들이 GA를 생산해 분출하면 파종을 하라는 신호다.

반면 다른 한 쪽의 세포들이 ABA를 생산해 분출하면 파종을 중단하고 휴면상태에 들어가라는 지시다. 바셀 교수는 “이 두 가지 유형의 신호를 통해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는데, 이는 보행 신호등에서 파랗고 빨간불이 켜지는 것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또 이들 호르몬의 기능을 확인하기 위해 호르몬의 배출 시기와 분출 양을 조절했다. 그러자 씨앗 파종을 조절할 수 있었다. 바젤 교수는 “이들 홀몬이 뇌 속에서 근육을 통제하고 있는 운동피질(motor cortex)처럼 씨앗 움직임을 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로 다른 호르몬을 분출하고 있는 세포들 간에 강한 차단 벽이 있어 반대편으로부터 들려오는 소음 등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있는 점 역시 흥미로운 부분이다. 이는 씨앗 내에 디지털과 같은 이진법 기능이 들어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연구팀은 그러나 기온이 급격히 변동했을 때 파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한 연구 결과를 밝혀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기온 변화가 씨앗 움직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믿어왔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는 아직 밝혀내지 못하고 있었다. 씨앗 스스로 자신이 뿌리를 내려야 할 토양 온도를 감지해 파종을 단행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연구를 통해 명확히 증명된 것은 아니다.

기온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상황에서 씨앗이 파종을 단행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 역시 확인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씨앗 스스로 판단을 내리는 것은 분명해 식물의 지능이 있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러나 식물의 판단 구조가 동물의 판단 구조와 그 외형과 내용이 매우 달라 식물이 사람 뇌처럼 판단을 내리고 있다는 주장에는 많은 반론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식물 지능을 반대하는 진영에서는 동물과 식물 지능을 비교하는 것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바셀 교수는 그러나 “16억 년 전 살았던 동물들은 조류같은 단세포 생물이었다”며, “유사한 지능 구조를 갖고 있는 동물과 식물을 지나치게 차별하는 것은 생물 연구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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