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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이슬기 객원기자
2015-04-29

스마트폰 자꾸 보면 눈 나빠질까? 전자기기와 근시, 연관성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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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안과학회가 지난해 11월 '눈의 날'을 맞아 우리나라 10대 근시 유병률 현황을 발표했다. 초등학생 10명 중 5명이 근시였다. 10대 청소년 10명 중 8명이 근시였고, 10명 중 1명은 고도근시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청소년들의 학습 매체가 책에서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옮겨가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정말로 컴퓨터와 스마트폰, TV와 같은 전자기기가 눈을 나빠지게 만드는 것일까. 물론 근시에서 유전이 중요한 것은 맞다. 왜냐하면 부모가 근시면 아이도 근시일 확률이 3배 이상 높아지고, 엄마 아빠 모두가 근시일 때는 그 확률이 6배까지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근시가 전적으로 유전 탓만은 아니다. 실제로 부모와 자식 세대에 환경이 급격히 달라진 경우나 자식을 어릴 적에 떼어놓고 키우는 이누이트족에서는 유전의 영향이 다소 적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즉, 근시에 있어 유전만큼 환경 역시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속설과 상반되는 연구가 최근 발표되었다. 칼라 자드닉(karla zadnik) 오하이오 주립대(The Ohio State University, USA) 교수를 비롯한 연구팀은 TV를 가까이서 보는 것과 자라서 근시가 되는 것 사이에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근시는 안구 모양이 다르게 성장하기 때문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원문링크)

 TV를 가까이서 보면 눈이 나빠진다는 속설이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전자기기의 근접사용은 근시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 ScienceTimes
TV를 가까이서 보면 눈이 나빠진다는 속설이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전자기기의 근접사용은 근시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 ScienceTimes

연구팀은 만 6세에서 11세 사이 다양한 인종의 미국 어린이 4500여명을 대상으로 20년간 추적조사를 실시하였다. 근시 유발 잠재 위험인자 13개 가운데서 어느 것이 영향을 미치는 예측 변수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했다. 그 결과, 13개 요인 중 부모가 모두 근시인 경우를 포함한 8개의 요인이 근시 가능성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만한 점은 바로 TV나 컴퓨터 화면을 가까이서 보는 등 정밀한 작업을 하는 것과 근시 사이에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꾸준히 전자기기를 가까이서 본 사람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눈이 나빠지지 않았다.

연구팀이 근시가 될 지를 가장 잘 단판할 수 있는 예측변수로 꼽은 것은 바로 6세 때 눈의 굴절이상도였다. 보통 사람의 안구는 정상 시력이 유지되는 수준에서 성장을 멈추게 된다. 하지만 근시의 경우, 안구 성장이 중단되지 않고 계속되어 길쭉한 모양이 된다.

앞으로 안구가 어떻게 자랄지 6세 때 눈 검사를 통해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근시가 된 조사대상자는 정상 시력인 경우보다 6세 때 원시 정도가 덜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취학 연령대의 시력검사 기준을 정하면 아이들이 자라서 근시가 될지를 예측할 수 있다.

지난 100년 동안 눈을 많이 쓰는 정밀 작업이 근시 요인이라는 주장이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다량의 데이터를 근거로 한 이번 조사는 서로 상관관계가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근시가 되는 것은 안구가 지나치게 길게 자라기 때문이지, TV를 가까이서 보는 것과 같은 정밀한 작업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근시, 햇빛 부족해서 나타나는 것이다

근시가 늘어나는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미국과 유럽 청소년의 절반 가량은 근시이며, 2020년까지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5억명이 근시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상대적으로 동아시아 지역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안 모건(Ian Morgan)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 Australia) 교수는 지난 19일 학술지 '네이처'(nature)를 통해 동이사이 국가에서 근시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이유는 빛을 충분히 보지 못하는 환경 때문이라고 밝혔다. (관련링크)

60년 전 중국 인구의 10~20%만이 근시였다. 하지만 조사에 따르면 오늘날 중국 청소년의 90% 이상이 근시로 추정된다.  결국 모건 교수 역시 근시가 유전보다는 환경의 영향이 크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동아시아 국가에서 근시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공부 시간'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영국의 15세 아이들은 1주일 동안 숙제를 하는 데 5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중국 아이들은 14시간 이상 숙제를 했다. 즉, 활동이 실내에서 이뤄지면서 근시가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충분한 햇빛을 보는 것이 근시를 예방한다

모건 교수팀은 근시가 늘어난 원인을 '빛 부족'으로 보았다. 책 읽기가 근시의 원인인 것도 역시 햇빛을 충분히 보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야외의 빛이 아이들의 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를 진행했는데, 야외에서 수업을 받은 학생들이 실내에서 수업을 받은 학생들보다 근시가 덜 나타났다.

이는 햇빛이 망막에서 호르몬의 일종인 도파민을 방출하여 눈을 보호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망막 도파민은 보통 낮시간에 많이 나온다. 그래서 만약 실내에 많은 시간을 머무를 경우, 사람의 몸이 낮과 밤을 구분하지 못해 망막 도파민이 제대로 분비되지 못한다.

그 결과 안구가 변형되면서 근시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모건 교수는 아이들의 근시를 완전히 예방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1만 룩스(Lux) 이상의 빛을 매일 쫴야 한다고 했다. 화창한 여름날 나무 그늘 아래에 있는 정도의 밝기로, 실내의 경우 채광이 아무리 잘된다고 해도 밝기는 500룩스에 불과하다.

대한안과학회의 조사에도 나타났듯이 한국의 아이들에게도 근시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 근시는 유전과 환경이 만들어낸 일종의 질병이다. 유전은 어쩔 수 없지만, 근시를 만드는 환경이 있다면 가능한 피하는 것이 좋다. 공부가 중요한 만큼 눈건강도 중요하다. 밖에서 햇빛을 보며 눈을 쉬게 만드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슬기 객원기자
justice0527@hanmail.net
저작권자 2015-04-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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