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지난 2012년 1월에 발표된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의 1차 예산사업이 종료되는 해이다. 또한 올해 하반기에는 5개년간의 새로운 수학교육의 방향을 결정하는 수학교육 종합계획이 수립되는 해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한국과학창의재단은 사전 준비회의의 성격으로 지난달 9일 서울 강남구 선릉로 소재 재단 6층 회의실에서 ‘수학교육 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전문가 좌담회’를 가졌다.
이날 좌담회에는 강문봉 대한수학교육학회 회장(경인교육대 수학교육과 교수), 김성숙 한국수학교육학회 회장(배재대 전산정보수학과 교수), 김판수 초등수학교육학회 회장(부산교육대 수학교육과 교수)이 참석했으며, 김동원 한국과학창의재단 수학역량팀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김동원=우리나라 수학 수업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더불어 어떤 방향으로 개선해야 하며,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김성숙=우리나라 수학교육의 최대 문제점은 수준과 능력이 제각각 다른 아이들을 모두 한자리에 앉혀놓고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하고 온 아이들에게는 그 수업이 너무 쉬워 보이고, 그렇지 않은 아이에게는 어려울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수업시간에 자는 아이들이 있고, 심지어 수학을 포기하는 애들마저 생기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수준별 수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미국의 경우 한 교실 내에서 테이블별로 수준별 과제를 내줍니다. 그래서 테이블별로 수준에 맞는 토의를 진행하고, 학생들 중 리더를 만들어서 친구들을 가르치게도 하고요. 초등학교는 이동 수업이 힘든 게 사실인데, 그런 식의 수준별 수업도 하나의 방법 같습니다.
◇강문봉=사실 교실수업의 문제는 주변 여건에서 비롯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교육과정을 너무 빈번하게 개정하는 것이 문제라고 봅니다. 교육과정을 개정하면 뭔가 새로운 것이 들어가게 되는데, 그럴 경우 현장 교사들이 새 교육과정의 취지나 목표, 내용을 다시 습득하기 위해 시간을 허비해야 합니다. 그게 반복되면서 교사들의 전문성 문제마저 생기게 되는 거죠. 따라서 교육과정을 개정하기 전에 현 교육과정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에 대한 평가부터 했으면 합니다.
선행학습도 심각합니다. 예습이 필요하지만 지금은 너무 지나쳐서 학원의 경우 밤늦게까지 선행학습을 위해 애들을 붙잡아두고 있습니다. 이러니까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잠을 자게 되고 학교수업 풍토도 엉망이 됩니다. 하지만 선행학습을 억지로 금지시키는 것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경쟁사회에서 어떤 방법으로든 앞서 나가려고 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일류 대학을 가지 않아도 취업할 수 있게끔 우리 사회의 경쟁 분위기가 완화되어야만 선행학습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성숙 회장께서 한 교실 내에서의 수준별 수업을 언급하셨는데, 그럴 경우 교사 한 사람으로는 감당할 수 없으니 보조교사가 필요할 겁니다. 보조교사 채용이 힘들면 교육기부를 통해 학부모나 은퇴한 수학교사들의 자원봉사를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판수=저는 우리나라 수학수업의 시수가 너무 적다는 걸 우선 지적하고 싶습니다.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에 비해 수학수업이 주당 3교시 더 많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중국도 수학이 전체 수업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6.5%인 데 비해 우리는 13.7%에 불과하죠. 따라서 초등학교 및 중학교의 경우 언어 및 수학수업의 시수를 더 늘리고 다른 과목 수는 좀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사회에서 배우기 힘든 과목 위주로 커리큘럼을 구성하고, 일반 과목은 선택 과목으로 해도 됩니다. 개인의 재능을 찾는 것까지 모두 학교에서 필수로 교육시킬 수는 없으니까요. 시간이 부족하니까 스토리텔링 수학처럼 수학을 쉽게 가르치기도 어려운 형편입니다. 수학의 문제를 수학 안에서만 찾으려니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고, 전체적인 개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봅니다.
◇김동원=수학교육 선진화 방안에 따라 스토리텔링 방식을 적용한 수학교과서 개발, 수학클리닉 및 학부모 수학교실 운영, 선진형 수학교실 학교 운영, 교사 개인 연구 및 교사연구회 지원 등 다양한 정책 사업을 추진해 왔습니다. 잘 되었다고 생각하시거나 좀 더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지적해주시기 바랍니다.
◇강문봉=선진형 수학교실 구축 사업은 꼭 필요하며 앞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수학 수업에도 체험 및 탐구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덧붙여 하나 제안하자면 이 교실을 구축하기 위해 어떤 교구를 갖춰야 한다는 식으로 표준화된 기준을 만들어 법제화시켰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수학도 과학처럼 실험하고 탐구하는 학문이라는 인식이 확산됐으면 합니다.
◇김성숙=선진화 방안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스토리텔링 방식인데, 수학사와 연계한 스토리텔링의 개발도 좋은 방법이라고 봅니다. 또한 현장 교사들의 좋은 스토리텔링 수업 방식을 공개적으로 모집하는 대회를 열거나 동영상으로 만들어 다른 교사들에게도 공유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물론 수학교육보다는 스토리만 기억에 남는 문제점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야겠죠. 교사들이 스마트폰의 앱 등을 이용한 수업 모델을 많이 개발해서 아이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김판수=초등학교 수학교과서의 한 단원을 7~8교시에 진행해야 하는데,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려면 시간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주제별로 게임이나 교구를 통한 체험 등 어떤 활동이 좋은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며, 그중 하나가 스토리텔링이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캐나다에서는 교사들이 모여 교재를 개발하고 토론도 하는 ‘Professional Development의 날’이라는 제도가 있는데, 우리도 이처럼 교사들이 자율적으로 역량을 개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동원=수학교육의 변화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교사의 변화인데, 이에 대한 의견이 있으신지요. 또한 올해에 수립될 수학교육 종합계획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김성숙=우리나라 교사들은 초중고에서 실패해본 적이 없는 엘리트들이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공부를 안 하거나 잘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 있다는 거죠. 성적 위주의 임용고시 외에 교사로서의 인성을 갖춘 사람들도 교사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강문봉=종합계획을 수립할 때 구호 중심으로 가기보다는 내실화를 기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사 전문성 문제의 경우 재교육 방법밖에 없다고 보는데, 교사연수를 일정연수로 끝낼 게 아니라 주기적으로 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학은 땀을 흘리고 인내심이 필요한 학문입니다. 따라서 결과 중심이 아니라 과정 중심으로 가르치게끔 수학에 대한 인식이 변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판수=교사들의 변화는 교사 스스로 바뀌게끔 해야지 국가에서 제도적으로 강제하면 효과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물론 국가의 지원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겠죠. 또한 초등학교 교과서는 국정으로 해도 무방하지만 익힘책의 경우 각 출판사에서 자유롭게 만들고 교육청이나 학교에서 선정하도록 하면 더 좋은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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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4-06-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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