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크기의 공룡 발자국이 서 호주에서 발견됐다. 28일 ‘가디언’, ‘ABC' 등 주요 언론들은 이 발자국은 길이가 175cm에 달했으며 거대한 초식공룡((sauropod)의 발자국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전까지 발견된 공룡발자국 중 가장 큰 것은 지난해 7월 볼리비아에서 발견된 115cm 크기의 것이었다. 발자국을 발견한 곳은 서호주 한적한 지역인 킴벌리 해안가(Kimberly Shoreline)다.
퀴즈랜드대 탐사팀은 이 지역을 탐사하다가 모래가 쌓여서 형성된 사암(砂岩) 표면에서 21종의 공룡 발자국을 발견했다. 이중 일부는 바닷물이 빠져나가는 간조(干潮) 때 선명하게 보일 만큼 뚜렷한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백악기에 형성된 귀중한 공룡 흔적
이 발자국을 발견한 사람은 퀸즈랜드대 고생물학자 스티브 솔즈베리(Steve Salisbury) 교수가 이끄는 탐사팀이다. 솔즈베리 교수는 그동안 연구팀을 이끌고 호주 북서부 지역을 대상으로 공룡 흔적을 탐사해왔다.

연구팀은 이 발자국을 남긴 공룡이 긴 목을 가진 초식공룡 용각류(龍脚類, sauropod)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널리 알려진 브라키오사우루스, 아파토사우루스, 마멘치사우루스, 카마라사우루스 등이 모두 여기에 속한다.
용각류 공룡은 몸집이 워낙 크기 때문에 육식 공룡들도 함부로 덤빌 수 없었다. 긴 꼬리는 채찍과 같아서 잘못 맞으면 큰 부상을 입힐 수도 있었다. 몸에 비해 머리 크기가 매우 작아 긴 목을 이용해 나무 꼭대기에 있는 잎도 따먹을 수 있었다.
용각류 공룡들은 커다란 몸집을 유지하기 위해 하루 종일 먹어대야 했다. 매일 1톤 이상의 풀과 잎을 먹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이빨은 풀을 씹을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약하고 듬성듬성 나 있었다.
때문에 풀과 잎을 뜯어서 제대로 씹지도 못하고 바로 삼켜야 했다. 이렇게 들어온 먹이는 위 안에 있는 위석을 통해 잘게 부쉈다. 고생물학자들의 연구 결과 몸집이 큰 용각류일수록 위석이 컸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발자국이 찍힌 때는 백악기(1억3500만~6500만 년) 전반기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탄자니아의 세랭게티(Serengeti) 초원에서 백악기에 형성된 공룡 발자국들이 다수 발견되고 있지만 이번에 발견된 화석들은 그것들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원주민들 창조주의 흔적이라고 믿어
솔즈베리 교수는 "이번에 매우 귀중한 공룡 발자국이 21종이나 발견됐다"며 학술적으로 다른 발자국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귀중한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척추 동물 고생물학 협회지(Memoir of the Society of Vertebrate Paleontology)에 실렸다.
지금까지 발견된 공룡 발자국은 수천 개에 이른다. 발자국 주인의 종을 분류하면 4개 그룹으로 나뉜다. 가장 큰 발자국은 초식동물인 용각류로 키가 6-7m에 달한다. 이번에 발견한 용각류는 5.3~5.5m였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밖에 두 발로 걷는 조각류(鳥脚類, ornithopod), 외부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중무장한 모습의 검룡류(劍龍類, stegosaurs) 등이다. 이번에 호주에서 발견된 공룡 발자국은 강과 바다가 만나는 거대한 델타 지역이다.
공룡들이 숲으로 둘러싸인 이 지역을 횡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가 이루어진 것은 지난 2008년 이 지역이 액체천연가스 생산 지역으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이곳을 관리하던 원주민 굴라부부(Goolarabooloo) 족은 발자국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원주민들은 이 흔적을 마랄라(Marala), 에무 맨(Emu man) 등의 세계를 창조한 신적인 존재들이 남긴 흔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원주민들은 이 지역을 떠나면서 솔즈베리 교수팀에게 이 발자국을 조심해줄 것을 조언했다.
이들의 말에 주목한 솔즈베리 교수 탐사팀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400시간의 탐사를 진행했으며 발견한 흔적 안에 세계 최대 크기의 공룡 발자국이 포함돼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를 위해 사진측량술(photogrammetry)을 적용했다.
또 실리콘으로 이 흔적을 복제해 자연사 박물관에 전시했다. 솔즈베리 교수는 'ABC'와의 인터뷰를 통해 “공룡 발자국을 발견하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이 “지역에는 다른 공룡 흔적들도 산재해 있다”며 이 지역을 ‘호주의 쥐라기 공원’이라 칭했다.
이곳에 많은 공룡 흔적들이 발견되면서 액화 천연가스를 생산하려던 가스 회사들은 잠정적으로 사업을 중단하고 있는 중이다. 공룡 발자국은 상부 트라이아스기에서 상부 백악기층에 이르러 발견돼왔다.
또 남극을 제외한 모든 대륙에서 발견되고 있다. 이 발자국들은 공룡의 자세, 걸음걸이, 발의 구조, 속도, 행동 습성에 대해 중요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공룡 뼈 화석만으로는 연구할 수 없는 부분들을 알려주고 있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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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7-03-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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