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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심재율 객원기자
2016-12-29

생물학의 중심에 블랙홀 있다 과학서평 / 바이털 퀘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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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이 전공이 아닌 사람이 “생명은 어떻게 탄생했는가?” 라는 이 어마어마한 질문에 호기심이 발동해서 이 책을 집어 들었다면, 십중팔구는 헤맬지 모른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문적인 내용이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비전공자가 전체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정말 생명의 기원이 무엇인지 끈질기게 탐구하고 있다. 인내심을 가지면, 생명의 근원에 대한 정말 과학적이며 치우치지 않은 최신 개념을 이해할 수 있다.

생명이 왜 이렇게 생겼지?

저자는 닉 레인(Nick Lane 1967~ )이다. 영국의 진화생물학자로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 1941~ )만 떠올리는 사람이라면 닉 레인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도 한번 깊은 관심을 가져볼 만 하다.

‘바이털 퀘스천 : 생명은 어떻게 탄생했는가’ (THE VITAL QUESTION : WHY IS LIFE THE WAY IT IS?)는 제목만큼이나 무거운 책이다.

닉 레인 저,  김정은 옮김 / 까치 23,000원 ⓒ ScienceTimes
닉 레인 저, 김정은 옮김 / 까치 23,000원 ⓒ ScienceTimes

생명의 기원에 대해서 진지한 탐구를 하는 이 책은 생명현상에 대한 해박한 지식에도 불구하고, 섣부른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이 책에서 가장 확실히 발견할 수 있는 결론은 첫 문장에 나와 있다.

‘생물학의 중심에는 블랙홀이 있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우리는 생명이 왜 이런 모습인지 모른다.

지구상 모든 복잡한 생명체의 공통 조상인 한 세포는 단순한 세균 조상으로부터 지난 40억 년 동안 단 한번 등장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닉 레인은 생명탄생을 에너지의 흐름으로 파악했다.

닉 레인은 20세기에 가장 조용히 혁명을 일으킨 과학자 중 한 사람으로 피터 미첼(Peter Mitchell 1920 ~ 1992) 을 꼽았다. 1978년 노벨상 수상자인 미첼은 ‘화학 삼투 이론’을 주장했다. 미첼은 이 혁명적인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1965년 자기 저택에 인류를 위한 연구재단을 만들어 20년 동안 소수의 생체 에너지 학자들을 모아 ‘화학 삼투 이론’을 완성했다.

살아 있는 세포의 미토콘드리아에서 에너지가 만들어지는데, 에너지가 만들어지는 것은 삼투작용에 의한 것이라고 미첼은 주장했다. 생화학계는 오래동안 식물의 광합성이나, 동물 체내에서 탄수화물의 산화에 의해 만들어지는 에너지가 아데노신 3인산(ATP:adenosine triphosphate)이라는 물질에 모이기 까지, 그것을 전달하는 화학적 매개물이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미첼은 플러스 전하를 띤 양성자 입자의 흐름에 의해 에너지가 운반되는 것이지, 에너지를 전달하는 매개물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함으로써 기존의 상식을 완전히 뒤집어 버렸다.

'화학삼투 이론'은 아인슈타인 같은 발상

살아있는 세포는 양성자의 흐름으로 동력을 생산한다. 호흡과정에서 양분을 연소시켜 얻은 에너지는 양성자를 막 밖으로 밀어내거나 다시 막 안으로 들어오는 삼투작용을 통해서 에너지를 생산한다. 저수지에 갇혀있던 물이 흐르면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이렇게 막을 경계로 생긴 양성자의 농도차이가 세포의 동력일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1961년 처음 발표된 이 이론은 ‘다윈 이래로 생물학계에서 가장 반직관적인 발상’이라고 저자는 주장했다. 물리학으로 따지면 아인슈타인, 하이젠베르크, 슈뢰딩거의 발상에 비길 만 하다고 저자는 극찬한다. 양성자 기울기는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사용하는 보편적 생명작동방식이다.

생명은 끊임없이 에너지가 흐르는 무기세포에서 처음 탄생했으며, 복잡한 진핵세포는 단 한번의 우연한 세포내 공생사건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저자는 생각한다.  진핵세포는 갑자기 세포와 세포들이 서로 상대세포안으로 파고 들어가는 ‘세포내 공생 사건’에 의해서 충격적으로 단 한 번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저자는 물, 암석, 이산화탄소 등 몇 개 요소만 있으면 생명은 형성될 수 있지만, 진핵생물 처럼 복잡한 생명체가 생기기 위해서는 '특별한 행운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그 과정에서 에너지 흐름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진화론에 '에너지 흐름'과 '특별한 행운'의 요소를 넣은 새로운 관점이 닉 레인의 특징이라고 할까.

심재율 객원기자
kosinova@hanmail.net
저작권자 2016-12-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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