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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신기술
황정은 객원기자
2015-01-22

새로운 강유전체 개발…반도체 성능 향상 [인터뷰] 오윤석 UNIST 자연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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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정보를 저장하는 다양한 방법 중 한 가지로 거론되는 강유전체. 강유전체 물질의 정전기적 특성을 이용해 비휘발성 메모리 물질로 활용하고자 하는 제안은 1952년부터 있어왔다.

메모리 특성 외에도 강유전체는 양극(+)-음극(-)으로 배열된 구역과 음극(-)-양극(+)으로 배열된 구역을 가질 수 있는 성질을 갖고 있다. 두 개의 다른 구역 사이에는 서로 같은 극성이 마주보는 형태로 경계면이 형성될 수 있다. 즉 자석에서 N극과 S극, 그리고 S극과 N극의 배열처럼 양극(+)과 음극(-)이 다양한 배열을 이루며 극성이 경계면에 집중돼 두 극성의 밀도가 증가하는 것이다.

반도체 성능 향상시킬 강유전체

오윤석 UNIST 자연과학부 교수 ⓒ 오윤석
오윤석 UNIST 자연과학부 교수 ⓒ 오윤석

부도체이지만 반도체의 특성도 갖고 있는 강유전체. 단일 물질에서 전도성과 비전도성을 동시에 갖기 때문에 경계면에서의 전하밀도가 증가하고 경계면에서만 전도성이 증가하는 성질을 보이곤 한다. 이러한 특성은 강유전체가 갖는 반도체 특성과 극성의 배열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으로, 최근에는 이러한 이중적인 특성을 이용해 태양전지를 개발하는 데도 활용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자기장으로 전기분극이 조절되거나 전기장으로 자기분극 조절이 가능한 다강체 물질을 연구하는 데 있어서도 강유전체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다강체 물질이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하나의 물질이 강유전성과 자성을 동시에 가져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발견된 물질들 중에서 강유전체이면서 자성을 갖는 물질은 소수에 불과했습니다. 그래서 자성을 가지면서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는 다른 원리로 발현되는 강유전체를 찾고자 많은 노력이 진행돼 왔죠.”

국내 연구진이 성능의 한계를 보이는 기존 메모리 반도체를 대체할, 차세대 메모리 요소인 강유전체의 새로운 형태를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오윤석 UNIST 자연과학부 교수팀이 미국 럿거스(Rutgers) 대학교 정상욱 교수와 공동연구를 진행, 외부 전압을 가했을 때 양극과 음극의 배열이 수평으로 바뀌는 강유전체를 최초로 개발한 것이다.

강유전체는 전기가 통하지 않는 절연체지만 내부에 양극과 음극의 전기분극을 지니고 있다. 외부 전압이 가해지면 분극 배열이 뒤집혀 동일한 극성 간의 경계면을 따라 전기가 흐르는 분극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차세대 메모리 소자로 주목받고 있는 강유전체. 그동안 이러한 강유전체는 연구실 단위에서 소자 구현이 진행됐다. 그러나 강유전체는 실리콘에 비해 복잡한 구조를 갖기 때문에 기존 실리콘 기반의 반도체 소자보다 비용이 높아 널리 활용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오윤석 교수팀은 전혀 새로운 차원의 강유전체가 필요하다고 생각, 정상욱 교수와 함께 연구를 진행하기에 이르렀다. 오윤석 교수는 “기존의 강유전체는 X, Y, Z 축으로 표현되는 3차원 공간에서 오직 한 축의 방향으로만 극성을 나타냈다”며 “만약 Z 축을 극성이 나타나는 방향이라고 한다면, 기존 강유전체는X, Y 방향은 전혀 갖지 못했다”고 설명을 이어갔다.

“양이온과 음이온의 공간상 분포가 하나의 축인 Z축을 따라 직선 방향으로만 변형되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저희 팀이 발견한 강유전성은 단일 축을 따른 직선 변형이 아닌, 고체를 구성하는 구조체의 회전으로 인해 분극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증명한 것입니다. 사실 이 물질은 구조적으로는 분극을 갖고 있고 이론 물리학자들에 의해 구조체의 회전 방향이 전기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 제안 됐지만 아무도 실험적으로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그러한 이론적 제안이 틀릴 수 있다고 반박하는 사람도 있었죠.”

이러한 기존의 편견을 극복하고 오윤석 교수팀은 칼슘(Ca)과 스트론튬(Sr), 타이타늄(Ti), 산소(O)를 격자 형태로 규칙적으로 배열한 새로운 강유전체를 개발했다. 일반적으로 강유전체의 분극 현상은 양극과 음극이 수직 방향으로 바뀌는 데 반해 공동 연구팀이 개발한 강유전체는 내부 분자 구조의 회전을 통해 수평 방향으로 분극 현상이 일어난다.

“수직방향을 수평방향으로 바꾼 것은, 양극(+)과 음극(-)의 극성 배열 방향의 차원성을 한 차원 높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앞서 강유전체의 응용 분야 중 경계면의 전도성을 이용한 소자 응용을 말씀드렸는데요, 만약 경계면의 전도성을 할용하려는 소자의 경우 X, Y, Z 축 방향 중에서 +Z 또는 -Z 축 방향으로만 극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경계면의 XY 평면, 즉 하나의 평면상에만 존재하게 됩니다. 하지만 X-Y 평면상에 분극이 +X, -X, +Y, -Y 방향으로 형성될 수 있으면 한 방향의 평면이 아닌 훨씬 많은 수로 구성된 평면으로 경계면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저희팀은 연구를 통해 구조체의 회전에 의해 전기 분극이 일어나기 때문에 그 경계면의 방향이 수직인 경우처럼 하나의 평면이 아닌 총 12개 방향으로 경계면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즉, 이러한 여러 방향의 경계면을 이용해 전도성 경계면으로 만들어지는 다양한 형태의 도선 형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훨씬 다양한 기하학적 형태를 갖는 소자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죠.”

연구의 핵심, 고순도 결정의 성장

새로운 강유전체의 내부 분자 구조 회전 그림 ⓒ UNIST
새로운 강유전체의 내부 분자 구조 회전 그림 ⓒ UNIST

수평 방향으로 분극이 발생하면 동일한 극성이 이루는 나노미터보다 좁은 경계면을 따라 전기가 흐를 수 있다. 이에 따라 보다 좁은 폭의 소자 회로를 개발해 메모리 반도체의 성능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저희는 칼슘(Ca), 스트론튬(Sr), 타이타늄(Ti), 산소(O)를 격자 형태로 규칙적으로 배열해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각각이 이루는 원소의 특성이 이번 연구에 큰 결과를 미친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이 원소들을 조합했을 때 우리가 원하는 구조체의 회전에 의해 분극을 나타내는 구조로 합성이 되는가였죠. 이들 원소 외에도 바륨(Br), 망간(Mn), 지르코늄(Zr), 주석(Sn), 저머늄(Ge) 으로 구성된 17종의 물질이 강유전체가 될 것이라고 이론 물리학자들에 의해 예측돼 왔습니다. 사실 위의 물질 외에 다양한 물질에 대해서 강유전성을 밝히려는 연구가 있습니다. 이론적인 예측에 따르면 저희가 선택한 물질은 회전방향을 뒤집는 데 아주 높은 전압을 필요하다고 예측돼 있었어요. 하지만 다른 물질에서는 예측된 강유전성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다양 물질들 대해 시도해 본 시행착오의 결과로 저희가 연구한 물질이 가장 이상적인 강유전성을 나타낸다는 것을 발견한 거죠.”

강유전체는 외부 전압이 가해진 후 전압이 없어도 분극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때문에 전원을 꺼도 정보를 잃지 않는 정보 저장 소자나 한 번 충전으로 하루 종일 쓸 수 있는 노트북 전지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앞으로 연구 성능에 대해서는 후속 연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번 연구의 성과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고체 물질의 분자구조의 회전이 전기장에 의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밝혀낸 데 있습니다. 고체 물질의 전기적, 자기적 성질은 물질의 구조에 따라 많은 부분이 결정됩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서 구조적 회전을 조절해 새로운 상관관계 물질을 연구할 수 있는 중요한 발견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번 연구를 성공으로 이끈 가장 핵심적인 단계를 과연 무엇일까. 오윤석 교수는 “고순도 결정을 크게 성장시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오 교수는 “이는 박사후 연구원으로 있던 미국 럿거스 대학교의 정상욱 교수님 연구실과 함께 했기에 가능했던 결과”라며 “정상욱 교수님은 신물질 단결정 합성에 있어 세계 최고의 권위자다. 결정의 순도가 나쁘게 되면 절연체여야 할 물질이 전도성을 가져서 높은 전압을 가할 수 없거나 불순물에 의해 극성을 뒤집는 데 더 높은 전압을 필요로 하게 된다”고 운을 뗐다.

“실험에서 필요로 하는 것보다 훨씬 작은, 수 센티미터 길이의 결정을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충분한 크기의 고순도 결정을 얻지 못했다면 이번에 이와 같은 성공적인 연구 결과를 얻지 못했을 겁니다.”

오윤석 교수가 이번 연구를 진행한 것은 사실 이론적으로 예측된, 구조체 회전에 의한 강유전체인 ‘Hybrid Improper Ferroelectric’을 실험적으로 선보이고 싶어서였다. 오 교수는 “실험을 하는 사람인만큼 당연히 물리학자가 예측한 것을 실험적으로 증명해 보이는 것이 제가 가장 해보고 싶었던 일”이라며 연구 계기를 설명했다.

“그렇게 연구를 시작하게 된 거죠. 앞으로 계속 연구를 진행해 아직까지 보고되지 않은 Hybrid Improper Ferroelectric 물질을 찾고 싶습니다. 더불어 사람들이 물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제가 능력을 더욱 키우고 싶어요. 보통 사람들이 물리라고 하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지금 인터뷰에서도 여러 가지 설명이 쉽지만은 않았을 거예요. 제가 한 연구를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능력을 키우고 싶어요. 물리를 쉽게 이야기 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습니다.”

황정은 객원기자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5-01-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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